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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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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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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 1백37명,이재민 16만명,재산피해 1천3백60억원을 냈던 지난해의 물난리 때 최초로 희생된 3명은 고지대의 산사태나 저지대의 하천범람이 아닌 전통한옥보존지구내 주택의 붕괴로 사망했다. 보존지구로 묶임으로써 신축,개축,보수를 못해 퇴락할 대로 퇴락한 한옥의 지붕이 단 한차례의 장대비에 폭삭 내려앉아 목숨을 잃은 이들은 실정을 외면한 맹목행정의 희생자였다. ◆지정만 한 채 실질적인 대책이 없었던 한옥보존시책은 4대문 안의 노른자위 주택가로 불렸던 북촌지역을 서울서 가장 낙후된 슬럼으로 전락시켜 민원의 대상이 되어왔다. 서울시가 10개동 19만5천평 2천7백56동으로 되어 있는 한옥보존지역을 가회 삼청 2개동 4만5천평 3백70동으로 축소키로 한 것은 시늉만 냈던 한옥보존을 바로잡으려는 신호로 보여진다. ◆그러나 토지분 재산세 전액면제에 3백30억원의 예산을 들여 길을 넓히고 공동주차장,마을회관을 세우고 가옥의 외형수리비 중 70%를 보조하여 한양정도 6백년인 94년까지 선조들의 숨결이 담긴 옛 동네의 운치를 살려보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주민들의 불편을 덜고 불만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었을 뿐이어서 전통한옥 보존을 위한 대책으로서는 허점 투성이다. ◆한옥의 보존에 있어서 가장 큰 애로는 자재와 전문인력의 부족이다. 한식 기와,진흙,목재를 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옥을 제대로 짓고 고칠 줄 아는 대목이 없어 집을 수리하려 해도 마음놓고 수리하지 못하는 것이 이 지역의 실정이다. 정밀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한옥 중 문화재적인 보존가치가 있는 한옥은 20동 이내이며 나머지는 퇴락하고 변형된 불량가옥이라는 것이다. ◆보존지역을 더욱 축소한 후 서울시가 지역내 주택을 완전매입,전통한옥촌으로 재조성하여 입주희망자에게 임대주택으로 대여하는 방법이 최선책이며 그것이 어렵다면 수리자재의 공급과 기능인력의 확보를 서울시가 책임지는 것이 차선책이다. 그렇지 않고는 한옥보존지역이 퇴락을 막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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