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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의혹/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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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의혹/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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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공위 소속 세 의원의 뇌물외유사건에 대한 처리가 갈팡질팡 하고 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는 불과 1주일 밖에 안 됐지만 사건의 처리 방향은 날이 새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때마침 같은 시기에 터진 대학입시부정사건이 일관된 방향으로 수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당초 이 사건이 터질때만 해도 장본인의 세 의원들은 「관례에 따라 외유한 것인데 무슨 소리냐」고 오히려 당당한 표정이었다. 잘못한 것이 없다고 일단 큰 소리를 친 뒤 한 동안 눈치를 살피던 이들은 결국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았고 검찰당국이 구속방침을 밝힌 것은 바로 지난 주말이었다.

회기중인데도 구속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서슬이 시퍼렇던 정부당국의 강력한 의지는 하루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것 같다. 국회와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면 사법처리에 신축성을 보일 수 있다는 태도로 물러서 버린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케이스로 외유를 했던 23명의 의원명단이 밝혀졌는데도 이들에 대해서는 수사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공장관이나 의원들에게 여비라는 이름으로 많은 돈을 대준 무역협회의 무역특계자금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지 않고 덮어 두려는 태도역시 국민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의 제출을 유보하고 20여 명의 의원과 무역특계에 대한 수사를 기피하면서 날이 갈수록 점점 움츠러 들기만하는 정부당국의 태도에 국민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비리의 진상이 백일하에 밝혀지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대학입시 부정사건만이 아니다. 의원들의 외유에 얽힌 비리도 이번 기회에 뿌리가 뽑혀야 겠고 무역특계자금의 용도도 낱낱이 밝혀지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그런데도 뇌물외유사건 수사가 대입부정사건처럼 속시원하게 진행되지 않을 뿐 아니라 뒷 걸음질만 계속하는 것은 혹시 많은 고위급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이 처럼 더 큰 의혹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도 속시원하게 수사를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끝까지 조사를 하지 않고 넘어갈 경우 여론의 화살이 얼마나 세차게 날아올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국회와 정당에서는 의원직 사퇴니 제명이니 징계니 하면서 뒤늦게 자체 처리를 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이다. 스스로 해결하겠으니 사법처리는 하지 말아 달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회나 정당에서 하는 조치는 정치적 도의적 처리에 불과하다. 사법처리와는 별개의 것이다. 그러나 의원이라고 해서 사법처리를 하지 않고 정치적 도의적 처리만으로 끝내려고 할 경우 국민여론이 용납할지는 극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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