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미 관계의 강화」을 올해 외교사업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이상옥 외무장관은 24일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에 행한 금년도 업무보고에서 ▲정상회담 등 긴밀한 협력체제 유지 ▲한미 안보협력관계의 한국 주도체제로의 전환 ▲통상마찰의 조기경보체제 확립과 신속,원만한 해결 등을 정책수단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한 한미 양국간에 이미 합의한 사항은 성실히 이행,대미 신뢰를 증진하겠다고 했다.외무부가 「한미 관계의 강화」를 들고 나온 것은 한미 관계의 전통적인 특수위상으로 봐 새삼스럽다는 감이 들기도 하나 그 동안 소련과의 국교정상화,대소 경제협력자금 30억달러 제공 등 급속한 대소 접근과정에서 소홀했던 관계를 시정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다. 사실 88올림픽 이후 불과 2년 남짓한 사이에 한소 관계가 오늘 정도의 우호관계로 진전된 것은 한소 상호간의 국익과 소련 체제의 변화 등으로 가능케 된 것이고 소련측으로 봐서는 페레스트로이카 외교의 최대성과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내심이야 어떻든 샌프란시스코의 노태우고르바초프 한소정상회담 협력 등 한국의 대소 접근에 중립적이었다. 한소 관계의 쾌속한 진척에 비하면 한미 관계는 통상마찰 등 기복으로 얼룩졌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도 있지만 한국에 안보방패를 쳐주고 최대시장을 제공해주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일말의 상실감도 없지 않을 것이다. 외무부의 「한·미 관계강화」는 이러한 한미간의 「불편한 상황」으로 볼 때 적절한 목표설정이라 하겠다. 그러나 제시된 정책수단은 너무나 귀에 익은 관행적인 처방이다. 한미 관계는 한국의 정치,경제발전과 미국의 상대적인 국력약화,국제정치의 탈냉전화 등으로 안보중심에서 경제중심으로 전환되고 수직관계가 수평관계로 바꿔지려는 과도기에 있다. 한미 양국은 스스로 변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쌍무적인 관계도,다변적인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한미 양국관계는 변화된 상황에 상호적응이 요구되고 있다. 일·독의 대미 관계변천이 예시하듯 이러한 전환기에 한국의 부담이 크게 따르는 것이 문제다.
도널드·그레그 주한 미 대사는 『한국은 선진국을 지향하는 경제발전국이다』고 전제,『한미 관계의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다. 성숙에 따른 동격의 대우를 요구하는 한국은 그 성숙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 원활한 대미 관계를 위해서는 시장개방,분담금문제 등 통상과 안보관계에서 부담증대와 희생요구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개방과 안보의 한국 주도체제는 불가피한 추세다. 미국과 앞으로 시기와 폭을 놓고 부단히 부딪칠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서는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응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신뢰를 상실치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설득가능한 대안도 이 사정만 하는 것으로는 실효가 없다.
여기에는 미국을 아량을 기대할 수 있는 초강대국으로 보는 시각의 수정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제는 경제적으로 도량을 가질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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