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ℓ에 2ℓ 줄여 배달료 대신 관행화” 업자/“공식인정은 곤란” 소비자 합의에 맡겨 당국정부와 석유판매상간에 가정용 난방연료인 등유의 배달료를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소비자들만 판매상의 정량미달판매와 배달거부로 골탕을 먹고 있다.
최근 서울시내 일부 석유판매상들은 15ℓ짜리 불법용기에 담은 등유를 20ℓ 가격으로 판매,그 차액을 챙겨온 업자들을 정부가 잇달아 구속시키고 세무조사까지 실시하자 이에 항의,배달을 거부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판매상들은 현재 20ℓ짜리 등유 1통을 팔면 2백85원의 이윤이 남는데 이 정도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면서 특히 인건비가 비싸진 요즘엔 배달료만큼 양을 줄여 팔지 않으면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적정이윤보장과 배달료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자부는 배달료를 공식적으로 인정,이를 고시하게 되면 결국 등유가격의 인상효과를 가져온다며 배달료를 불허해왔으나 지난 24일 한발 양보,소비자와 협의가 되면 배달료를 받아도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배달료 양성화 조치는 아직 소비자와 일선 소매업자들에게까지는 전달이 되지도 않은 상태이며 배달료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소비자와 업자들간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사실 정부가 소비자와 협의가 되면 배달료를 받아도 좋다고 하는 입장표명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고 정책의 변화라고 볼 수도 없다.
정부가 고시하는 모든 석유제품값에는 배달료의 개념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가서 사지 않고 배달을 요구하게 되면 당연히 배달료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당연한 것을 행정력으로 눌러왔기 때문에 통상 18ℓ짜리 용기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던 것.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등유 20ℓ짜리 1통에 4천8백원이라고 하는 정부의 고시가격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왜 돈을 더 줘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인식을 하지 못했고 석유판매상들은 소비자들이 배달을 요구하면서도 배달료 지불을 꺼리기 때문에 변칙적으로 18ℓ짜리 용기를 사용,2ℓ(4백80원) 만큼의 사실상의 배달료를 받아왔었다.
이같은 관행은 소비자들만 몰랐을 뿐 정부와 석유판매상들간에는 서로 묵계가 돼 왔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이유는 일부 업자들이 걸프전쟁과 관련,등유의 가수요현상이 확산되자 16∼17ℓ짜리 용기를 사용하는가 하면 심지어 15ℓ짜리 용기를 사용함으로써 정부가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
당국이 수치상의 물가인상률만 줄이기 위해 「눈가리고 아옹」식의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소비자들만 그 동안 손해를 보았으며 결국 문제가 확산되고 만 것이다.
처음부터 배달료에 관해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고 20ℓ짜리 법정용기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하는데 정량에 미달되는 용기가 관례화된 것을 알고도 방치해 왔던 것.
또 18ℓ짜리는 묵인하고 15ℓ짜리 용기는 불법이라고 하는 당국의 발상도 원칙이 없는 것이어서 업자들간에는 『재수가 없어 걸려들었다』고 하는 불신풍조를 만연하게 만들었다.
각종 용기에 실제용량을 표기,정량판매를 하되 배달료는 소비자와 협의하여 자율적으로 정하라는 배달료 양성화 조치가 일단 내려졌으나 아직도 배달료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석유판매상들은 소비자가 배달을 요구하면 『정량대로 판매할테니 배달료를 물것인가』 또는 『18ℓ짜리 용기로 배달해도 좋겠느냐』는 질문을 던져 소비자가 승낙하는 경우에만 배달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같은 새로운 배달판매양상에 어리둥절해 하면서 과연 업자들이 주장하는 용량을 믿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불신의 벽만 높아지고 있다.
또 배달료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자칫 업자들의 관행으로 돼온 20ℓ 1통당 5백원선이 굳어져 버릴 가능성도 많다.
정부는 배달료 책정문제를 석유판매업자들의 이익단체인 전국석유 일반유통협회를 통해 각 지역별로 배달료를 자율책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 단체는 아직 정부의 인가도 받지 못했으며 업자들간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들이 상존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어정쩡한 배달료 양성화조치를 발표해 놓고는 정량미달판매나 배달거부업자에 대해 영업취소 등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실시될 유류가격 자율화제도를 앞두고 민생유류인 등유의 소매가·배달문제를 분명히 매듭지어 유류가격의 체계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석유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방준식 기자>방준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