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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비리/이대로 둘수없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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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비리/이대로 둘수없다:3

입력
1991.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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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암호 총동원 “첩보영화 방불”/심사원끼리 시험전 담합/화장·의상 등 수법 다양… 특정악기 사용까지/수험생 연주테이프 돈과 함께 돌리기도예체능계 입시부정에는 프로야구나 007첩보영화에 나올 법한 각종 「사인」과 「암호」가 동원되고 가장 추잡하고 치졸한 암거래수법이 모두 등장한다.

시장거리의 초보적 상거래 질서보다 저급한 복마전 뒷거래의 와중에서 예술이나 교육은 실종되고 축재와 끝없는 잡음,추문만이 쌓여간다.

이번에 터진 서울대 음대 입시부정사건은 계약방법과 신호수법상 가장 고전적이고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게 예체능계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의 중론이다.

이들은 실기고사 2∼3시간 전 심사위원 위촉통보를 받은 뒤 재빨리 서로 연락을 취해 각자가 청탁받은 수험생의 숫자를 조정하고 신호방법을 알려주었다.

2∼3시간이면 전화연락은 충분한 데다 고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휴게실 등에 자연스럽게 모여 있게 되기 때문에 이들의 담합은 누워서 떡먹기였다.

실기고사가 시작되면 심사위원들은 각자가 연주기법을 익히 알고 있는 수험생의 연주 때 귀·코를 만지거나 손바닥을 비비고 시계를 끌러 책상 위에 올려놓는 등의 신호를 통해 점수를 몰아줬다.

소리를 내는 악기를 사용하는 음악 실기고사에서는 수험생이나 반주자가 연주하는 악기 자체가 돈을 썼음을 알리는 원천적 신호장치이다.

지난해 E여대 성악과에 응시했다가 낙방한 최 모양(19)은 『시험 전 노래가 끝날 때 반주자는 세 음을 차례로 누르는 코드를 사용하라는 주의사항이 전달됐는데 묘하게 한꺼번에 세 음을 누르는 아르페지오를 쓰는 반주자들이 있었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반주자가 아르페지오로 끝낸 학생들은 모두 합격했다』고 주장했다.

최양은 또 일부 학생들은 노래를 끝낸 뒤 일부러 기침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명교수에게 레슨을 받지 않고는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풍토에선 특별히 신호를 하지 않아도 어느 수험생이 누구의 제자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제외한 일부 관현악기들은 전공교수가 극히 적어 어느 수험생이 누구의 레슨을 받고 낙점을 받았는지 서로 얘기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후기대 실기고사 때 관악기 전공자를 뽑는 동덕여대와 상명여대는 서울지역의 관악기 전공 교수들이 서울대 음대사건으로 대부분 구속되거나 수배되는 바람에 심사위원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다가 작곡과 교수들을 대신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기도 했을 정도다.

재력이 있는 수험생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은 녹음테이프 돌리기. 실기고사 직전 심사위원 명단을 알아내 수험생의 연주를 녹음한 테이프를 배달해 연주기법과 특색을 알려주는 방법이다.

녹음테이프 상자에는 수표나 현찰뭉치가 동봉되는 게 보통이다.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리케이드(돈)를 친」 표시를 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술의 경우는 도화지 끝의 감독사인란에 감독교수가 사인의 색깔을 달리해주는 게 널리 통용되는 수법이다.

이와 함께 실기고사 전에 석고데생이나 정물시험의 주제를 미리 알려주고 사례비를 챙기기도 한다.

지난해 2천만원을 써 아들을 J대 미대에 합격시킨 이 모씨(50)는 『시험 이틀 전에 「그림에 나오는 송아지 목에 점을 그리고 방울을 달아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시키는 대로 해 합격은 했지만 그림의 주제를 어떻게 미리 알려주는지 아직도 수수께끼』라고 털어놓았다.

무용은 화장 의상 신발 등으로 합격생과 불합격생이 구분된다.

고교시절 수차례 콩쿠르에서 입상하고도 2차례 입시에 낙방했다는 박 모양(20)은 『실기고사 때마다 같은 곳에서 맞춰 입은 듯한 의상을 한 학생들이 있었고 이들은 모두 합격했다』며 『흰색만 입도록 하더라도 디자인 등에서 차이 나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89년 11월 서울 예원여고에선 낙방생 학부모 1백여 명이 『합격한 학생들이 모두 심사위원들의 제자』라며 『특정사 제품인 흰색 신발을 신고 춤을 추었다』고 학교로 몰려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H대 무용과 조교 김 모씨(25)는 『의상 신발 등에 대한 말썽 때문에 규격과 색깔기준이 엄격해지자 요즘은 아이섀도 등 화장으로 표시를 하고 있다』고 갈수록 신호수법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체육계도 부정입학과 금품거래가 성행해 교수와 다리를 놓기 위한 체육과외까지 등장한 지 오래다.

K대 체육과 조교 이 모씨(28)는 『매년 상당수의 학생들이 부정입학하고 있다』며 『1백m 채점 때 출발 뒤 3∼4초 후 스톱워치를 작동시키는 등의 수법은 적발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골프 승마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등 지원자가 드문 종목을 골라 거액을 쓰고 입학하는 것도 신종수법이다.

지난 88년 K대에서는 경영학과에 승마특기자로 입학했던 전 모군(당시 19세)이 몸무게가 90㎏이나 돼 『어떻게 그런 거구가 승마를 하느냐』는 총학생회의 항의에 시달린 끝에 유학을 가버린 일도 있었다.

부정입학은 대개 수험생과 교수 사이에서 중개인 노릇을 하는 강사·조교급 레슨선생들을 통해 계약이 이루어지지만 교수가 직접 수험생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얼마를 쓰겠느냐』고 물어오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아예 학교당국 또는 재단과 직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모 대학 기획과장 P씨는 『그 대학은 1인당 얼마씩이면 되느냐는 괴전화가 걸려왔었다』며 『거절하자 「그러니 학교가 발전이 없지 않느냐」고 꾸짖기까지 해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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