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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자제 준비… 현장점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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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자제 준비… 현장점검:9)

입력
1991.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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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플래카드 한장 없어/“희망자”들 보이지 않는 발걸음 재촉/재정자립 36.6%… 확충방안 미흡/청사·선거예산 이미 확보30년 만에 부활되는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일부 시도가 이미 과열기미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조용한 교육도시 청주는 시민들의 나지막하고 빠르지 않은 말씨처럼 아직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러나 선거철이 되면 매상이 좀 오르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시장 상인에서부터 지자제가 돼도 당분간 달라질 게 별로 없을 것이라는 공무원이나 지역유력인사들에 이르기까지 지자제 실시에 거는 기대와 희망과 전망은 다양하다.

충북도민들은 수도권과 대전지역의 상수원인 충주호와 대청호의 환경보전책임을 충북도가 맡고 있는 데 대해 매우 불만이다. 자신들은 이들 호수에서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호수로 흘러드는 하수를 맑게 걸러내는 하수처리장 건설 등의 경제적 부담은 혼짜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자제 실시의 관건이랄 수 있는 재정자립도가 충북의 경우 지난해 전국 평균 64.8%에도 한참 못 미치는 36.6%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이같은 불만은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이처럼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충북도가 지자제 실시로 당장에 어떤 발전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곳 인사들의 중론이다. 청주 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의 전망을 이렇게 설명한다.

『충북지역의 경제는 수출·금융 등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 전체의 2%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이라야 대부분 경공업에 고부가가치제품 생산보다는 노동집약형이고 대기업은 한 곳도 없다. 기업도 충북인들보다는 서울 출신 등 외지인들이 소유한 것이 많다. 특히 청주시는 서울과 대구 다음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은 전형적인 소비도시여서 지방의원선거로 물가만 잔뜩 부추길 우려가 크다』

충북지역의 경제계 인사들은 『대규모 공장유치,중부고속도로변의 미개발지역 개발,충북지역 자금의 서울 등으로의 역외 유출억제,지역경제 활성화 등 충북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대책들이 지방의회 발족과 더불어 곧장 이루어질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피력한다.

한편 경제적 측면과는 달리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 89년 6월 순수민간단체로 발족한 충북시민회의 정영수 기획연구실장(34·변호사)은 『충북은 독립적인 사회단체도 별로 없을 만큼 전통적으로 보수적·소극적 성향을 지녀왔다』며 『지자제가 실시되면 지역 전반이 중앙집권적 틀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기질로 탈바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질의 변화가 사회·문화 각 분야의 개혁과 개선을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정씨는 특히 『지역 언론과 사회단체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면 충북 나름의 독특한 지방문화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충북도는 지난 87년부터 부지사를 총책임자로 자치준비작업단을 구성,지자제 실시에 대비해왔다. 이에 따라 도와 시·군간의 기능배분을 위해 시·군에 총 5백77건의 사무를 위임했고 중앙정부 권한 3백81건도 시·군에 재위임했다. 지방의회기능을 일부 대신하던 각종 위원회도 통폐합,1백99개에서 1백20개로 줄일 계획이다.

의회 회의실과 사무실도 거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도의회 회의실은 도청 신관 5∼6층 6백평을 개축해서 마련했다. 시·군 의회청사도 대부분 확보했다. 이 밖에 의원경비와 선거운영비 등 예산 70억여 원도 확보했다.

그러나 지자제가 실시되면 각 시·군별로 주민들의 지역민원성 추가사업 요구가 폭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실질적인 지자제 준비는 재정확충인데 이 분야의 준비는 전무한 실정이다. 도는 올해 예산에서 택지개발조성사업이익금 1백억원을 시·군에 넘겨주고 지역개발기금 4백20억원을 조성,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신설항목이 아닌 계속사업의 성격이어서 새로운 재원은 아니다.

또 재원확충을 위해 강원도와 함께 다목적댐에 대한 수자원세 신설 등 지방세목 신설을 내무부 등에 건의했으나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의회 발족 이후에도 도와 시·군에서 세목 신설·확대를 통해 새로운 재원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자제를 한다더니 세금만 늘었다』는 비난여론이 일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의 예산은 3천2백억여 원,시·군 예산은 5천8백억여 원인 올해 예산의 수준을 크게 넘어 세출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한편 선관위와 검·경은 곧 공동대책반을 구성,부정과열선거에 대비할 계획이다. 또 민간사회단체들도 서울·부산 등과는 달리 선거감시 등의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다가 지난 17일 충북시민회 주최로 모임을 갖고 이같은 활동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아직은 플래카드 한 장 나붙지 않은 채 겉으론 거의 선거분위기를 느낄 수 없지만 출마희망자들은 보이지 않는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4월3일 충북 진천·음성지역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허탁 후보는 여당 후보 절대우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민자당의 도백 출신 민태구 후보를 6천2백여 표 차로 따돌리고 압승했다. 그리고 허 의원은 충남·북을 통틀어 유일한 야당 의원이 됐다.

민주당 의원 1명이 유일한 야당 의원일 만큼 충북지역의 친여세는 전통적으로 강하다. 지방의원선거에서도 거의 같은 양상이 되풀이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민자당은 진천·음성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데다 농정 실패 등에 따른 반민자당 분위기를 감안,인물 위주의 대결로 선거전략을 짜고 공천자를 물색중이다.

평민당은 9개 지구당 중 과반수가 사고지구당이거나 미창당지구당으로 남아 있는 데다 이 지역 특유의 친여세에 눌려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단 한 명의 공천희망자도 없거나 당선자가 안 나올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도지부조차 결성되지 않았으나 「진천·음성선거혁명」의 열기를 재현하기 위해 인권변호사 등 지식인과 노동·농민단체 등 지역의 야권세력을 총집결시켜 거여에 대항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같은 야권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과는 민자당 공천자와 공천에서 탈락한 지역유력인사들이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할 것이란 추측이 설득력을 지닌다.

자천타천의 출마예상자들의 직업 분포 등을 보면 시정자문위원 사회정화위원 지역평통협의회장 등 관변단체관계자들과 신용금고 대표,건설업·약국·병원 등 개인기업 가동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충북은 도의회 의원 38명,시·군의회 의원 1백73명 등 총 2백11명의 지방의원을 선출하게 된다.<청주=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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