◎경원절실 북한 유연자세 예상/일,한·미 의식 핵사찰 관철 강경/핵문제는 대미 접촉 활용위해 일에 선물 안할듯북한과 일본간의 국교정상화 제1차 본회담이 30·31일 양일간 평양에서 열린다.
지난해 9월 가네마루(김환신) 전 일본 부총리 일행의 북한방문 때 북한측이 전격적으로 수교를 제안한 지 4개월 만에 열리는 본회담은 시기적으로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걸프전쟁 발발 이후 미묘하게 변해가는 국제정세를 북한이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소련의 보수회귀 조짐과 발트3국사태,한미 양국군의 팀스피리트훈련과 관련한 그들의 태도도 주목거리이다.
나카히라(중평립) 전 말레이시아 대사를 단장으로 한 일본 대표단 12명과 수행기자단 32명은 28일 직항전세기로 입북할 것이라던 예측과는 달리 일반항공기 편으로 동경을 떠나 북경에서 1박한 뒤 29일 하오 평양에 도착했다.
북한의 첫번째 본회담 장소로 평양을 끈질기게 고집,기어이 관철하고만 데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는 것이 동경외교가의 관측이다. 정권수립 이후 「미 제국주의자」와 함께 「각을 뜨자」고 저주해온 「일제」와 국교회담을 시작하는 명분을 찾으려면 『일본이 지난날의 일을 깊이 사죄하면서 돈까지 싸들고 찾아와서 국교수립을 애원하고 있다』고 선전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란 것이다.
그래서 북한측은 일본의 사죄표명을 최대한 선전에 이용하면서 갖가지 「쇼」를 연출할 것임에 틀림없어 이번 회담은 전야제 성격의 행사가 될 공산이 크다. 일본 외무성측도 이같은 사정을 간파,큰 성과를 기대하지 않고 대표단의 수인사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예비회담에서 합의된 ▲양국간의 기본문제 ▲경제적 제문제 ▲국제문제 ▲재일북한국적자 법적 지위문제 등 4개의 제의 보따리는 풀게 될 것이지만 3차례의 북경예비회담 결과를 보면 쉽사리 의견접근이 가능한 의제는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일본측 나카히라 단장은 출발에 앞서 마이니치(매일)신문과의 회견을 통해 북한의 핵사찰문제를 보상문제와 연계시키는 「패키지타결방침」을 피력,회담전도가 밝지 않을 것임을 언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지도층의 정보에 밝은 소식통들에 의하면 북한이 극심한 경제적 공황상태 타개를 위해 「하나의 조선」 「전후 45년간의 보상」 「핵사찰 수용」 등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혔다는 것인데 이를 근거로 뜻밖에 회담 진전이 빠를 것이란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핵사찰◁
미국과 한국측으로부터 이 문제만은 꼭 관철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나카히라 대표의 패키지타결론에서도 엿보이 듯이 결연한 의지의 일단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이면서도 사찰을 거부하고 핵무기 개발을 계속한다면 일본의 안보도 결정적인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을 피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번 걸프전쟁을 계기로 포스트 냉전 이후의 새 국제질서 형성과정에서 불안정 요인의 제거를 더욱 실감한 미국측의 강한 압력은 외면할 수 없는 강도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측은 이 문제가 일본과의 양국관계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할 것임에 틀림없다.
설사 수용의지가 있어도 이 문제를 대미 접근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북한으로서는 일본을 대미 공식접촉의 발판으로 이용할 생각일 뿐 직접 「선물」로 주려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금년초 핵사찰 수용을 위해 IAEA 핵사찰 보장협정의 내용과 수속절차 등을 조사했다는 보도가 있어 어떤 형태로든 일본과의 접촉에서 태도변화를 엿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했던 IAEA 사무국장은 북한과 IAEA 사이에 사찰대상·방법 등을 내용으로 한 협정문서에 합의했다고 밝힌 일도 있었다.
▷보상◁
북한은 식민지지배 36년간의 보상에 전후 45년분까지 얹어 달라는 요구이고,일본은 45년분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태도이다. 또 북한은 「배상」이란 표현을 고집하는 데 반해 일본은 「청구권」으로 맞서고 있다. 서로간에 재산권 행사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명분 싸움일 뿐 일본이 일정액을 내놓을 의사가 있음을 거듭 천명하고 있으므로 액수줄다리기가 핵심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일본도 45년분을 주겠다고 한 가네마루 전 총리의 정치적 약속을 어길 수 없어 플러스 알파를 생각중인 것 같은데,얼마는 36년분이고 얼마는 45년분이라고 구분지을 필요가 없는 일이므로 「한국과의 전례에 준한 액수」가 얼마로 낙착될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거리이다.
재일동포사회 북한소식통들에 의하면 김정일은 이달 중순 측근들을 불러 「45년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금년 11월까지는 꼭 국교를 맺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은 「하나의 조선」 문제에도 너무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지시」는 하루속히 국교를 맺어 보상금 경제협력과 함께 조총련사회의 자산 21조엔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 경제사정이 다급해졌음을 반증해준다.<동경=문창재 특파원>동경=문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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