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계보 잡아라” 중학부터 레슨/교수·강사·고교사 공생/아예 악기·그림장사도/“1년이면 본전” 강사자리까지 거액 요구서울 모 대학 음대 피아노과에 응시할 계획인 대구 S여고 2년 박 모양(17)은 매주 토요일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모 대학교수에게 레슨을 받는다.
1시간 가량 혼자 연주를 하고 간단한 지적을 받는 박양의 1회 레슨비는 50만원.
박양은 『지방출신이란 핸디캡 때문에 서울교수에게 레슨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유명교수의 경우 1회 레슨비가 1백만원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고 털어놓았다.
예체능계 수험생들이 박양처럼 원정과외까지 불사하는 것은 가고 싶은 대학의 교수 또는 그 교수와 선이 닿는 강사 등에게 레슨을 받지 않고는 입학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고,이 레슨에서부터 입시부정의 싹이 트게 된다.
레슨은 유명교수를 정점으로 그의 제자인 강사·조교 그리고 고교 교사로 이어지는 계보에 의해 구조적으로 이루어지고 이 레슨계보에 줄을 대지 못한 수험생이 실력만으로 합격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기보다 어렵다.
주 1회 10만∼30만원씩의 레슨비를 받는 이들 「새끼강사」들은 한두 차례 「어렵게 모셔온」 계보 보스교수에게 학생을 선보인다.
교수는 학생의 연주를 한번 듣고 『열심히 하면 가능성도 있겠다』고 한마디를 던진 뒤 거액의 「왕진비」를 챙겨간다.
스승의 날·명절 때면 강사와 교수에게 꼬박꼬박 특별봉투를 챙겨주기 마련이고,입시철이 다가오면 『아무래도 선생님께 직접 집중레슨을 받아야겠다』는 강사의 언질이 있게 된다.
다급해진 수험생은 1회 1백만∼5백만원으로 폭등한 레슨비에도 감지덕지하며 교수에게 5∼10여 차례 레슨을 받게 된다.
마침내 입시 직전 강사가 『교수님이 집을 바꾸셔야 하는데…』라는 암시를 주거나 교수가 『나 혼자 심사를 하는 게 아니라서…』라고 「최후의 거래」를 통보하면 학부모는 엄청난 레슨비에다 수천 만 원∼수억 원의 합격보장금을 주고야 자녀를 시험장에 보내게 된다.
레슨계보의 보스는 대개 유명대학의 교수들이고 일부 계보는 온라인 계좌를 열어놓고 입금액수로 합격입찰을 하다시피 한다는 얘기다.
모 대학 음대 조교 김 모씨(28·여)는 『보스에게 잘못 보이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어떤 교수들은 스튜디오나 화실 이름으로 아예 입시학원을 차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예체능계 교수·강사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1년이면 본전을 뽑을 수 있다』며 거액의 기부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레슨비 사례비 말고도 교수·강사들이 돈을 챙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음악의 경우,교수가 학생에게 악기를 소개해주고 악기상으로부터 커미션을 먹거나 자신이 쓰던 중고 외제악기를 거액을 받고 넘기는 일이 많다.
지난해 E여대에 진학한 박 모양(20)의 어머니는 『레슨교수에게 1천만원을 주고 외제 바이올린을 샀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수입가가 2백만원에 불과했다』며 『알고 나서도 딸의 장래를 생각해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악기 소개에 맛을 들인 교수들은 남편이나 부인에게 악기상을 차리게 하고 대규모로 장사를 하는 사례도 있다.
이와 함께 학부모들은 교수의 연주회 때 의상비 리허설비 등을 부담하는 스폰서 노릇까지 해야 하며 특히 무용은 수험생이 실기시험에서 출 춤을 안무해주는 대가로 수백 만∼수천 만 원의 「작품비」를 내야 한다.
미술은 교수의 전시회 때 작품을 거액을 내고 사주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모 기업 간부 최 모씨(51)는 『딸의 심사위원을 맡을지도 모른다는 레슨교수의 전시회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추상화를 5백만원에 샀다』며 『미술레슨을 받는 수험생집에는 대개 울며 겨자먹기로 산 그림이나 조각이 몇 개 있다』고 말한다.
레슨도 오랫동안 받은 학생이 유리하기 때문에 중학생 때부터 계보의 줄을 잡고 레슨을 시작하는 추세다.
모 여고 음악교사 강 모씨(27·여)는 『대학합격이 50% 이상 보장된다는 모 예술고에 들어오는 학생들 중엔 중학 때부터 유명교수의 제자들로부터 레슨을 받은 경우가 태반』이라고 밝혔다.
레슨과 입시부정 과정에선 뒷골목에서나 있을 법한 각종 추문과 모략도 끊이지 않는다.
모 대학 무용과의 S교수는 사후계산 때 5백만원이 모자라자 중간에서 학부모의 돈을 가로챈 강사를 찾아내 『내 친구가 모 기관에 있는데 혼 좀 나보겠느냐』고 윽박질러 돈을 받아냈고,속이 뒤틀린 강사는 『나도 수사기관에 까발리겠다』고 나서 현재 교수가 궁지에 몰려 있다고 한다.
이번 서울대 음대 입시부정사건의 발단도 수배된 한양대 음대 전임강사 박중수씨(48)의 진정으로 이달초 서울지검 동부지청에 구속됐던 건국대 음악교육과 안용기 교수(60)와 시간강사 손형원씨(36)의 맞제보 때문이었다.
박씨는 자신의 딸을 합격시켜달라고 손씨 등에게 부탁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동부지청에 비리를 폭로했고,구속된 손씨측이 서울지검에 박씨가 심사위원으로 끼어 있던 서울대 부정을 제보했다는 것이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