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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와 점령과 흥정/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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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와 점령과 흥정/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1.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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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제비츠의 고전적인 이론에 의하면 전쟁은 ▲전투력의 분쇄와 ▲적지 점령 ▲정치적 기도(전쟁목적) 좌절의 양상으로 전개돼 나가게 된다. 전투력 분쇄와 적지점령은 대부분의 실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상례이지만 전투력 분쇄를 앞세워 시차를 두는 수도 있다. 전쟁의 최후단계는 정치적 기도의 분쇄·좌절인데 이 기도좌절은 전투력의 완전분쇄나 적지의 완전점령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전투력의 손상 정도와 영토상실의 정도에 따라 당초 전쟁목적이 됐던 정치적 기도는 약해지거나 달라질 수도 있다.더 싸워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것에 대한 비교계량은 전쟁기간중 부단하게 이루어지게 마련이며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전쟁은 쌍방의 무력분쇄를 위한 치열한 전투 및 밀고 당기는 적지점령과 함께 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서로 흥정하는 강화회담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 한국전쟁도 그랬고 베트남전쟁도 마찬가지였다. 전투와 점령과 회담이 혼재하는 양상으로 전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전쟁의 일반적인 양상인 것이다. 클라우제비츠의 이런 일반론에 비추어보면 걸프전쟁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한 단계다. 열흘 가까이 이라크의 전력분쇄를 위한 1만2천여 회의 대규모 공습이 있었지만 아직 전력손상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고 적지점령을 위한 지상전은 개시되지도 않았다.

후세인은 전투력을 보존시키면서 사막에서의 지상전을 고대하고 있으며 아직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 대규모공습으로 이라크의 전력을 궤멸시켜 버리고 손쉬운 적지점령을 통해 후세인의 전의를 꺾어버리려던 연합군측의 전략은 너무도 안이했던 것으로 판명돼 가고 있다. 대공습이 얼마만한 타격을 주고 후세인의 정치적 기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결국 연합군은 땅으로 내려가야 하고 지상전이 불가피하며 전쟁은 전투와 점령과 회담이 함께 진행되는 일반적인 전쟁양상으로 발전돼 나가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설령 이라크의 전투력이 생각 밖으로 허약한 것이 실상이라고 하더라도 후세인의 정치적 기도가 상식 밖으로 강인하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쉽게 전쟁을 끝내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전비를 냈고 전투지원병력을 파견해놓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추가전비와 병력지원 요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예견을 갖고 대응책을 생각해야 하고 경제운용에서도 이를 감안한 준비태세를 갖추어야 할 입장이다. 초전박살의 기대감만으로 전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남의 일처럼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입장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싫든 좋든 전쟁당사국으로 점점 발목이 빠져들고 있는 우리 입장을 생각해서 경제를 포함한 국정 전 분야에 걸쳐 체계적인 대응태세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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