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어물쩍”… 아직 여론눈치/“국회권위 존중” 사퇴로 매듭/동병상련·성역의식 배경… 탈당으로 기소 못면해/정치해결/평민,정치해결 이중처벌 우려 구속감내 후 역공/여론·법형평 밀려 결국 구속/사법처리국회 상공위 세 의원의 뇌물외유사건은 회기중 체포동의안 처리라는 최악의 한 고비를 넘겼지만 「법대로 처리」의 원칙론과 정치권의 타협적 해결방식 제시가 혼재된 가운데 최종 마무리의 모양새를 점치기가 결코 쉽지 않은 형국이다.
게다가 이같은 사법당국의 의지나 정치권의 희망 사이에는 누증된 정치불신으로 인한 차가운 여론의 시선이 엄존하고 있어 사건 추이는 앞으로도 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예상되는 사건의 결말을 유형별로 진단해본다.
○국회 성역의식 깊어
○…의원 뇌물외유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정치권이 희망해온 사건처리 방향은 「정치적 해결」이었고 지금도 여야 지도부의 입장은 큰 변함이 없다. 여기엔 관련의원들에 대한 동병상련적 배려나 여소야대 후 익숙해져온 국회의 성역의식이 은연중 깃들어 있긴 하다. 여론의 격앙된 감정이 식지 않고 사정당국이 법적용의 형평성을 내세워 구속수사 등 사법처리방침을 굽히지 않는 것도 이 점을 겨냥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여야 관계나 정치세력간 미묘한 갈등을 반영한 정치권의 반응도 여전히 드센 게 사실. 『판사나 검사의 독직사건이 과거 적지 않았지만 이들을 사법처리보다 면직 등 징계처분한 것은 혐의가 가볍거나 개인을 봐준 때문이 아니라 국가검찰권과 사법부 권위 등 보호해야 할 법익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를 뒤집으면 『이번 외유사건에 대해 국회차원의 징계나 의원직 사퇴 등 정치적 해결이 바람직한 것도 국회가 성역이라거나 당사자들의 형사책임을 면제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입법부 고유의 권위와 기능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대학입시부정사건과 이번 사건을 동렬에 올려 법집행의 형평성 또는 국민의 법감정만을 운위하는 것은 사안의 한 측면만 부각시킨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실제 의원직 사퇴의 경우 당사자로서는 인신구속에 버금가는 「정치적 단죄」인만큼 당사자들이 쉽게 응할지도 의문인데 체형적 처벌만이 응벌효과를 가졌다는 식의 태도도 쉽게 납득 안 된다는 표정이다.
○일 리크루트방식 제기
○…이같은 배경하에 민자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방식은 이른바 「일본 리크루트사건 처리」의 한국판. 빗발치는 비난여론과 입법부 권위간의 괴리를 최대한 좁히려면 당사자들이 정치도의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고 검찰권은 이같은 「정상」을 충분히 참작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 경우 검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아예 불기소(기소유예)하거나 일단 불구속 기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조치의 결과는 차기총선 출마자격 여부와 직결되는 만큼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당사자들이 자진사퇴를 설득하려는 입장에서 보면 불기소라는 담보까지 동일티켓으로 제공해야 할 입장인데 당장 관련의원들이 이 방식자체에 대해 쉽게 달려들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당사자들로선 「구속유죄 판결」로 정치생명이 차단되는 것보다 법률적으로 차기출마가 가능한 차선의 선택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는 있으나 공천문제나 특히 평민당의 경우 최근의 대정부 역공세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상참작여지 적어
○…이보다 한 단계 약한 처방으로는 당차원의 제명 등 징계,또는 본인들의 탈당으로 비난여론에 대한 자숙의지를 보이고 정상과 여론반응들을 참작,검찰은 이들을 기소유예하거나 불구속 기소하는 것. 여권이 이런 방법의 실효성에 이미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반면 평민당은 이것이 당사자에 대한 당지도부의 구제노력을 표시하면서 이와 별개로 무역특계자금 국조권 발동요구 등 공세를 취할 수 있다는 게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정상참작의 여지가 적어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최소한 기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정치권이나 당사자들이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다.
○사회적 합의도출 의문
○…정치권의 자체해결노력이 어느 정도 가시적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끝내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의 자체해결방식이 사법당국의 법집행 원칙을 「완화」할 수 있을 만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 내용이거나,설사 사법당국이 정치권의 기대를 수용할 태세까지 가더라도 일반여론이 도저히 누그러지지 않을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사법당국의 운신의 폭을 제약하는 잣대는 역시 여론의 향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정치권으로서는 당사자들이 자진사퇴의 결단을 내려줄 경우 이를 토대로 사법당국을 향한 「주문」의 강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론을 향한 정치권 자체의 노력을 설명하기가 수월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유사사례들에도 불구하고 세 의원으로만 사건을 축소하려한다는 시선이 여전한 마당에,세 의원만의 의원직 사퇴가 정치의 「비리사슬」에 대한 면죄부로 간주될 만큼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게 사실.
특히 외유사건과 동시에 터져나온 대학입시부정 수사와의 법적용 형평문제가 반드시 제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공권력 확립을 둘러싸고 강·온 양론간의,혹은 여야간의 우여곡절을 수반하게 되리란 지적이다.
○야,기소유예 보장요구
○…정치적 해결이 여야간,혹은 당사자와 소속정당간 등 정치권 내부사정으로 그 한계가 분명해졌거나,사법당국의 구속원칙이라는 강성기류가 요지부동으로 정치권을 지배,정치적 노력이 포기되는 상태도 상정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어차피 「구속을 피할 수 없는 성격의 사안」이라는 데에는 여야가 공통인식을 갖고 있다는 데서 주변정황과 이에 따른 이해득실의 계산결과로 구속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상태인 것.
현재 여야간의 절충과정에서 의원직 사퇴를 통한 정치권의 주도적 해결방식을 타진하는 민자당측에 대해 평민당측이 「사퇴 이후 기소유예」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야당의 최종선택으로 구속을 감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평민당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여론의 움직임이 사건수습의 최대 관건인 터에 그같은 보장을 민자당이 해주는 것이 불가능할 뿐더러,의미도 실효도 없다』는 게 민자당의 응답. 따라서 평민당 입장에서는 여권의 내부조율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직 사퇴에 동조해줄 경우 이와 별도로 다시 구속에 처하게 되는 2중처벌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건초기 당정관계에서 감지된 민자당의 「발언권」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 따라서 평민당으로선 사태타개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대목. 여의치 않을 경우 평민당은 무역특계자금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요구 등 이미 자락을 깔아놓은 대여 공세에 불을 당기고 나올 게 뻔하다.<조재용·이유식 기자>조재용·이유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