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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 깨진다” 현실적 고려/3의원 구속 연기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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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 깨진다” 현실적 고려/3의원 구속 연기하기까지

입력
1991.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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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의원들까지 「불만 반표」 우려/여론지탄 감안 아직 구속자체는 불변/정부­국회·여­야간 후유증 계속될 듯○…「뇌물외유」 사건의 세 의원에 대한 구속이 이번 임시국회 회기 후(2월9일)로 연기된 것은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원칙고수로 달리던 사건의 처리방침이 한편에 엄존하고 있는 정치현실을 감안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법처리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정부의 방침에 정치적 현실을 고려하는 신중성이 가미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 사건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국민여론이 예상보다 악화되자 가뜩이나 좁아진 운신의 폭 속에서도 여러 경로를 통해 정치성을 고려해 달라는 주문을 해왔던 게 사실.

그러나 이러한 주문에도 불구하고 세 의원의 구속방침이 확정되자 충격을 넘어선 위기의식 속에서 체포동의안처리가 가져올 파경을 우려하기 시작했었다.

여당 의원들마저 『아무리 잘못이 크다 해도 동료의원을 자르는 데는 찬성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고 야당에서는 『회기내 구속을 강행하는 것은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정치적 저의가 숨어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확대해석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구속결정과정에서 소외된 민자당 지도부는 회기내 구속을 강행할 경우 임시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고 개혁입법의 처리 등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제기했고 평민당에는 동의안에 대한 반대는 물론이고 차제에 여권과 일전을 불사하자는 강경론이 있었다.

○…구속연기 결정이 이뤄진 것은 26일 하오의 삼청동 당정회의.

민자당 4역은 의원들의 심상치 않은 반발조짐을 들어가며 구속의 연기를 주장했고 정부측은 수사상의 원칙과 여론을 들어 원칙적인 처리방침을 고수했다.

정순덕 사무총장은 『뇌물사건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민자당은 불구속 수사를 원하고 있으며 회기중에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김윤환 총무는 『여당은 여당대로 내부가 들끊고 평민당이 정면대결로 나오면 6공이고 정치고 뭐고 없는 것 아니냐』고 정부의 원칙고수에 강한 불만을 토로.

김동영 정무장관은 『상식에 맞는 처리를 해야 하는데 자꾸만 강하게 몰아가려는 사람이 있어 큰 일 났다』고 정국운영의 전반적 기조가 강성에 쏠려 있음을 우려.

심지어는 이 자리에서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반란표가 간단치 않을 것이고 이러한 반발분위기가 평민당의 반대와 맞물릴 경우 부결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마저 제기되었다는 것.

또 설사 통과가 되더라도 반대표가 많이 나올 경우 국회의 모습은 일그러질 것이고 정치판은 갈 데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정부측은 구속결정은 고수하되 정치적 현실을 감안해 회기 이후로 구속을 미루고 영장청구 대신 28일 수사전모를 발표하는 선으로 신축성을 보였다.

그러나 구속을 둘러싼 당정간의 이견대립은 구속연기 결정으로 해소되지는 않아 앞으로도 그 앙금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

정부측의 한 관계자는 『사건의 처리방침이 바뀐 것은 아니고 구속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강조했으나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구속자체에 반대한다는 기류가 엄존하고 있다.

○…평민당은 체포동의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했을 뿐 아니라 차제에 정권투쟁차원의 정면대응을 하자는 강경론이 우세했던 실정.

그렇지 않아도 평민당내에는 이번 사건의 전개에 국회무력화를 노린 정치적 저의가 숨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는데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을 경우 이 같은 시각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김영배 원내총무는 『평민당은 계속해서 자숙의 태도를 보여왔다』고 전제,『그러나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는 현역의원을 굳이 회기중에 구속하겠다는 것은 정치탄압의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장 의원들은 『이런 식으로 가면 구속되지 않을 의원이 과연 몇명이나 되겠느냐』면서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이번에 말썽이 난 무역특계자금은 물론이고 다른 비리까지도 파헤쳐야 하고 13대 국회는 해산되어야 한다』고 흥분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성격상 이미 형성돼 버린 부정일변도의 따가운 국민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

평민당이 이재근 의원을 상임위원장에서 사퇴시킨 데 이어 이돈만 의원을 간사직에서 사퇴시키고 또다시 자체징계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구속이 결정되었을 때 김대중 총재가 함구령을 내리고 자숙의 태도를 보이라고 지시한 데 이어 28일 징계문제를 논의하는 것 등은 계속되는 대국민 사과조치의 일환이다.

평민당은 일단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구속이 연기되더라도 이번 사건은 정치권 전체에 계속해서 엄청난 후유증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는 실정.

정치권에는 아직도 구속결정에 승복치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구속연기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체포동의안의 부결가능성 때문이라는 견해마저 있는 실정이다.

즉,정부측에서 이번 사건을 밀어붙이려다 체포동의안 통과라는 벽에 부딪친 것이지 이 사건을 둘러싼 갈등양상은 그대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을 놓고 당정간에,또 정치권 전체와 정부와의 사이에서 노출된 갈등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의 구속결정이 집권후반기 통치권 강화를 위한 배경에서 이뤄졌다는 견해가 있고 정치권은 이 결정이 정치를 무력화시키려는 측면에서 비롯되었다는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이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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