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던 업체들까지 기사회생/“경제왜곡·전쟁유발” 거센 논쟁/초국가적 복합체구조 더 강화로 공룡화 지적도걸프전쟁으로 전세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첨단 살상무기의 생산·판매를 통해 때아닌 호경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 등 주요 무기수출국에서는 「군수재벌」의 성격과 역할 재조명작업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즉 1차대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멸시와 비난의 대명사로 통했던 군수산업이 이번 걸프전쟁을 계기로 가장 투자가치가 높고 장래성있는 분야로 비쳐지는 현상은 걸프전쟁의 장기화와 또다른 국제전쟁의 시작을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더욱이 걸프전쟁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각종 하이테크무기 제조회사들은 한결같이 초국가적 기업(TNC)으로 군·산 복합체의 비정상적 먹이사슬구조를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또 군수산업체들은 세계적인 긴장상태나 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그만큼 이윤증대의 기회를 더 많이 갖는 독특한 자본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세계 무기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고 있는 미국의 군수산업체들은 더 비싼 새로운 무기체계의 개발을 통해 무기생산과정뿐 아니라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부문까지 장악,「슈퍼기업」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물론 걸프전쟁에서 이라크가 사용하고 있는 무기의 대부분이 소·중 등 공산권에서 제조된 것이므로 공산국가들도 전쟁특수의 덕을 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 군수산업체의 과세 이전 소득은 미 산업 전체 평균소득의 3배를 넘고 있다.
89회계연도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상위 10대 미 군수산업체는 맥도널더글러스,제너럴다이내믹스,제너럴일렉트릭,레이션,제너럴모터스,록히드,유나이티드테크놀러지,마틴마리에타,보잉,그루만사 등의 순이다.
이 중 미 최대의 군수산업체가 된 맥도널더글러스(MD)는 F4,스카이호크,F15,F18 등,각종 전투기와 우주비행장치까지 만드는 만능회사로서 대이라크 공격에서 파괴력이 입증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생산하고 있다.
1백24억달러의 엄청난 개발비만 쏟아부은 채 의회예산 심의과정에서 폐기될 뻔한 패트리어트미사일의 생산업체인 레이션사는 걸프전쟁으로 기사회생,다시 정상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MD 등 미국의 주요 군수업체들은 걸프전쟁 덕분에 96년까지의 성장발판을 이미 마련한 것이 틀림없다.
사실 81∼86년까지 1조4천억달러를 군비확장에 투입한 레이건 행정부와 달리 부시 행정부는 91년부터 향후 4년간 1천9백60억달러의 국방예산을 감축할 예정이어서 미 군수업체들은 그 탈출구로 대대적인 대외판매를 모색하던 터였다.
영국의 군수산업은 여타 무기수출국과 달리 대부분 국유인데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브리티시 십빌더즈,브리티시 레이랜드,마르코니,롤스로이스,페란티사 등이 재규어전투기와 레이피어미사일 등 첨단무기 생산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제3세계 무기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프랑스는 아에로스파시알,마트라,다소브레게사 등 거대 군수산업체에서 미라주전투기,엑조세미사일 등을 집중판매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독일은 지멘스,텔레풍켄,MBB,도르니어사,일본은 미쓰비시(삼릉),가와사키(천치)중공업 등의 군수산업체를 주축으로 국제적인 무기공동생산계획에 따라 상당한 무기판매이익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지는 무기판매계약은 생산단계에서 대금 전액이 지불되고 주문 국가의 정부도 정책금융으로 지원하는 관계로 뒷거래 이윤이 생산가격의 50%가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외무기판매계획(FMSP) 군사원조계획(MAS) 경찰원조계획(PAP)을 통해 세계 무기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군수산업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 과학기술자의 25%가 군수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미국인 10명 중 1명은 군수산업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군수산업체는 거대한 군사력의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어 걸프전쟁을 통한 군수산업의 부흥이 생산적이고 건전한 경제구조 정착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10억달러의 투자를 했을 때 군수산업은 3만5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건설업은 7만6천,교육분야는 무려 1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주요 경제전문가들의 연구는 군사비 지출을 통한 총생산량의 증대가 경제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것임을 입증해주고 있다.
또한 군수산업의 비대는 동서 긴장완화로 조성된 국제적 화해무드에 제동을 걸 수 있으며 비군사부문의 발전에도 장애가 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걸프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기제조에 활용된 각종 최첨단 과학기술이나 지식이 의료·우주개발 등 민수용 산업에 집중 활용되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걸프전쟁은 세계 주요 군수산업체들에 막대한 소득과 재기의 발판을 제공해주는 것과 함께 고가의 첨단무기 개발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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