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의 비폭력 방법은 한계”/하마스등 이슬람단체들 주도/투쟁대상 이스라엘보다 유태인으로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이스라엘 독립투쟁(인티파다)이 걸프전쟁 발발을 계기로 이슬람성전(지하드)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랍어로 「봉기」를 뜻하는 인티파다는 지난 87년 12월부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아라파트 의장의 주도하에 이스라엘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기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벌이고 있는 비무장 독립투쟁을 뜻한다.
영구합병과 경제적 차별을 내용으로 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점령지정책에 대한 불만을 배경으로 출발한 인티파다는 한동안 세계 여론의 호응을 얻어 팔레스타인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스라엘의 거듭된 거부로 팔레스타인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답보를 거듭하자 이에 실망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관심이 평화적인 방법보다는 보다 극단적인 수단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이슬람 원리주의가 점령지역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인티파다가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좌절감을 배경으로 지난해 10월 동예루살렘에서 3백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템플마운트학살사건으로 촉발됐다. 이 같은 대이스라엘 투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그룹은 PLO를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그 동안 은근히 묵인해온 이슬람 원리주의단체들이다.
「하마스」(아랍어로 「열정」)를 비롯한 이들 단체들은 PLO와 달리 이스라엘보다는 유태인을 적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또 점령지역의 문제를 팔레스타인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슬람의 문제로 파악해 팔레스타인문제를 정치적인 차원에서 종교적인 이슈로 변질시키고 있다. 이들은 『이슬람은 과거에 이 땅에서 서방의 침략자들을 물리쳤다. 우리는 다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마스」는 템플마운트사건 이후 유인물과 벽보를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 본토의 녹색선 안에서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하도록 촉구했다.
그 결과 지난 10주간 평균 1주에 1명씩의 이스라엘인들이 칼에 찔려 살해됐다. 이 수치는 지난 3년간 팔레스타인인에 의해 살해된 유태인 사망률의 3배에 달한다.
유혈사태가 계속되자 이스라엘정부는 팔레스타인 경제의 개발을 도외시해온 점령정책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본토에 취업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유혈사태에 겁을 먹은 고용주에 의해 해고되는 사태가 빈발하자 점령지역에서의 고용기회를 늘리려는 데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이스라엘정부는 이와 함께 「하마스」 조직원 5백여 명을 체포하고 지도자들을 추방하는 등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이슬람국가의 수립을 목표로 하는 이슬람 원리주의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거리에서 돌을 던지는 인티파다의 젊은 전사들의 눈에는 온건한 전술은 오래전에 실패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종교적 신념은 그들에게 PLO의 민족주의자들이 줄 수 없었던 폭력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청년들 사이에서는 협상을 통해 독립국가를 수립하려는 PLO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한 팔레스타인 전사는 『우리는 지쳐 있다. 이제는 해결을 원한다. 그 해결책이 어디서 나오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 점령지구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통금령이 내려져 있어 표면적으로 평온해 보이나 걸프전쟁의 논점이 팔레스타인문제로 연계되면서 팔레스타인의 독립투쟁은 무력항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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