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야당인 민주당과 재야의 민주연합세력이 「민주당」이라는 기치 아래 손을 잡기로 한 것은 비록 부분적이나마 야당통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3당통합에 따른 거여민주자유당이 출범한 이후 이에 맞설 수 있는 범야세력을 결집한 통합야당의 출현을 기다려 왔던 국민의 여망을 충족시킬 만한 수준은 못된다. 문제는 앞으로 통합,새로 탈바꿈할 민주당이 얼마나 신선한 정책을 낼 수 있는 야당으로 발전,선보일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하겠다.오늘날 고도의 산업사회를 지향하고 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정당이 완고한 보수와 급진적인 개혁 중 한 쪽으로 경사되지 않고 진보와 혁신의 목소리를 균형있게 함께 갖출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보수의 맥을 이은 민주당과 재야에서 혁신을 외쳐왔던 민주연합세력의 접목은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새 민주당의 모체가 될 민주당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민주당은 바로 1년 전 반민자당 세력의 결집체를 자부하며 출범했다. 이들은 미니야당이라는 온갖 제약과 어려움 속에서도 청문회에서 스타가된 소속의원들을 내세워 작년 4월 음성·진천 보궐선거 때 크게 선전,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자를 냈는가 하면 대구 서갑구 보궐선거에서도 당선자에 육박하는 득표를 올려 국민들의 촉망 속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작년 여름 국회등원거부를 계기로 평민당 및 재야세력과의 통합문제를 기득권과 당권장악문제로 끝내 무산시켜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것은 민주당만의 책임이 아니더라도,그 뒤 잇따른 지루한 내분도 그렇고,특히 지난 정기국회에 끝까지 불참한 무책임 등 악재가 겹쳐 국민의 관심권에서 벗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연합과의 통합합의에 따라 내달초 합당대회를 계기로 지도체제의 개편에서부터 정강정책까지 대폭적인 손질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새로 출범하는 민주당이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는 지켜보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민주당이 지향해야 할 몇가지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정강정책은 물론 당운영체제에 있어 안팎으로 급변하고 높아가는 국민의식 수준에 부응할 수 있는 참신한 국민야당의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둘째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일이다. 도대체 창당 1년이 가까워오는 지금까지 민주당이 경제나 민생 등에 있어 단 한 건 번듯한 정책구상을 국민에게 제시한 일이 없었다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재야 일부세력과도 손잡은 만큼 광범한 국민대중을 대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대안들을 하나하나 제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문호를 과감하게 개방,각계각층의 목소리를 포용한다는 점에서 유능한 인력,특히 젊은층들을 흡수해서 지방선거에도 내세우고 또 장차 14대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손바닥만한 민주당 안에서 주류니 비주류니 재야파니 하며 또다시 8인 8색,10인 10색의 저마다 독불장군 격으로 당규를 무시하며 행동하거나 파쟁을 보일 경우 그야말로 「소년단의 이미지」를 벗을 수 없을 뿐더러 국민의 관심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특히 새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서둘러 태어나게 됐다는 얘기도 듣고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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