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군 의료단 활동 사우디 표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군 의료단 활동 사우디 표정

입력
1991.01.26 00:00
0 0

◎잦은 “캄맘” 구호… 방독면 쓴 채 잠자/담맘시민 지다피란… 거리 한산/도로엔 군수품 수송트럭 쉴 새 없이 북상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와 다란시민들은 간헐적인 이라크의 야간미사일 공격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24일 담맘시내의 거리는 시민들의 상당수가 미사일공격 사정권 밖인 지다시로 파란을 가 한산했고 운행하는 자동차도 거의 없었다.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 군인들만이 곳곳을 지키고 있었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미군차량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담맘시 옆 다란 국제공항은 개전 직후 폐쇄돼 을씨년스런 모습이었고 주차장에는 피란민들이 두고 간 자동차가 빼꼭이 차 있었다.

한국군 의료지원단의 야전병원이 있는 다란 북동부 알누아이리아로 가는 도로에서 다국적군의 트럭들이 쉴 새 없이 군수물자를 북쪽 쿠웨이트 국경부근 전선으로 수송하는 모습은 지상전 임박설을 실감하게 했다.

교민들에 의하면 이미 지난주부터 미군의 대형 트레일러들이 군수물자를 다국적군 진지로 수송하기 시작했다.

이날 하오에도 쿠웨이트 국경으로 가는 도로에서는 미군의 대형 트레일러들이 M1A1에이브럼스탱크를 수십대나 수송했으며,영국 스코틀랜드 등 다국적군도 각종 군수품을 트럭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도로변 사막지역에는 미군과 사우디 군인들이 곳곳에 기관총이 장착된 전투지프로진지를 설치,지상전에 대비하고 있었다.

현지 군 관계자들은 3월초부터는 라마단(금식월=한달간 일출 이후 일몰 때까지 식음을 전폐하는 이슬람교의 종교의식)이 시작되고 사막작전을 가장 어렵게 할 모래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점 등을 들어 그 전에 다국적군의 총공세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군의료지원단의 주둔지인 알누아이리아 야전병원 지역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근 다란이나 심지어 리야드에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이 떨어질 때마다 화학전에 대비한 비상이 발령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비상발령수단이 없는 알누아이리아 야전병원의 사우디 경비병들은 육성으로 『캄맘』(아랍어로 가스라는 뜻)이나 『케미컬』(화학의라는 영어단어)을 외친다. 우리 의료진 선발대는 『캄맘』 소리만 들리면 잠자리를 박차고 방독면을 뒤집어 쓴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상황종료」는 날이 밝은 다음에야 전달되므로 방독면을 쓴 채 잠에 곯아 떨어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리야드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들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의 화학전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22일 새벽 리야드에 이라크의 첫 미사일이 날아온 후에는 가정용 소모품의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슈퍼마켓에는 개점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 가스유입을 막을 접착용 테이프,소형 카펫 등이 순식간에 동났다.

한국산 방독면의 인기는 아주 높다.

지난 14일 사우디에 온 의료지원단 선발대가 한국교민들에게 국산방독면 2천여 개를 나누어준 뒤 각종 방독면을 접해본 사우디 국민들은 한국산을 단연 최고로 꼽고 있다.

걸프전쟁의 양상이 다국적군의 대규모 공습전에서 지상전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국군 의료지원단의 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둘기 공수작전」 이모저모/현지교민 공군기 태극마크 보자 감격/15국과 영공통과 협의… 베트남은 우회/인 거부… 특별기 접속공항 급히 변경도

【담맘(사우디아라비아)=국방부 공동취재단】 24일 상오 8시16분(한국시간 하오 2시16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다란 국제공항. 전날인 23일 밤에도 이라크가 이곳을 향해 미사일 2발을 발사해 한밤중에 시민들이 방독면을 쓰고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던 전쟁지역이지만 이날 아침은 비가 온 뒤 곧바로 개 한국의 가을같이 선선한 바람까지 불었다.

C130 허큘리스 수송기 2대가 공항 활주로에 사뿐히 착륙하자 두 수송기에 타고 있던 한국군 의료지원단 본대요원 1백34명은 현지 안착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계류장에는 이미 주병국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와 현지 주민,의료지원단 선발대요원 등 50여 명이 나와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환영했다.

전쟁통에 경황이 없으면서도 교민들은 고국의 장병을 이 태극마크와 「대한민국 공군」이라고 선명하게 쓰인 공군수송기를 타고 이역만리전장에 나타나자 모두들 감격해 상기된 모습이었다.

교민들은 최명규 단장(대령·군의관) 등에게 꽃다발을 걸어주며 동생·친지를 대하듯 정겹게 맞아주었다.

국군의료지원단 파견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공군의 지원단 본대요원 현지공수작전. 지난 20일 「비둘기공수작전」의 발대식을 가진 비둘기 공수비행대(조종사 8명 등 30명)는 21일 수송기 2대를 몰고 필리핀의 클라크 미 공군기지와 방콕국제공항을 거쳐 22일 카라치공항에 도착,본대요원들을 태우고 올 대한항공 DC10특별기를 기다리며 대기했다.

24일 새벽 2시(현지시각) 이곳에서 본대요원 1백34명과 국방부 공동취재단의 기자 5명 등 1백39명을 태운 공군수송기는 새벽 5시15분 이륙,2천㎞ 가량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란을 향해 비행했다.

중립국인 인도와 공산체제인 베트남,사회주의 국가인 미얀마 등을 지나야 하는 이번 비행은 군용기의 영공통과나 급유를 위한 중간 기착 등의 어려움이 많았다.

베트남 영공은 우회해 통과하지 않았고 인도 봄베이공항이 재급유를 거부해 대한항공특별기와의 접속 공항을 파키스탄의 카라치로 급히 바꿨다.

친이라크성향의 파키스탄에서는 전쟁발발 후 반전 반미 데모가 심하고 테러위협도 커져 한국공군기가 기착한 24일 새벽 본대요원들이 공군수송기에 탈 때 무장군인들이 주변경계를 하기까지 했다.

한 조종사는 『비둘기 수송작전은 서울서 다란까지 가기 위해 무려 15개국과 영공통과문제를 협의했고 서울귀환 때까지 총 3만1천6백80㎞(쉬지 않고 조종할 경우 58시간 소요)를 비행해야 하는 난임무』라면서 『한국공군의 막강한 전력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