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관련 여부 등 추궁에/“의도적 여론재판” 항의도/어제 하오 초조한 표정 검찰출두국회상공위 소속의원 뇌물외유사건 수사 7일째인 25일 이재근·이돈만(평민) 박진구 의원(민자)이 서울지검에 자진출두해 철야조사를 받는 동안 검찰과 양 정당은 각각 긴박감과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검찰은 의원들이 모두 도착한 직후인 하오 5시45분께부터 이종찬 서울지검 특수3부장이 직접 이재근 의원을 신문하고 이훈규 검사가 이돈만 의원을,이건종 검사가 박진구 의원을 각각 맡아 외유경비수수의 직무관련성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세 의원이 각각 분리돼 조사를 받는 동안 수사관 등 직원 10여 명을 동원,특수부장실과 검사실로 통하는 복도통로를 완전히 막아 보도진을 차단했다.
담당검사들은 미리 준비한 신문사항을 추궁했으나 의원들과 언쟁이 벌어진 듯 간간이 고성이 새나오기도 했다.
이재근 의원은 밤 11시께 이 부장검사에게 『내가 만일 민자당 간사였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국이 의도적으로 여행비 5만달러를 10만달러인 것처럼 언론에 미리 흘려 여론의 비난을 고조시켜놓은 것이 아니냐』고 소리치자 이 부장검사는 『검찰이 자체첩보에 의해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맞고함을 쳤다.
이 부장검사가 또 『관례보다 많은 10만달러라는 거액을 받은 사실 때문에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됐고 신문에도 보도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이 의원은 『의원입법 자료수집 등 국가와 역사를 위한 공적활동을 하는데도 이를 단순히 뇌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처사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밤 11시45분께 화장실에 가기 위해 조사실 밖으로 나온 이 의원은 보도진의 질문에 『지금까지 주로 여행행적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며 『이런 식으로 엮어놓으면 모든 의원이 다 구속돼야 할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의원들은 검찰신문에서 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5만7천여 달러에 달하는 여행경비 일체를 지원받은 사실은 모두 인정했으나 이 같은 경비지원이 청탁과 관련된 뇌물이라는 인식은 전혀 없었다고 뇌물수수의 범의는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박종철 서울지검장 변진우 3차장검사 등 서울지검 간부들도 사무실에서 두문불출한 채 수사상황을 수시로 점검,정구영 검찰총장 등 상부에 보고하는 등 조사과정을 지켜보다 26일 새벽 0시30분께 퇴청했다.
박 지검장은 밤 10시께 기자들이 집무실에 몰려와 수사진행상황에 대해 질문을 퍼붓자 『지켜보자』 『신병처리는 조사를 마친 뒤 결론내릴 것』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에 앞서 의원들은 하오 4시55분께 이재근 의원이 처음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하오 5시7분께 박 의원이,이어 5분 뒤인 12분께 이돈만 의원이 검찰청에 도착,사진기자들의 플래시세례 속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특수3부장실로 올라갔다.
이날 평민당 의원 2명은 당내 율사 출신 의원들과 함께온 반면 박 의원은 혼자 검찰청에 도착했는데 이재근 의원은 이상수·조찬형 의원과,이돈만 의원은 조승형 의원과 함께 나왔다.
맨처음 도착한 이재근 의원은 서울1느1204호 청색 로얄승용차에서 내려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이 부장검사실로 올라가려다 취재기자들에게 떼밀려 1층 로비에서 5분여 동안 머물렀다. 이 의원은 이곳에서 외유자금수수경위 등에 대해 기자들의 집중질문을 받았으나 시종 어두운 표정인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어 도착한 박 의원은 서울1두2090호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에서 내려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미안할 뿐』이라며 『수사는 검찰소관이며 검찰의 모든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정당◁
민자당은 「뇌물성 외유」와 관련,박진구 의원이 검찰로 출두하자 침통한 분위기였다.
박 의원의 검찰출두는 상오부터 감지됐는데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사건발생 후 처음이자 공식적으로 『적당히 넘길 수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밝혔고 김윤환 원내총무는 『오늘중 박 의원이 검찰에 출두할 것』이라고 공식 보고했다.
이어 정순덕 사무총장은 시내모처에 있던 박 의원을 전화로 호출,『오늘중 검찰에 출두하는 것이 좋겠다』고 당의 의사를 전달했다.
세 의원이 26일 상오 10시의 예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하오 검찰에 자진출두한 것은 시간을 끌수록 국민감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평민당 지도부는 이날 상오 검찰측 수사방향이 강경 쪽으로 선회하자 『빠를수록 좋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율사이며 당 조사단 소속인 조승형 의원이 곧바로 검찰측과 접촉,『가능한 한 빨리 조사를 마쳤으면 좋겠다』는 검찰측 당부를 받고 하오 2시20분께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김대중 총재에게 보고,조기출석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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