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교권 주도 노려 수용·억류 줄타기/도피등 월경 목적에도 추측만 무성이라크 공군기들이 잇따라 이란에 착륙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번 걸프전에 엄정중립을 표방해온 이란의 태도가 주목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이란이 끼어 들게 되면 분쟁양상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8일 현재까지 알려진 이란착륙 이라크비행기 대수는 최소한 69대. 사우디 주둔 미군 사령관 노먼·슈와르츠코프 대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24시간 동안에만도 23대의 이라크기가 이란으로 갔으며 이들 대부분은 전투기』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리처드·체니 미 국방장관도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이란에 대해 이번 전쟁이 종료될 때까지 이라크기들을 억류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체니 장관은 이어 『이번 사건이 종전 이후에 대비한 이라크의 자구노력인지 아니면 이 비행기들이 이라크를 탈출한 것인지의 여부는 판별키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라크의 자구노력이란 미국 등 다국적군의 철저한 보복으로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후에도 시리아·사우디 등 주변의 강대국으로부터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항공기를 대피시키고 있을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다국적군에 대항해 총력전을 펴는 마당에 이만한 여유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현재 상정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다음 네 가지이다. 첫째 다국적군의 비행장 및 레이더기지 공습으로 인해 활주로와 모기지를 잃은 이라크기들이 무작정 도피했을 가능성이다. 다국적기들의 1차 공격대상이 된 이라크내 66개 비행기지가 거의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추락 아니면 탈출의 양자택일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수 있다. 지난 26일 이란에 비상착륙한 7대의 이라크 전투기 중 1대는 착륙시 불길에 휩싸였으며 일부는 연료가 바닥났었다는 마디·카루비 이란 국민의회 의장의 말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둘째는 주로 전쟁에 불만을 품은 일부 군부세력의 망명 가능성이다. 최근 소련의 중립 인터팍스통신에 의해 보도된 이라크 공군사령관 등의 처형설이 이같은 심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셋째는 스커드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참전을 유도하고 있는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이란의 개입을 자극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다. 넷째는 「공동의 적」인 미국 등 서방권에 대항해 이란이 암묵적으로 이라크에 도피처를 제공해줬을 가능성이다.
실용주의적 노선의 이란 영자지 테헤란 타임스는 27일 논평을 통해 이라크기의 영공침투는 『이란을 걸프전에 끌어들이려다 실패한 또 하나의 시도』라고 보도함으로써 이란의 참전을 유도하려는 이라크의 노력이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란과 이라크는 걸프사태 발발 초기인 지난해 8월17일 후세인 대통령의 대이란 평화선언으로 일단 구원을 씻고 관계회복을 해놓은 상태이다. 이로써 이라크는 이란 접경주둔 50만 대군을 다국적군에 돌릴 수 있었으며 국내 불만세력인 다수 시아파를 무마하게 돼 이번 사태에 이란이 간접적으로 기여해준 셈이다.
이란은 또 표면상으로 중립을 유지해왔으나 유엔의 대이라크 경제제재 속에서도 식품·의료품 등을 공공연히 지원해왔으며 최근에는 이스라엘 참전시 이라크편에 서서 미국 등에 대항,성전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중동문제전문가들은 이란의 이러한 태도를 들어 「위험한 줄타기」라고 말하고 있다. 이라크에 심정적 유대를 지속함으로써 회교권내의 이니셔티브를 유지하는 한편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서방국들의 보다 많은 지원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지역간 세력균형면에서도 이라크를 완전한 힘의 공백상태로 만들어 친미정권이 이를 대체하게 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허약해진 바그다드정권의 유지가 이란의 안보에 더 보탬이 된다는 속셈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란의 개입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보다는 27일 걸프전 종식평화안 제안과 같은 사태 이후의 구도를 노리는 이란의 포석들이 주목된다.<윤석민 기자>윤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