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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비리/이대로 둘수없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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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비리/이대로 둘수없다:7

입력
1991.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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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예술학교까지 「돈」으로 입학/유명 교수들에 금품 공세/“한국 학생은 봉” 유치경쟁/악보도 모르고 일류대서 피아노 전공도한국인들은 국내에서만 예체능계 입시비리를 저지르는 게 아니다. 한국인들은 해외에 나가서도 돈으로 외국의 예술풍토까지 망쳐놓고 있다.

해외유학의 문호가 확대되면서 너도 나도 출국한 한국 유학생들은 몸에 익은 금품공세와 레슨비 상납 등으로 우리 식의 입시비리를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특히 실력이 달리는 부유층 자녀들의 도피성 유학은 현지 입시제도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예술계를 오염시키고 「제2의 정명훈」을 꿈꾸며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대부분의 예능계 유학생들마저 괴롭힌다. 예능계 유학자의 절반 이상이 가 있는 미국의 경우 비리의 양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명재벌의 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쳤던 유학생 L 모씨(30)는 『국내에서 예술고에도 못 가고 3류 대학에 2번이나 떨어진 학생이 뉴욕의 유명음대에 합격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어떻게 들어갔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성악전공인 K씨(32)도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학생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것도 보았다』며 『미국의 유명 음악학교 주변에는 한국인을 둘러싼 부정입학 시비와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미 음악학교의 특징은 실기만으로 학생을 뽑고 교수 1명에게 절대적 선발재량권을 준다는 것. 따라서 7∼10명의 선발위원회가 심사를 하더라도 특정교수가 선발을 고집하면 거의 합격을 하게 된다.

국내의 좁은 대학진학문을 피해 떠난 부유층 자녀들은 이같은 선발과정을 최대한 이용한다.

중·고교 때부터 미국에 조기유학온 대부분의 학생들은 음악학교 부설 예비학교에 다니며 주1회 예비학교에서의 교습과 주1∼2회씩 과외지도를 받으며 유명교수와 관계를 맺는다. 이때부터 실력보다는 정성으로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학부모들은 아예 학교 주변 고급아파트에 눌러 살며 교습 때마다 학교까지 찾아와 교수를 만나거나 집을 방문해 상담을 명목으로 선물과 현금공세를 벌인다.

뉴욕의 J음악학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A양은 『음악학교의 S교수가 1년간 개인교습한 한국 학생을 심사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원더풀」을 연발한 끝에 합격을 고집한 적이 있다』며 『그 학생이 합격한 뒤 S교수가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을 받은 사실을 사석에서 털어놓은 것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의 수준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선물규모가 천만원대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억 대가 넘을 것이라는 게 유학생들의 중론이다.

유명교수 집에 한국인들이 건네준 금송아지,보석,고가구,도자기 등 엄청난 선물이 진열돼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유학생 P 모씨(28)는 『한국 학생을 대거 입학시켜 준 것으로 알려진 Y음악학교의 C교수 집에서는 수천 만원이 넘는 골동품들을 보았다』며 『합격사례비는 적어도 1억원을 넘는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에서 공부중인 음악도들은 한국 학생들의 경쟁적인 금품공세로 교수들의 레슨비가 엄청나게 올랐다고 불평한다.

6년여 전만 해도 시간당 50달러 수준이던 것이 한국에서 시간당 10만원 이상의 레슨비에 익숙한 학부모들이 조금씩 올려주다보니 이제는 1백달러 이상을 주어야 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교수들은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을 부자로 인식,한국 학생을 맡기 위한 경쟁까지 벌이고 있으며 은근히 선물을 바라는 경우까지 생긴다.

심지어 뉴욕의 특정학교는 교수들에게 비싼 과외교습을 받지 않거나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합격할 수 없다는 소문까지 널리 퍼져 있다.

뉴욕의 J음악학교 K 모양(28)은 『대학원 시험 때문에 교수를 만났다가 돈을 요구하는 바람에 당혹했던 적이 있었다』며 『이같은 금품수수 때문에 자제를 당부하는 교수회의까지 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개탄했다.

미국처럼 유학생이 많이 몰리지 않고 입학보다 졸업이 어려운 유럽이나 호주 등도 차이는 있으나 양상은 비슷하다.

독일의 K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이 모씨(34)는 『최근 들어 한국 유학생들이 갑자기 몰리면서 레슨비가 뛰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한국인 학생들의 사치풍조와 교수에 대한 선물공세를 보다 못한 음대학장이 학부모와 한국의 출신학교에 자제를 당부하는 통신문을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호주유학상담전문업체인 S마케팅의 함 모씨(33)는 『88년부터 시작된 호주유학의 경우도 중고생의 조기유학이 늘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사치생활과 입학관련 금품수수 등의 이유로 출국당한 사례까지 있다』고 말했다.

동양화 전공으로 대만 M대에 유학중인 신 모씨(34)는 『교수들이 연줄을 이용해 입학한 한국 학생들에게 학년유급이 있는 점을 강조하며 학점을 잘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부유한 한국 학생들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학교의 훌륭한 후원자들이다. 이들 학교는 웬만하면 합격시켜준 뒤 영어를 공부하도록 유도해 수학연한을 늘려 1년에 1만달러 이상인 학비를 학교운영에 보태고 있다.

미국 교수들이 한국의 고교를 돌며 「스카우트」 명목으로 한국 학생을 데려가 입학시키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미국인 교수에게 직접 뽑혔다』고 자랑하지만 실상은 미국 대학의 학생확보작전에 불과한 것이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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