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만 2만여 명… 일반병참 등 맹활약/결혼생활·자녀양육 등 고충이 문제반이라크연합 다국적군에 파견된 여군들이 당초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내고 있어 여군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걸프전쟁에 참가한 여군들이 종래 그들이 감당하기 힘든 분야로 알려진 일반병참·기술영역에도 적극 활동하고 있어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걸프전쟁에 파견된 여군들은 미국을 비롯,영국·프랑스 등 주로 서방국가로 미국이 2만7천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국가들은 각각 50명 내외이다. 가장 많은 병력을 투입한 미국은 여군 참가비율도 가장 높은데 46만명의 미 지상군 중 6%가 여군이다.
과거 의료분야나 행정 등 비교적 안전한 보직에 집중투입되던 여군은 걸프전쟁 이후 탄약,보급,차량운전병에서부터 탱크기술병이나 헌병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물론 여군은 전투기 탑승이나 전함승선은 금지되고 지상전투 참가에도 엄격히 통제되고 있지만 위험도 면에서는 남자군인들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사막의 폭풍」작전이 개시되면서 가장 먼저 바그다드를 폭격한 F117 스텔스폭격기의 적재폭탄에 속전속결을 다짐하는 문구를 분필로 써넣는 「여유」도 보인 여군들은 남자군인에 못지않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사우디쿠웨이트 접경지역에 전진배치된 관측부대의 여군 해티·브라운 하사(30)는 『죽더라도 자랑스럽게 죽고 싶다』며 『일선 근무가 위험하지만 못할 일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사우디 다란교외에 있는 한 야전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데보라·드래이퍼 중위(32)는 자신이 간호장교임을 강조하며 『빨리 지상전이 벌어져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면서 부상자들을 맞을 채비에 분주했다.
더욱이 의욕이 넘친 일부 여군들은 여군들에게 전투임무를 부여치 않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강변하기까지 한다.
사우디의 제202 정보대대에 배속된 여군 체릴·스튜어트 하사(33)는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동료들의 조롱에 『분노를 느낀다』며 『여자란 이유만으로 성차별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군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임무수행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성연애자로 오해받는 등 기존의 사회인식에 따른 여군들의 고충은 여전히 존재한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미쉘·브라운(28)은 사우디의 한 정보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친정에 맡겨두고 온 외동딸을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
브라운은 최근 세살난 딸이 심한 천식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하루빨리 여기를 떠나고 싶다』고 울먹였다.
여군 복무로 인해 결혼생활이 파국의 위기에 빠진 경우도 있다.
남편이 미 루이지애나의 해군기지에서 근무중인 현역 하사인 관계로 그 동안 그럭저럭 잘 지내왔다는 보니·파딜라(23)는 걸프전에 파견,리야드 주둔 미 사령부에 근무하게 됨에 따라 2년6개월의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잠겨 있다.
기혼여성으로 자녀를 본토에 있는 남편이 돌보는 상황에 처한 여군들은 심한 자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대부분 5세 미만의 자녀를 두고온 여군들은 『남편이 여기 있고 나는 집에서 자녀를 보살펴야 했다』고 가슴아파하기도 한다.
대규모 지상전투가 벌어질 경우 전사자의 5%는 여군이 될 것이라는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경고처럼 걸프전쟁은 여군들의 인기를 높여놓는 동시에 많은 희생자를 낼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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