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 국회 끝장” 정가 초긴장/대세론속 국회 큰 파란 걱정 여/일단 자숙… “필요땐 모든 조치” 야/김 평민총재 중대연설 준비설… 여론도 변수「뇌물외유」사건이 정치권의 기대와는 달리 구속으로 매듭지어지자 정치권은 「13대 국회 파장론」이 제기되는 등 충격을 넘어 위기감에 싸인 모습이다.
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국회통과가 엄청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정치권 전체의 휘청거리는 모습이 갈수록 확연해져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권의 분위기는 분노한 국민감정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파문이 쉽게 수그러질 것 같지도 않다.
○…민자당은 뇌물외유사건 관련 세 의원의 구속이 확실해지자 불가항력의 「대세」로 받아들이면서도 체포등의안 처리 등 향후의 정치적 파장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이날 상오 국회 본회의에 앞서 김종필 최고위원과 만나 10여 분 간 밀담을 나눈 뒤(박태준 최고위원은 감기로 불참) 김윤환 원내총무 정순덕 사무총장 김동영 정무1장관을 차례로 불러 대책을 협의한 데 이어 하오에도 정 총장 김 총무와 다시 만나 구수회의.
구수회의 후 김 대표는 『이번 문제와 관련해 내가 직접 아무 얘기도 한 적이 없으며,할 말도 없다』고만 언급했고,정 총장은 『유구무언』 『칼자루는 우리가 쥔 게 아니니…』라고 굳은 표정으로 정부측을 향한 듯한 코멘트.
김 최고위원은 사태의 추이를 묻자 다소 퉁명스러운 어조로 『뭐가 그렇게 급해. 두고 봅시다』라고 대답했으나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큰 파문이 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고약한 전제만 하느냐』고 말해 「구속의 대세」를 인식하는 태도.
정 총장은 이에 앞서 『검찰입장은 모르겠으나 우리로서는 이번 회기중 체포동의안이 안 넘어왔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실토하면서 『만약 넘어올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느냐』 『과거에도 회기중 체포동의안 제출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없었는데』라고 부연.
정 총장은 『그러나 동의안이 제출되면 처리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못박으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부측과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협의한 바 없다』고 강조해 정부측과 여론을 동시에 겨냥하는 인상.
김 총무는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할 실질당사자인데다 사건을 보는 자신의 시각까지 겹쳐 한결 어두운 표정으로 푸념 반 기대 반의 언급만 계속.
김 총재는 『여론은 잘 느끼고 있지만 막상 표결에 들어가면 반란표가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당 내부설득도 설득이지만 평민당측은 더 큰 문제이며 특히 의장단의 어느 누가 사회봉을 잡으려고 하겠느냐』고 걱정.
김 총무는 『구속이 몰고올 여파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자세히 전달했으므로 이제 통치권자의 결단만 남았다』고 한 가닥 기대를 버리지 않으면서 『평민당 김대중 총재가 어떤 내용의 대표연설을 할지 모르겠다』며 궁금해 하는 눈치.
김 장관은 『솔직히 말해 문제의 무역특계자금을 상공위만 썼느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다가 서동권 안기부장과 10여 분 간 통화하고 나서 『정부측이 당초보다 훨씬 강경해진 것 같다』고 한숨.
김 장관은 이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노재봉 국무총리·김대중 평민당 총재를 찾아가 귀엣말을 주고받아 눈길.
○…민자당내 각 계파는 사사건건 이견과 갈등을 보여왔던 「전력」과는 달리 사석에서나마 이구동성으로 구속방침이 못마땅하다는 견해를 밝혀 「동병상련」의 모습.
이같은 분위기는 박진구 의원이 속한 민정계,더 좁게는 월계수회 의원들은 물론 민주·공화계 평의원들에까지 골고루 퍼져 있는 형편.
민정계의 한 의원은 『핵심부에서 노태우 대통령의 통치권 강화를 노려 세 의원의 구속방침을 정했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으나 체포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통치권은 오히려 누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 『한마디로 동료의원의 목을 자르는데 누가 흔쾌히 찬성하겠느냐』고 지적.
민주계의 한 의원도 『만약 반란표가 적지 않게 나오면 통치권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가 여론에 의해 또 한차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고 공화계의 한 의원은 『정부측은 바로 이 점을 노려 체포동의안을 제출하려 들 것』이라고 분석.
이같은 반응은 결국 의원들이 이번 사건이 각 정치세력간의 이해다툼에서 비롯된 게 아니고 정치권 전체가 타격을 받는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들인데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의원들의 솔직한 심정은 이 마당에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설명.
반면 또 다른 의원은 『이번 사건만 보면 정치권이 입이 열 개 있어도 할 말 없는 게 사실 아니냐』고 반문하며 정치권의 온정론만으로 사회통념을 대항하기 역부족임을 자인.
○…평민당은 이날 상오 사태가 우려했던 쪽으로 굴러가고 있음이 분명해지자 할 말은 많지만 일단 자제하겠다는 태도.
박상천 대변인은 이날 아침 『겸허하고 자숙하는 자세로 사태추이를 지켜본 뒤 그 결과에 따라 당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만 간단히 발표했는데 김 총재는 국민감정을 감안해 단단히 함구령을 내렸다는 후문.
박 대변인은 이어 『오는 28일의 총재단회의에서는 이재근·이돈만 의원에 대한 당차원의 문책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해 사태수습에 임하는 당의 단호한 입장을 거듭 확인.
그러나 일부 소장의원들은 검찰의 구속방침에 크게 분개하는 모습인데 조홍규 의원은 『국회의원의 부패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면 그 수장인 박준규 국회의장과 최다선 의원인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먼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특히 뇌물공여 책임이 있는 무역협회장·상공부 장관도 당연히 구속해야 할 것』이라고 흥분.
평민당의 이날 『겸허·자숙한 뒤 결과에 따라 당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요지의 공식반응은 그 동안 언급을 자제해오던 김 총재가 아침 지자제회의 직후 「특별지시」의 형태로 직접 발표케 했다는 것. 또 이에 대한 1차조치로 28일 총재단회의에서 두 의원의 징계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선내부정리」를 밝히자 김 총재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집중.
특히 김 총재는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거의 매일 동교동 자택을 떠나 시내 모처에서 밤을 새워가며 오는 30일의 국회대표연설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김 총재의 「모든 조치」가 실려 있을 수밖에 없는 대표연설의 내용이 관심사로 부상.
일부 의원들은 이번 사건의 성격이나 국민감정을 고려,문자 그대로 「겸허·자성의 변」일 것이라고 예단하는 데 비해 또 다른 일부 의원들은 김 총재의 이번 연설은 좁게는 현정권,넓게는 여야 정치권 전체에 대한 모종의 「중대선언」이 포함될 소지도 있다고 주장. 이는 지난 89년의 공안정국,90년의 3당합당과 날치기법안 통과 등이 모두 영수회담 직후 발생했던 점을 감안해 정치도의상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서 비롯.
평민당은 설마하다가 구속이 확정되자 깊은 충격 속에 향후 정국에 일 「파란」을 우려.
특히 의원들은 정부의 구속방침에 대해 「법적 형평성」(?)에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세 의원에 대한 동정의 정도 함께 표시.
의원들은 구속결정의 이면에 「정치권 무력화」의 기도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감추지 않는 등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
김 총재는 이날 상오 본회의 도중 김 정무1장관과 한 동안 밀담을 나누는가 하면 김영배 총무,김원기,이상수 의원 등과 장시간 뭔가를 숙의해 이미 구속방침을 알고 있었으리라는 추측.
김봉호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할 말은 많지만 기자들에게 해줄 말은 없다』면서 『어제 하오에 정 민자총장을 만났을 때 구속은 안 될 것이라고 했는데…』라며 침통한 표정.
김영배 총무도 『아직 아무런 공식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월요일에 의총이라도 소집해야겠다』며 시종 굳은 얼굴. 김 총무는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의 방침에 정해진 바는 없으나 정치권이 몹시 심각한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변.
박상천 대변인은 『검찰의 구속결정은 법적용의 형평성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나는 동의안 제출 가능성을 반신반의하고 있었다』며 억지로 믿고 싶지 않다는 표정.
김영진·홍기훈 의원 등도 『구속은 검찰의 단독결정이 아니라 여권 강경세력의 작품』이라면서 『이는 명백한 정치권 무력화 기도』라고 분통.
○…박 의원은 하오 4시30분께 국회 기자실로 찾아와 기자회견을 자청,외유사건에 대해 거듭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민자당 탈당을 선언.
박 의원은 『외유사건으로 국민과 민자당 총재인 노태우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이 순간 민자당을 떠나는 것이 국민과 당을 위해 올바른 길』이라며 탈당의 변.
그는 『당지도부와 탈당문제를 협의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상의를 할 경우 오히려 윗분들이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며 독자 결정임을 강조.
그러나 이에 앞서 박 의원은 정 총장과 한동안 면담을 나눠 그 자리에서 협의가 이뤄졌거나 여권핵심부의 강성기류를 포착하고 우발적으로 결정했을 것이라는 엇갈리는 관측이 대두.
이에 앞서 박 의원은 하오 3시께 국회로 와 곧바로 본회의장에 들러 김 대표와 최고위원의 의석으로 찾아가 인사.<조명구·유성식 기자>조명구·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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