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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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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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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의 존경과 선망과 애정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으면 그를 위인이라 부를 만하다. 요즘 같은 세태에선 위인은 바랄 수가 없고 존경할 만한 인물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세인의 평가가 야박해져서가 아니라 실제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만인이 만인을 조소하는 시대인 것 같다. ◆존경받는 인물은 없으나 선망의 대상인 직업은 있다. 대학의 교수직이 그렇다. 대학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희망을 조사해보면 교수직이 으뜸으로 꼽힌다. 기업인 교사 문인 법조인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 편에 속한다. 직업인의 이미지로 보아서는 종교가와 문인과 더불어 교수는 좋은 쪽에 든다. 나쁜 이미지는 정치인이 도맡아 차지한다. 간단한 조사에서도 세태반응은 이 만큼 민감하게 나타난다. ◆고교졸업생을 중심으로 한 예비신부들의 신랑감 후보는 대개 평범한 직업인을 원하는 것 같다. 대부분이 일반기업체 사원을 배우자감으로 바라는 데 교수도 역시 상위로 꼽힌다. 생활의 안정을 첫째로 여기고 교수직에 대한 존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교수 수난시대로 돌변했다. 예능계 입시부정의 주역이 되어 부패의 상징으로 갑자기 부상되었다. 예능계 교수는 존경받는 교수일 뿐 아니라 사랑받는 예술인이기도 하다.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고 악덕 중개상 꼴이 되어 있었다. 강사나 교수 채용에도 악취가 풍긴다. 전문의 수련제도까지 수상한 낌새가 농후하다. 이러다간 대학의 모습이 벌집 쑤셔놓은 꼴이 될 것 같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부정부패만은 아니다. 한가닥 남은 존경의 불길이 아주 꺼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참담한 생각이 든다. 정치인은 아예 제쳐두고 판·검사도 못 믿겠고 이제 대학교수까지 흙탕물을 튕기니 남는 것은 저절로 자조뿐이 아니겠는가. 냉소가 넘치는 사회에선 창조와 발전 대신에 허무주의가 활개를 칠 것 같은 예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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