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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반전 연결 속셈/이라크 원유 걸프만 방류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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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반전 연결 속셈/이라크 원유 걸프만 방류 안팎

입력
1991.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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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바다로… 회복에 수십년/식수 심각… 「화공」 군사효과 적어걸프전이 열전장이 될 쿠웨이트에서 원유가 엄청나게 유출,걸프해역을 뒤덮기 시작했다. 다국적군은 이라크가 화공법을 쓰기 위해 쿠웨이트 유전의 원유를 방류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라크 쪽은 다국적군이 폭격한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이 「환경테러」라고 맹렬히 비난한 원유방류는 쿠웨이트의 원유저장소와 원정 등을 파괴,걸프해역을 기름바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 주둔 미군당국은 26일 이라크군이 점령하고 있는 쿠웨이트의 미나 알 아마디 해상 석유펌프장으로부터 걸프 북부해상에 길이 48㎞ 너비 13㎞ 가량의 거대한 기름띠가 형성된 채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사우디측은 『이라크가 저장탱크 안에 있는 원유를 바다로 유출시키고 있는지 아니면 육상 유정으로부터 뽑아 올려 파이프를 통해 방출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여러 상황으로 미루어 하루 10만배럴 이상의 원유가 해상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가 이처럼 기름방류작전을 쓰는 의도는 몇 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하나는 군사적인 측면이다.

이라크는 개전초부터 「불바다작전」을 사용하겠다고 되풀이 위협해왔었다. 이라크는 미군의 대규모 상륙작전 등 본격적인 지상전 돌입을 앞두고 석유지대인 쿠웨이트해안에 불을 지름으로써 화염 매연 등으로 다국적군 작전을 방해하고 미국이 자랑하는 첨단무기의 사용을 어렵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이라크는 이미 지난 22일 쿠웨이트내 일부 유정 등을 파괴,이같은 효과를 노렸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같은 화공법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유의 경우 인화점이 높아 불을 붙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화공으로 미군의 상륙작전을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은 심리전의 일환이다. 이라크는 이번 전쟁이 환경파괴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반전무드를 부채질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전여론을 확산시키면 다국적군의 작전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라크는 이와 함께 걸프지역주민들이 소비하는 담수의 90% 가량을 공급하는 담수시설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후방교란작전」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 미국 등 서방국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환경파괴이다. 부시 미 대통령이 「인간테러」에서 「환경테러」로 대상을 바꾸었다고 이라크를 비난한 데서도 서방세계의 환경파괴 우려가 잘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가 유출시킨 원유량은 지난 89년 알래스카해에서 미 유조선 발데스호가 유출한 26만배럴의 12배에 해당하는 양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양만으로도 걸프지역 생태계 전체에 수십년 간 환경파괴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백45억배럴의 매장량으로 세계 제3위인 쿠웨이트 유전에 불이 붙을 경우 최소한 매일 3백만배럴의 원유가 1년 이상 계속 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 결과 매월 45만톤에 이르는 매연이 발생,대기권 상층부에 두꺼운 연기구름층이 형성돼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 기상이변을 가져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경우 걸프지역의 온도는 햇빛차단 등으로 일부에서는 섭씨 8도 이상 정도나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쿠웨이트의 원유는 2.4%의 유황과 0.14%의 질소를 포함하고 있어 산성비가 내릴 경우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이란 관영 IRNA통신은 불타는 유전으로부터 나오는 연기 때문에 벌써 이란의 부시르시지역에는 끈쩍끈쩍한 검은 비가 내렸다고 야단법석이다.

어류와 조류 등 해양생태계에 대한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83년 이라크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이란 석유시설에서 흘러나온 수십만 톤의 기름띠로 걸프해상은 『어떤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없는 버려진 해안』(당시 유엔보고서)으로 전락했을 정도였다.

특히 걸프지역은 바다가 비교적 얕은 데다 육지로 둘러싸여 있어 피해는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기온이 높으면 기름이 빨리 증발하지만 저온 겨울날씨 때문에 오염도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에 따라 군관계자와 석유전문가 및 과학자 등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방출량이 너무 방대해 바다에 기름확산방지망을 설치한다든지 중화제를 사용한다든지 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실한 해결책으로는 원유저장소나 유조선이 정박되어 있는 곳에 상륙해 밸브를 막아버리는 방법이 있으나 이는 미군의 상륙작전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방법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쿠웨이트 유정에는 유사시 원유의 방출을 중단시키는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수백 개의 유정이 동시에 6개월 이상 불타기는 어려워 세계적인 기상이변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한편 이라크는 이번 기름방출이 지난 22일 미 공군기들이 파괴한 이라크 유조선 2대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 반박,책임을 미국측에 돌리고 있어 미­이라크간에 또 하나의 전쟁이 이루어지고 있다.<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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