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선 「위헌론」 제기 크게 반발/“실질적인 파병”… 시민단체들 항의데모 준비/90억불 지원 위한 세금인상계획도 여론 “빗발”걸프전쟁 발발 이후 일주일 동안 다국적군 지원대책에 골머리를 앓아온 일본은 24일 자위대기 파견과 다국적군 지원추가자금 제공을 공식결정했다.
이날 상오 가이후(해부준수) 총리 주재로 열린 당정 합동회의는 ▲피란민 수송을 위해 항공자위대 소속 C130수송기 5대를 파견하고 ▲다국적군 지원을 위해 90억달러를 추가 제공한다는 정부방침을 확정,하오의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양당측이 자위대기 파견을 강력히 반대하고 추가지원 자금마련을 위한 세금인상계획에 여론이 반발하고 있어 큰 파란이 예상된다. 특히 사회당 공산당 사민련 등은 25일 개회되는 정기국회에서 위헌론을 들고 나올 태세여서 또 한차례 자위대 파병논란이 일게 됐다.
또 개전 직후부터 반전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도 2가지 정부대책에 정면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자위대기 파견◁
지난해 가을 헌법논쟁을 일으켰던 자위대 파병계획에 실패한 일본정부는 민간인 중심의 평화협력대창설방침을 표명해 왔으나 걸프전쟁이 일어나자 돌연 자위대기 파견안을 내밀었다. 무력사용을 전제한 전투행위 지원이 아니라 아시아계 피란민들을 안전지대로 수송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책이므로 헌법정신에도 합치된다는 명분이었다.
서방선진국들이 대부분 다국적군에 가담,세계평화를 위해 피를 흘리고 있는데 일본과 독일만이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한다는 미국 쪽의 비난에 큰 부담을 느껴 온 것이 사실이다. 헌법제약 때문에 다국적군 가담은 불가능하지만 상징적인 의미이지만 자위대 수송기와 민간항공기를 현지에 보내 피란민을 자국으로 수송시키는 데 일조함으로써 책임의 일단을 면해 보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자위대 파병시비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 중국 등 인접국가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일본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자위대=군대」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군국주의 일본」의 피해국들은 5기의 수송기 파견은 일본이 국제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선례가 된다는 우려에서 알레르기성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왕 보낸 것이니 더 좀 보내 달라. 비행기까지 보냈는데 병력을 못 보낼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요청이 있을 때 증파의 구실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붕 중국 총리가 지난 19일 민자당 의원 방중단에게 『군사면에서 평화헌법의 범위를 벗어난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대변한 것이었다.
사회당을 중심으로 한 일본 야당의 반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걸프전쟁에 대해 『유엔결의는 지지하지만 무력행사는 유감이며 즉시 정전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표명한 바 있는 사회당은 작년 가을 국내외의 저항에 부딪쳐 정부가 스스로 자위대 파병계획을 철회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자위대 파병도 명백한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2야당인 공명당도 자위대기를 파견하면 병력파견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으며,공산당과 사민연도 『평화헌법정신에 배치된다』는 이유를 들어 「절대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야당측이 반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C130수송기 5대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1기당 10명 정도의 승무원과 교체인원 및 지상지원인력을 포함해 2백여 명의 현역자위대원이 같이 가는 것은 실질적인 파병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것이다. 암만카이로 노선에서 난민만을 수송하는 것이 주 임무라고는 하지만 미사일공격을 받으면 전투행위에 휘말릴 우려도 있고,대응할 무기탑재 여부 같은 미묘한 문제도 있어 일반국민들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다. 일교조 같은 노조단체들은 최근 자위대기 파견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가재정 지원◁
지난해 1차로 10억달러,2차로 30억달러,총 40억달러를 다국적군 및 주변국지원 자금으로 내놓은 바 있는 일본정부는 이번에 또 90억달러를 제공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보장이 없어 정부측도 불안해 하고 있다. 선진 7개국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하시모토 대장장관과 따로 만난 브레이티 미 재무장관은 「경제대국 일본」에 걸맞게 공헌하려면 1백50억달러는 내야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절충 끝에 90억달러로 낙착됐다.
이 액수의 근거는 다국적군 전비의 20%를 일본이 부담한다는 것.
원유의 70%를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다국적군에 인적으로 공헌하지 않고 있으니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것이 미국측의 목소리이다.
하루에 소요되는 전비를 5억달러로 계산,전쟁이 3개월간 계속된다는 전제에서 보면 4백50억달러가 필요하므로 작년의 경우처럼 20%를 부담해 달라는 것이었다.
90억달러면 현재의 환율로 환산해 1조2천억엔에 가깝다. 일본 국민 1인당 1만엔 꼴인 엄청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상환기간 2년 이내의 단기국채를 발행하고 관련세금을 임시로 올리는 특별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석유관련제세의 세율을 올리고,술·담배에 특별세를 가하며 법인세,소득세도 올려야 한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생각이지만 국민의 반발이 거칠어지고 있어 곤혼스런 표정이다.
더구나 올 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자민당 안에서도 『세금을 올리면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소리가 높아져 더욱 입장이 어려워졌다.
한편 일본소비자연맹 납세자연합 샐러리맨 신당 등 시민단체들은 『일본이 요술방망이인 줄 아느냐』고 크게 반발하면서 오는 26일 항의데모와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동경=문창재 특파원>동경=문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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