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행 몇이서 승용차를 타고 서울시청 앞을 지날 때 차량 10부제 운행을 어기고 길거리에 나온 승용차를 한 대 발견했다. 그냥 지나쳐도 그만이었으나 짓궂은 장난기가 발동해 그 차가 교통신호에 걸려 옆에 서 있을 때 손가락질을 하며 『저거 위반차다』하고 우리끼리 흉을 보았다.친구들을 가득 태우고 차를 몰고 가던 30대 여자는 손가락질하는 것을 보고 눈꼬리가 달라지더니 무어라고 종알거리기 시작했다. 닫힌 차창으로 본 입모양으로 미루어 『왜 남의 참견을 하고 지랄이야』하는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가는 동안 계속 비웃어주면서 손가락질을 하자 그 여자는 재수 더럽게 없다는 듯 속력을 높여 휭 달아나버렸다.
눈치로 보아 이미 여러 사람들이 눈총을 주고 손가락질을 한 모양이었다. 단속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10부제 운행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위반자가 견디기 괴로울 정도였던 것이다.
걸프전쟁 발발 이후로 우리는 또 하나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각 사회단체가 「사재기를 하지 맙시다」라고 외친 호소가 먹혀들어갔고 사람들은 서울시내 교통이 한결 잘 소통되는 것을 신기해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18일부터 시작된 10부제 운행에 따라 매일 거리에 나오던 차량의 10분의1이 줄어들어 길이 넓어지고 출퇴근 시간이 단축된 것은 대단한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위반율이 3% 선이고 차량의 평균 주행속도가 서울은 종전의 시속 26㎞에서 28㎞로,부산은 28㎞에서 36㎞로 각각 높아진 것은 얼른 믿기지 않을 정도의 변화이다. 그래서 『1년 내내 10부제를 계속하자』거나 『아예 홀짝제를 해보지』하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모두가 공평하게 손해를 봄으로써 공평하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사회 전체의 발전과 시민공동체의 성숙을 위해 아주 중요한 경험이다. 「질서,편한 것 자유로운 것 아름다운 것」이라는 표어를 실감하는 사람들도 많다.
23일부터 단속이 본격화해 위반자에게 10만원의 벌금이 매겨지고 있다. 다른 교통법규 위반사항과 비교하면 벌금액이 지나치게 많은 편이고 31일까지 있는 달에는 끝자리 수가 1로 끝나는 차량의 소유자들이 하루를 손해보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10부제 운행은 분명 정착돼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자신에게 돌아오는 편리나 혜택이 없는 경우에까지도 사회 전체의 약속과 법규를 자발적으로 지키는 수준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부제 운행은 그런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육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또 돼야 한다고 믿는다. 발육의 촉진제는 바로 스스로를 손가락질할 수 있는 우리들 시민들의 자기감시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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