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선박·선원 모자라/절반이 유조선… 외국선 백척 투입 “총력”/82세 노인 채용… 현대식 교신 어려움도걸프전쟁을 맞아 미국정부가 군수물자 수송을 민간해운업계에 맡기고 있으나 선박과 선원 부족으로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다.
전쟁이 터지기 전인 지난해 12월까지도 미국 본토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송된 군수물자는 무려 1백60만톤.
이는 세계 최대 건물의 하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무게의 4배나 되는 규모이다.
미국정부는 이같은 막대한 물량의 군수물자의 수송을 민간해운업체의 수송선에 의존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해운업계는 이 중 절반을 외국 해운회사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정부는 평시에도 해병 4천명이 1달간 전투를 할 수 있는 물자를 실은 25척의 민간선단을 편성,전쟁에 대비해왔으나 이번 걸프전쟁으로 수송능력이 턱없이 모자라게 되자 2백척을 새로 빌려야 했다.
그러나 미국의 상선이 절대로 부족한 데다 절반 가까이는 물자수송이 불가능한 유조선이어서 1백척 가까운 외국선적 수송선을 투입하게 된 것이다.
선원 부족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부 해운회사는 20년 전에 배를 떠난 사람을 통신사로 재취업시켰으나 위성호출 등 현대식 통신기술을 몰라 교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는 일반여객선에서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승객으로도 태우지 않는 82세의 노인을 선원으로 다시 채용한 회사도 있다.
미국 해운업계의 선박과 선원 부족현상은 「비교우위」에 따른 해운업 투자부진의 당연한 결과이다.
미국 해운업계는 그 동안 『일본이나 한국에서 건조한 배에 중국이나 필리핀 선원을 태워 파나마 혹은 라이베리아 선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50년에는 2천2백63척이었던 미국 상선은 최근에는 3백79척으로 줄어들었다. 세계 화물선에서 미국 배가 차지하는 비율도 과거 26%에서 3%로 감소했다.
선원의 경우 각급 선원 양성기관에서 매년 5백명 가량의 예비 선장과 항해사,기관사를 배출하고 있지만 취업기회가 줄어든 데다 봉급수준도 높지 않아 대부분 졸업 후 전공과 관계없는 직장을 택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미 지난 76년부터 예기치 않은 전쟁이 터질 경우 이같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96척의 퇴역선박으로 예비 수송선단을 편성해두었으나 걸프전쟁을 맞아서는 거의 쓸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예비선단은 전쟁이 터지면 5∼10일 이내에 병력과 군수물자 수송에 나서도록 돼 있으나 이 중 상당수가 너무 노후화돼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이는 국방부가 예비선단운영예산을 너무 적게 책정,대부분 25년이 지난 퇴역선박들이 시운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원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예비선단운영비는 8천9백만달러로 당초 요구액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또 퇴역선박들은 증기엔진이어서 현대의 디젤엔진선박 운항교육만 받은 선원들이 조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품도 없어 고장이 날 경우 새로 만들어야 하는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9월 사우디에 대한 물자 수송이 시작되면서 이들 문제가 대두되자 해군과 관련업계 대표들을 불러 청문회를 가졌으나 해결책을 구하지 못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한 업계관계자는 『국방에 필요한 물자를 수송할 때는 반드시 미국 국적선을 이용토록 하고 나머지 화물도 15%는 미국 국적선을 이용토록 해 이같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다른 나라와 보호무역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국적선을 이용토록 할 경우 미국의 인건비가 높아 외국배를 사용하는 것보다 국민의 부담을 크게 늘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군수물자의 수송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외국선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이번 걸프전쟁처럼 각국이 전쟁의 필요성에 공감할 때야 수송선박 확보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만일의 경우 미국의 이해와 다른 나라의 이해가 엇갈릴 경우 미국은 군수물자 수송이 어려움 때문에라도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정숭호 기자>정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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