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성 외유」 자체의 반상식성에 의아해 하고 있던 국민들은 사건처리과정의 비상식성에 다시 한 번 경악해 하고 있다.의원들이 한 쪽에서 모든 여비를 제공받으면서 또 다른 한 쪽에서 『여비에 보태쓰라』고 했다며 거금을 호주머니에 관행적으로 챙겨넣은 것은 일반국민들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국민들은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주무장관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언하자 다시 한 번 상식의 괴리현상을 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종남 법무장관은 「뇌물성 외유」와 관련한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 답하면서 『상공위 세 의원과 관련된 수사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고 수사 사실을 시인한 뒤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혐의내용은 인지한 바 없으며 수사를 확대할 계획도 전혀 없다』고 거의 「황송스러운」 태도로 나머지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이재근 상공위원장이 『나만 그랬느냐. 5억씩 받은 사례도 있는데…』라고 불평을 터뜨렸을 때 국민들은 그 「당당함」에 놀랐다. 그리고 나머지 의원들도 으레 그랬을 것이라는 사실이 어렵지 않게 유추되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일반화·상식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 그랬느냐』는 당사자의 강변이 유사한 경우가 보편화돼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충분히 확인시켜주고 있는데도 잘못 걸려든 3명 이외에는 전혀 수사를 않겠다고 선언한 법무장관의 국회답변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사건을 덮어버리려는 축소만으로는 결코 국민감정을 잠재울 수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나만 그랬느냐』는 항변에 대한 의혹은 밝혀져야 한다.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축소수사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불신을 더욱 일반화시키는 가공할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무슨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국회 본회의장에서(물론 상공위의 「세 의원」은 없었지만) 『여러분은 혐의여부와 관계없이 수사를 하지 않을 터이니 안심하라』고 면죄부를 주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장관이 국회의원에게 주는 「또 다른 형태의 뇌물」이 아닌가 하는 확대해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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