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불가피” 기울자 충격·침통/통치차원서 국민감정 대변 청와대/여론 감안 “조기 매듭” 분위기 민자당/“설마가 현실로”… 대응책 부심 평민당○정치권 입지 좁아질듯
○…「뇌물외유」사건의 3명 의원이 25일 하오 검찰에 출두,철야조사를 받고 내주초께 체포동의안의 국회 처리절차를 거쳐 구속될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이 사건에 쏠리는 국민감정이 생각보다 훨씬 더 악화돼 있다는 점에 놀라는 모습이며 구속이 가져올 엄청난 파장을 우려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자당은 여권핵심부의 강성기류를 뒤늦게 감지하고 당혹해하고 있고 평민당은 초조한 분위기에서 사건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지만 정치권 전체가 가뜩이나 좁아진 입지가 더욱더 어렵게 될 것이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집권후반 구도 연관
○…청와대는 주초께부터 국회의원들의 뇌물성 외유사건에 대해 내심 「초강경」의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자칫 검찰수사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라는 눈총을 받을 우려가 있어서인지 애써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당초 『세 의원의 외유자금이 수사결과 뇌물로 밝혀질 경우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검찰수사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이 성립되는지 여부에 대해 미심쩍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검찰로부터 「확증」의 보고를 받았음인지 지난 23일께부터는 『불법·비리에는 예외가 없다』 『관례라 할지라도 의원이 뇌물을 받았을 때는 사법처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으로 급선회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24일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대국민 공식사과를 상기시키면서 『도대체 집권당(민자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해 정부가 세 의원을 구속키로 방침을 정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만약 세 의원의 범죄사실이 확실해졌음에도 그 처리가 유야무야된다면 정부 내부는 물론 사회 전체에 영이 서지 않을 것』이라며 구속불가피론의 배경을 털어놓기까지 했다.
세 의원의 「뇌물외유」 사실은 지난주말께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이때 노 대통령은 대단히 진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에 따라 지난 18일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의 정례회동 때 이 시간을 거론하고 국회의원의 윤리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
청와대는 또 그 동안 검찰의 수사진행에 따른 여론의 흐름을 면밀하게 분석해왔으며 이를 토대로 세 의원 뇌물사건에 대한 「정공법」의 대응자세를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초강경자세 배경에는 노 대통령 집권 후반기를 겨냥한 통치기반의 견고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있음도 유의해볼 대목이다.
노태우 대통령과 정부가 취해온 최근 일련의 사회기강확립방침이 그 배경적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노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이 터진뒤 『만약 의원들의 범법행위가 밝혀지고도 그 처리가 흐지부지된다면 향후의 노 대통령 통치권 행사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해왔다.
따라서 세 의원에 대한 구속방침은 「예외없는 검찰권 행사」라는 검찰의 확고한 자세와 집권 후반기를 맞은 6공정부의 정치권에 대한 일벌백계 의지가 맞아떨어져 취해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주변의 대체적 시각인 것 같다.
○당차원으론 대책 한계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던 민자당은 세 의원의 구속방침이 대세를 이뤄가면서 사건의 조기 매듭을 위한 수순마련에 가닥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민자당은 그간 사건에 대한 비판여론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정치권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껴온게 사실. 그러나 이날 세 의원의 검찰 출두와 함께 사건의 진행양상이 급박한 흐름을 띠어가고,일반여론의 수위도 당으로서 손을 써볼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이에 적극대응해한야다는 판단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당지도부가 이날 상오부터 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상황을 고려하기 시작한 언행들이 민자당이 설정한 대처방식이 한 갈래로 정리돼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민자당이 그 동안 사건에 대한 「인식」을 청와대측과 다소 달리해온 듯한 자세가 지역구 출신 현역의원의 「집단구속」이 정치권에 몰고올 파장을 염려한 데서 비롯됐지만 이같은 정치권 내부의 분위기보다는 국민 일반의 상식적 감각을 사건수습의 중요변수로 상정한 청와대측의 행보에 보조를 같이해야 한다는 판단을 우선시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지도부는 당으로서 맞이할 최악의 사태일 체포동의안 처리가 국회 표결과정에서 「반란」 기류에 부딪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새로운 고민에 휩싸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간 당내일부에서는 당외의 「빨바른」 행동방식에 우려와 함께 적지 않은 문제제기를 해온 분위기가 있어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날 하오 박 의원이 검찰청으로 떠난 직후 정순덕 사무총장 김윤환 원내총무 등 주요 당직자들이 『검찰 조사결과를 지켜보자』는 표정 일색이었던 것은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지도부가 주도해야 할 내부 「설득」의 고충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날 하오 노태우 대통령을 정례면담한 김 대표는 밤 9시50분께 귀가했으나 보도진과의 면담을 사절했다.
○극렬입장 등 반응 다양
○…평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원만하고도 빠른 매듭을 원해오다가 구속방침이 전해지자 「의원 구속」이 몰고올 회오리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법집행에 있어 다른 외유케이스와 형평의 문제가 있는데 설마 구속까지야 하겠느냐』고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도 있지만 사안의 성격상 구속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이 지배적이다.
그런가하면 『만일 이번 사건으로 세 의원이 구속된다면 그 동안 관행적 외유를 해온 모든 의원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렇게 될 경우 13대 국회는 마땅히 해체되어야 한다』는 극렬반응과 함께 『구조적 잘못을 시정하는 것은 좋지만 그 방법이 꼭 동료의원을 시범케이스로 삼는 것이어야 하느냐』는 반문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자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뼈를 깎는 자성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론이 없는 것 같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지자제를 앞둔 정치권 전체의 무력화와 정치불신을 가중시키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한가로이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견해가 더 많다.
쏟아지고 있는 국민의 분노를 감안해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평민당 의원들은 이날 하오 관련의원들이 검찰에 자진출두한 후부터 이 문제에 대한 거론 자체를 애써 회피하는 모습이었다.
의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구속수사는 말도 안 된다』는 「희망」을 피력하면서도 후속대응에 대해서는 『일단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하지 않느냐』며 침통한 표정 일색이었다.
본회의 대정부 질문이 있을 때면 평민당 원내총무실에는 평소 같으면 휴식 삼아 10여 명의 의원들이 모여 한담을 나누었는데 이날 저녁 무렵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이번 사건을 보는 침체된 분위기를 반영했다.
김대중 총재는 이날 국회 총재실에서 김종인 청와대경제수석으로부터 한소 경제협력에 관한 브리핑을 들은 뒤 외출을 삼간 채 의원회관에 머물렀는데 하오에는 본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의사당을 떠나 동교동 자택이 아닌 외부에서 사태의 추이를 관망했다.
◎구속 전 법원거쳐 정부서 국회 요청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국회의원을 회기중에 체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헌법 44조 1항).
국회 동의를 얻기 위한 절차는 검찰의 영장신청을 받은 사건관할법원의 판사가 영장발부 전에 정부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요구서를 수리하면 지체없이 그 사본을 첨부해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한다(국회법 26조). 이 요청서에는 법무부 장관이 부서하고 대통령 직인이 찍히게 된다.
국회는 정부의 요청을 받게 되면 상임위의 심사절차 없이 곧바로 본회의에 이를 상정,정부의 체포이유 설명과 본인 또는 대리인의 변명을 듣고 토론없이 투표에 들어간다.
이 경우 설명은 법무부 장관이 하게 된다.
투표는 무기명으로 이뤄지며 일반 의결정족수인 재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동의여부를 결정짓는다.
동의가 이뤄지면 국회는 지체없이 이 결과를 정부에 서면통보하고 정부는 이를 다시 관할법원 판사에게 보내 영장을 발부받은 다음 의원을 구속하게 된다.<조재용·신효섭 기자>조재용·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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