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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의 사과/이병규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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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의 사과/이병규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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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상오 9시 여의도 의사당 2층의 국회의장 접견실에서는 온나라를 들끓게 한 「뇌물외유」사건의 수습을 위한 조용하면서도 의미있는 움직임이 있었다.입법부의 수장인 박준규 국회의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국민 사과의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박 의장은 『입법부의 장으로서 국민에게 유감을 표시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연 뒤 『국민감정이나 여론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너그러운 마음과 시간을 가지고 국회의 차원높은 해결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관행」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관용」을 요구하는 모습이었다.

성역없는 원칙처리를 요구하는 국민여론과 정치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감정」 사이에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의장의 입장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13대 들어 초반기의 여소야대와 사회 전반의 민주화 진운에 발맞춰 국회의 권능은 강화되었지만 의장의 권위는 실추되었다는 지적을 감안하면 박 의장이 처해 있는 어려운 처지가 더욱더 피부에 와 닿았다.

그래서인지 박 의장은 「사과회견」을 하기에 앞서 여야 소속의 두 명의 부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인 민자·평민 양당 총무와의 협의를 거치는 모양새 갖추기를 잊지 않았다.

박 의장의 회견은 두 부의장과 여야 총무가 자리를 뜬 가운데 의장 비서실 직원과 사무처 간부들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박 의장은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것은 좋은데 국회가 표류하고 민주발전이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자』고 되풀이 요구했다. 문제는 「살우」의 가능성과는 관계없이 시원시원한 「교각」을 바라는 국민감정과 자칫 「살우」의 잘못을 경계하는 정치권의 입장이 대비되는 「뇌물외유」사건을 보는 시각의 「이중성」이다.

박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시간을 가지고 국회의 자정노력을 지켜봐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은 항상 그랬듯이 그렇게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 같지 않다.

박 의장의 사과가 정치권의 예상보다 훨씬 더 악화돼 있는 국민감정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 사과가 일과성이어서는 안 되고 뼈를 깎는 자정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 한 더 큰 국민적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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