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비정 감시”… 속은 「밀착·돈뜯기」/국감·명절때 「성의표시」 공공연/경제상위 인기… 배정싸고 잡음/세율·건설수주 로비 치열… 겸직의원 “우지무해” 피력도○…상공위의 「뇌물성 외유」 사건은 의원 외유를 고리로 한 국회 각 상임위와 유관단체와의 밀착도를 부각시켜놓았다.
정가에서는 차제에 잘못된 의원 외유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그리고 이 얘기는 곧바로 말썽의 소지가 있는 국회에서의 여러 관행을 시정할 때가 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국회 상임위는 소관부처 업무의 비정을 감시하는 형식으로 유관단체와 직·간접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상공위가 이번 외유에서 상공부 산하단체인 무역협회의 무역특계자금 지원을 받았고 문체위가 체육부 지원이긴 하지만 체육부 산하단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자금으로 외유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단체들이 상임위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이다.
상공위의 「뇌물성 외유」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고 관례화되다시피 한 「음성지원」이 많고 보면 이 기회에 이를 시정해야만 한다는 지적이 가능해진다.
국회에 소위 인기 상위와 비인기 상위가 엄연히 있고 상임위 배정 때마다 크고 작은 잡음들이 뒤따르는 사실 등이 고질화된 관행의 문제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국정감사나 명절 때 등에 알게 모르게 건네지는 「성의표시」가 상임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 게 우리의 국회 현실이다.
상임위와 유관단체와의 밀착도가 소위 인기 상위로 불리는 재무·상공·건설·농림수산 등 경제관련 상위의 경우에 유난히 높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인지 상임위 배정 때 『국회의원을 안 했으면 안 했지 상임위를 바꿀 수 없다』고 버틴 의원이 있었다는 웃지 못할 얘기마저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89년 우지파동이 났을 때 쟁점화된 이 해당사 의원의 관련상위 배정(겸직의원 문제) 때도 제기되었지만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13대 들어 인기 상위로 급부상한 건설위는 건설업을 하는 의원이 대거 배정돼 말썽을 빚었으나 후반기 상위 배정 때도 완전한 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위는 주택공사 도로공사 토지개발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정부투자기관 외에도 대한건설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대한설비공사협회 해외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굵직한 단체와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대 건설회사들의 모임인 대한건설협회와 중소 시공업체 및 하청업체들의 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은 건설수주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설위에서는 88년 국정감사 때 당시 공화당 소속이었던 건설회사 사장 출신의 이인구 의원이 감사반을 바꿔가면서까지 자신의 연고지에서 감사를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최근까지도 건설위에 소속돼 있었으며 이 의원 외에도 김운환(민자) 김영도·송현섭 의원(평민) 등이 건설회사를 과거에 운영했거나 현재 운영중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핵심 노린자위 상임위로 통하는 재무위는 막강한 재무부의 여러 산하단체 외에도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증권업협회 전국투자금융협회 상호신용금고연합회 등 「물좋은」 협회가 많다.
재무위는 매년 예산 심의 때마다 세입 결정을 위한 세법 개정을 해야 하는데 세율 하나하나에 걸린 관련업체들의 이해를 감안하면 로비의 정도가 어렵지 않게 추측될 수 있다.
증권업협회는 재무위 차원을 뛰어넘어 지난 89년 50억원의 정치자금을 조성,당시 민정당에 전달했고 민정당은 이 중 일부를 다시 민주·공화 등 야당에 제공했을 정도로 막강한 자금동원력을 지니고 있다.
증권업협회의 정치자금 제공은 자금 제공 후에 곧바로 단행된 증시부양책과 관련이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받기도 했다.
○…농림수산위는 지난 89년 당시 민주당 소속의 박재규 의원이 유관협회인 방제협회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됐던 곳.
농협 축협 수협 마사회 외에도 농지개량조합연합회 축산물유통사업단 어선협회 제분협회 사료협회 등과 관계가 있다.
마사회의 관할권문제를 놓고 농림수산부와 체육부가 힘겨루기를 했을 때 농림수산위가 농림수산부를 적극 지원했던 일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번에 말썽을 빚은 상공위는 한국중공업과 포항제철 등 굵직한 국영기업체 외에도 무역협회 및 자동차협회 등 상공부 유관협회와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제조업종별로 구성된 각종 협회가 활발한 로비활동을 한다. 그러나 협회의 경우 회원인 각 제조업체의 치열한 이해 다툼 때문에 『협회 돈은 줘도 받지 않아야 된다』는 게 불문율. 이번의 경우 이 불문율을 지키지 않고 협회의 지원을 받았던 게 화근이 된 셈.
○…상공위와 함께 외유지원을 받은 문체위는 이번에 지원을 한 국민체육진흥공단 외에도 교원단체총연합회와 사립학교교원연금관리공단,대한공제회 등이 산하단체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우 4천억원의 기금이 조성돼 있고 체육진흥자금을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이번 지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직접 한 게 아니라 체육부를 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보사위는 전문성을 살린다는 취지로 의사와 약사 출신 의원이 많다. 한 야당 보사위원은 『보사위에 앉아 있노라면 이곳이 국회인지 아니면 의사회와 약사회의 이권 다툼장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의학협회와 약사회 말고도 제약협회 병원협회 식품공업협회 등의 로비가 치열하다.
89년 우지파동이 났을 때 식품회사 사장이었던 당시 민주당의 석준규 의원이 상임위의 대정부 질의에서 「우지무해론」을 장황하게 역설해 겸직의원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문공위의 방송공익자금도 말썽의 소지가 있는 돈 중의 하나. 연 7백억원에 달하는 이 돈 역시 주인이 없어 구설수에 오르는 횟수가 잦다.
방송위원회가 지난 89년의 국정감사 때 위원들의 월급과 판공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호된 질책을 받았던 것도 주인없는 돈인 방송공익자금으로 운영되는 데서 비롯되었던 것.<조명구·유성식 기자>조명구·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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