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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위기온다」는 위협(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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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위기온다」는 위협(사설)

입력
1991.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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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외유사건에 관련된 세 여야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회기중에 냈다가 부결이라도 되는 날이면 정치적 혼란이 예상된다는 최악의 예상시나리오를 내세워 정부가 다소 후퇴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뇌물외유가 위법행위임이 명백한 이상 국회는 당연히 체포동의안을 내야 한다. 동료애도 좋지만 국회가 이를 부결한다는 것은 범법행위를 비호하거나 묵인하는 행위와 무엇이 다르며,그렇게 해서라도 기득권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면 국회가 시중의 평범한 이익집단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국민적 의문과 분노를 낳는다. 10만 선량들이 여야를 따짐이 없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맞춰 여론을 오도해나갈 생각이라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며,정면적 도전행위라는 비난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국회가 그런 논리로 뜨거운 불을 피해나가는 데 성공했다고 치자. 국가의 영과 기강은 어디에 서고,무슨 면목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계속하자고 할 것이며,입시부정으로 구속되는 교수들과의 법집행의 형평문제는 뭐라 할 것인가.

일부 의원들이 무역특계자금을 정부도 썼는데 왜 의원부분만 수사하느냐고 따지는 모양이나,그 주장이 세 의원의 죄를 저각하거나 경감하는 사유는 못된다. 무역협회로부터 같은 방법으로 경비를 받은 20여 명의 다른 의원과의 형평문제도 나오는 듯하나 그 경우 20여 명에 대한 수사를 펴면 형평은 잡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게 여론이다. 수사가 공작적 측면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반발도 이 사건의 경위와 배경,민심동향을 안다면 목소리를 낯추는 것이 현명하리라고 본다.

의원들의 위법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의정위기를 초래한다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이 사건을 잘못 처리함으로써 밀어닥칠지도 모르는 정치위기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과거처럼 뜨거운 불길만 일단 잡고 보자 식이라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고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고 깔보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박준규 국회의장은 28일 입법부를 대표하여 이번 사건에 관해 국민에게 사과한 뒤 재발방지를 위해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국회내에 윤리위를 구성하며 의원외유에 대한 자체심사를 강화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문제는 국민들이 그 말을 믿지 않는 데 있다. 국회는 지금까지 의원 독직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만병통치약처럼 윤리강령문제를 제기했다가는 여론이 가라앉으면 슬그머니 접어두곤 해왔다. 바로 지난 2년 사이 박재규 이상옥 의원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그렇지 않았는가.

설사 강령이 제정돼 아무리 훌륭한 내용과 준칙을 담았다 해도 「엄계의 칼」로 사용하지 않으면 한낱 골동품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예가 공직자들의 재산등록을 의무화시킨 윤리법의 운영을 들 수 있다. 공직자들의 재산동향을 정기적으로 등록,맑고 깨끗한 공직자상을 확립한다는 것이 큰 취지였으나 13대 의원 중 일부는 지금까지 등록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야 정치지도자들은 지금 국회의 입장도 살리고 여론도 존중하는 절충안 같은 것을 짜내기에 바쁠 것이다. 그러나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리지 않고서는 여론이 중요한 시점에서 당리당략 때문에 국가기강을 훼손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국법질서의 강화가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기에 거꾸로 가면서 지도자의 이미지도 강화해보겠다는 자가당착이 과연 통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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