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선수에 끼워팔기」 일반화/비인기선수 「웃돈 동행」/「4강특혜」 노려 로비치열 승패 담합 일쑤/사례비 3억까지… “실력 있어도 안심 못 해”지난해 모 대학 야구부에 체육특기자로 입학한 김 모군(21)은 운동이 적성에 맞지 않는 데다 강의도 따라갈 실력이 못 돼 한동안 방황하다가 최근 미국유학을 떠나버렸다.
김 군은 고3때 도저히 대학 들어갈 실력이 안 되는 것을 안 아버지로부터 『대학진학은 내가 책임질테니 운동을 해보라』는 말을 듣고 야구부에 가입,난생 처음 야구글러브와 배트를 만져봤다.
김 군의 아버지는 고교담임,야구코치,지망대 야구코치에게 2천만원씩 주고 아들을 실력이 뛰어난 우수선수에 묻혀 사립명문대 경영학과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 대학에서 우수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비인기선수 3∼4명을 함께 데리고 가는 「끼워팔기」 수법을 이용한 이 같은 입학부정은 체육특기자들의 부정입학 사례 중 가장 흔하면서도 초보적인 수법이다.
체육계도 예능계 못지않게 부정입학과 금품거래로 부패해 있다. 특기자와 비특기자를 가릴 것 없이 부정과 비리가 판을 치고 있는 체육계 부정입시는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를 돈과 권력으로 먹칠하고 있다.
모 대학 체육학과는 한때 「교수자녀과」로 불렀다. 85년의 경우 김모 교수의 딸 등이 대학교수 자녀 3명이 합격했고 87년에는 모집정원의 절반인 20여 명이 이 대학을 비롯한 각 대학 교수들의 자녀들로 채워져 의혹의 눈길을 받았다. 『교수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체육학과학생회가 다음해 입시부터 실기고사장에 직접 나가 채점상황을 점검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모 여대의 교수 아들 2명이 명문대 체육학과에 나란히 합격한 것이나 이 명문대 교수의 딸 2명이 역시 모 여대에 합격한 것도 교수들끼리 서로 자녀를 합격시켜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합격보장금조로 주는 사례비는 1천만∼3억원으로 예능계와 마찬가지로 수험생의 실력과 종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충분한 실력이 있더라도 수백만∼수천만원씩 과외강사나 지망대 교수에게 주어야 하며 사례비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모 대학 체육학과를 지원한 박 모양(20)은 실력은 충분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체육 과외를 지도하던 지망대학 강사에게 3천만원을 건네주었으나 낙방했다.
같은 강사에게 지도받던 타교 학생이 도무지 합격권 실력이 안 되자 1억원을 써 자기 대신 합격하게 된 사실을 발표 전에 알게 된 박 양의 부모는 강사에게 『이 사실을 고발하겠다』고 협박,합격자가 바뀌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체육특기종목이 다양한만큼 입시부정에 동원되는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모 여대 체육과 조교 김 모씨(27·여)는 핸드볼 실기고사 때 사전에 합격시켜 주기로 한 학생이 나오면 채점위원인 교수의 신호에 따라 볼을 연결해주는 조교가 슛동작 연결이 쉽도록 볼을 배급하는 수법이 일반화돼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격의 경우엔 미리 잘 맞힌 표적지를 갖고 있다가 수험생의 진짜 표적지와 바꿔치기해 점수를 올려주는 수법이 동원된다. 몇 년 전에는 전국체전에서도 이와 똑같은 수법이 적발된 사례가 있다.
체육기량이 뛰어난 선수에게 상급학교 진학혜택을 주기 위해 72년부터 실시된 체육특기자 제도는 입시 때만 되면 부정입학으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4강제도. 복싱이나 축구 등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종목은 전국규모 대회에서 4위 이상 입상해야만 특기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많은 고교대회 구기종목에서 8강전부터 심판매수·승부조작 등 4강진입을 위한 치열한 로비가 벌어지며 일부 종목에서는 승패를 담합하는 사례까지 생긴다.
농구명문인 모 고교 농구선수 최 모군(17)은 워낙 실력이 처져 한 번도 주전으로 뛰어본 경험이 없다. 체육특기자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최 군의 부모는 감독에게 1천만원을 주고 『전국대회에 한 번만 주전으로 뛰게 해 달라』고 부탁,최 군은 잠시 동안 경기에 출전,동료들 덕분에 특기자 자격을 얻었다.
종목간의 불균형도 심해 종목에 따라 수혜자가 들쭉날쭉이며 골프 등 일부 종목에서는 주니어대회 등이 난립하기도 한다.
인기 구기종목의 경우 고교 우수선수는 대학으로부터 거액의 장학금과 보조비를 지급받지만 특기자 혜택도 못 받고 실력도 없는 선수들은 고교·대학 감독에게 거액을 바쳐야 한다.
이 때문에 구기종목의 명문고 감독들은 호화자가용을 몰고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요즘은 프로야구 감독보다 명문대나 명문고 감독이 더 낫다』는 말까지 퍼져 있다.
특기자 선정을 둘러싼 부조리 사례 중에는 특정팀과 선수가 4강에 들도록 하기 위해 일부로 져주거나 아예 출전을 포기하는 「져주기」 수법이 일반화돼 있다.
지난해말 열렸던 한 골프대회에서는 입상경력이 없어 애가 탄 학부모들이 이미 입상한 선수들에게 압력을 넣어 출전을 포기토록 만들기도 했다.
상비군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7개 구기종목에 적용되는 고교상비군제도는 4강에 들지 못한 학교의 우수선수를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련된 것이나 엉뚱하게 실력은 없고 돈은 있는 학생들을 대학에 들여보내는 수단이 돼가고 있다.
부유층 자녀들의 스포츠로 알려진 승마 골프 아이스하키 등의 경우 거액의 돈을 들여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1년 정도 형식적으로 팀을 따라다닌다. 그러나 실력이 없어 결국 운동을 그만두고 일반학생이 되지만 역시 강의를 따라가기가 힘들어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일부 대학에서는 운동을 그만두는 조건으로 다시 거액을 요구하거나 학교시설·운동시설 등의 기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국가대표 유도선수 출신으로 최근 교수가 된 정 모씨(38)는 『얼마 전 입시생 부모로부터 사례비 5천만원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했다가 동료 교수들의 빈축을 샀다』면서 『스포츠정신이 아무리 타락했다지만 입시에서조차 금품거래가 버젓이 자행되는 데 큰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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