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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비리/이대로 둘수없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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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비리/이대로 둘수없다:2

입력
199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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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싸움 치열… 합격보장금 인플레/실력 없으면 억대 써야/신상카드 보고 면접과정서 거액 요구도/「흔적」 숨기려 만원짜리 지폐수수가 관행재수를 한 막내 딸을 올해 전기대입시에서 모 여대 무용과에 들여보내는 데 성공한 박 모씨(58)는 지난해의 2배에 가까운 합격사례금을 교수에게 주어야 했다.

지난해 같은 대학에 지원했을 때 딸의 레슨을 맡았던 대학강사를 통해 알게 된 교수는 박씨에게 『심사위원 전원에게 1천만원씩 주고 자가용 1대씩 사주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 말대로 하지 않았다 낭패를 본 박씨는 이번 입시 때 실기고사 두 달쯤 전에 교수를 찾아가 1억5천만원을 주기로 하고 일찌감치 합격을 「통보」받았다.

대학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합격보장금조의 사례비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바리케이드(돈)를 치지 않으면 붙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학부모들은 『누가 얼마를 썼다더라』 하는 정보가 들어오면 그 액수에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더 얹는 실정이다.

모 대학 음대 전임강사인 김 모씨(38)는 레슨제자 4명으로부터 각각 3천만원∼1억원까지의 사례비를 약속받고 고민하다가 결국 액수가 많은 2명만 합격하도록 힘을 써주었다고 한다. 불합격자들의 항의를 받게 된 김씨는 『여러 사람이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달래면서 『내년엔 꼭 합격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학부모들이 직·간접으로 유명 교수에게 건네주는 사례비는 지망대학이나 수험생들의 실력에 따라 1천만원에서부터 5억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실력이 형편없을 경우 사례비는 억대로 올라가며 충분한 실력을 갖췄더라도 만일에 대비,1천만∼5천만원을 주어야 한다.

합격을 전제로 한 사례비 수수는 음악 미술 무용뿐만 아니라 체육 연극영화 등 실기고사가 실시되는 예체능계 전체에 보편화 돼 있으며 액수도 계열을 불문하고 비슷하다.

모 여대 보건체육과를 지원한 이 모양(28)은 친구와 6개월 동안 한 선생 밑에서 함께 체육실기를 익혔으나 실기·내신·학력고사 등 모든 면에서 뒤처지는 친구만 합격되자 돈 싸움에서 졌다고 믿고 있다.

그 친구는 시험치르기 얼마 전부터 『얼마 썼니』 『1억원이 필요하다더라』 등의 얘기를 종종 했으나 당연히 합격될 것으로 예상한 이양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사례비는 주로 실기·면접 전에 결정되지만 면접과정에서 면접위원이 공공연하게 사례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면접 전에 제출토록 한 학생신상기록카드의 재산소유실태란이 사례비 요구의 자료로 악용된다.

올해 전기대에서 모 대학 체대에 지원했다가 실패한 김 모양(19)은 면접 직전 제출한 서류에 재산소유실태가 시시콜콜할 만큼 세분돼 있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부모의 직업을 물었을 때 김양이 『사업』이라고 대답하자 『무슨 사업이냐』고 캐묻던 면접위원은 은근히 사례비를 요구해 왔다.

일부 유명대학에서는 『돈뿐만 아니라 권력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 퍼져 있다.

전 국회의원의 딸 김 모양(22)은 인문계인 J여고를 다니다 성적이 부진하자 고3때 『합격시켜 줄테니 음악을 배우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1년도 안 되는 동안에 더블베이스를 배워 유명대에 합격했다. 입학 당시 김양의 아버지는 학교측에 몇천만원대인 더블베이스 7대를 기증했으며 막강한 로비를 행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부 교수들은 사례비 액수가 권위를 결정하는 것처럼 생각해 학부모나 자신의 제자인 「새끼선생」들에게 거액의 사례비를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유명무용단원으로 사설강습소에서 무용을 지도하는 최모양(28)은 입시철이 되면 잘 아는 교수에게 찾아가 『이번엔 얼마면 될까요』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고 있으며 교수도 노골적으로 물어오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양은 얼마 전 무용발표회를 가진 뒤 참석 교수들까리 저녁을 먹을 때의 일이 예체능계 비리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좋 예라고 말하고 있다. 한 동안 공연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던 교수들은 입시얘기가 나오자 저마다 『나는 이번에 얼마를 받았다』고 자랑스러운 듯 털어놓았다. 정치인·재벌의 이름도 여기저기서 들춰졌다.

합격보장 사례는 돈이 주종이지만 고가의 그림 보석 자동차 등 현물도 오간다. 특히 미술계열은 레슨비를 주는 것은 물론 비싼 값으로 교수의 작품을 사 주거나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의 보석 등 선물을 주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모 여대 미대에 차녀를 들여보낸 유 모씨(55)는 개인 지도해 준 교수에게 3천만원을 주었으나 『요새 내 그림이 인기가 있으니 하나 사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즉석에서 시가의 2배인 1천만원을 주고 그림까지 사게 됐다.

모 대학 체육과 시간강사 김 모씨(28)는 『젊은 교수들이 매년 고급승용차를 제공받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교수들은 강남의 아파트를 받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사례비가 공식화되면서 학부모들은 10월쯤이면 이미 선을 댄 교수나 강사의 도장과 통장을 만들어 놓고 거액을 넣어 전달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송금을 하거나 수표로 전달할 경우 추적이 가능하므로 1만원 지폐로 주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구속된 서울대 음대 부정사건의 관련자들도 지폐로만 사례비를 받았다.

딸을 모 여대 미대에 들여보낸 지 모씨(48)는 약속한 사례금을 수표로 주려 했으나 교수가 싫어해 며칠 동안 은행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1만원권으로 모두 바꿔 전달해야 했다.

학부모 김모씨(45·주부)는 『딸을 가진 부모들은 유명대를 나올 경우 결혼조건이 좋아 수억원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에서 사례비를 갖다 바치곤 한다』며 『이번 사건이 돈 싸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특별 취재반<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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