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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폭격 불구 후세인 지휘계통“건재”/미는 왜 지상군공격 주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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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폭격 불구 후세인 지휘계통“건재”/미는 왜 지상군공격 주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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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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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수비대도 큰 타격 못 줘/사막서 「첨단공격」 효과도 의문/피해 우려와 속전속결 정치적 필요성 사이서 고민쿠웨이트 국경지대에 집결해 있는 47만2천여 명의 미 지상군은 전쟁개전 1주일을 넘기면서도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육군·해병대로 구성돼 있는 이 지상공격부대가 국경을 넘어 진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대체로 2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는 B52의 융단폭격을 비롯한 가공할 공중폭격이 하루평균 2천회씩이나 진행돼 벌써 출격횟수가 1만회를 넘어섰지만 어떻게 된 셈인지 이라크군의 지휘·통신계통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다.

지휘·통신계통은 전투사령부가 예하부대에 지휘·명령계통을 전달하는 통신시설을 통칭하는 것이다.

전황브리핑이 있을 때마다 기자들은 『지휘·통신계통이 파괴됐느냐』 『지금도 후세인이 군을 지휘하고 있느냐』라고 계속 묻고 있는 데 대해 존·매코넬 미 합참정보국장은 『지금도 후세인이 군을 장악하면서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신시설이 융단폭격이나 스텔스기의 영점조준탄의 표격이었을텐데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다. 미군당국은 이 지휘·통신계통이 살아 있는 한 미 지상군을 진격시켜서는 미군의 희생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둘째는 이라크정예 공화국수비대가 아직 온전한 채 쿠웨이트 국경지대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국수비대는 원래 후세인 대통령의 개인경호대로 출발한 특수부대로 주로 후세인 고향출신을 모아 대통령궁,수행경비임무 등을 맡아 친위대 성격의 군대였으나 이란­이라크전이 터지면서 공개적으로 강화대 지금은 8개 사단의 막강한 핵심 정예부대로 자리잡았다.

열렬한 후세인 지지자이면서 회교도로서 대학을 나왔거나 이에 버금가는 고학력 출신자들로 구성된 공화국수비대는 3개 기갑사단,4개 보병사단,1개 특수작전사단으로 이뤄져 있고 병력은 12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이란전 당시 전투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진에 뛰어드는 용맹을 자랑,미국 등의 다국적군에 만만치 않은 상대로 간주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일부터 B52기의 융단폭격이 공화국수비대 집결지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22일의 브리핑에서도 이 공화국수비대가 약화됐거나 심하게 분열되고 있다는 아무런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국방부대변인은 말하고 있다.

사담·후세인이 원자탄이 떨어져도 끄떡하지 않는 지하벙커에 앉아서 이 공화국수비대를 직접 지휘하고 있으며,그 수비대병력이 또한 온전히 살아 있는 한 미 지상군은 절대로 정면돌격을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국방부 대변인은 22일의 브리핑에서 후세인이 1억달러를 들여 독일인에게 건설시킨 지하벙커를 사용하고 있다는 USA 투데이지 보도를 『아는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후세인이 군 지휘계통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벙커의 존재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런 상황 아래서 미 지상군이 쿠웨이트 국경으로 M1 에이브럼즈 탱크,AM 50아파치 무장헬기 등을 믿고 밀고 들어간다면 이는 아마도 『끌어들여 피를 흘리게 한다』는 후세인의 전략에 말려드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높다.

왜냐하면 공화국수비대를 비롯한 쿠웨이트주둔 이라크군 54만5천명이 지난 5개월간 철저히 사막전에 대비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쿠웨이트국경에서 진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미 제1사단,7군단 등의 전차부대는 2차대전 때 리비아사막을 누빈 롬멜군단을 예상케 하듯 명령만 떨어지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무변의 사막을 일시에 돌파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국수비대는 아마도 월남의 정글이나,한국의 인민군지하 연결참호에 못지않은 사막참호를 이미 모래밭 깊숙히 사통팔달로 파놓고 오히려 겁없이 덤비는 미 지상군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사막에 참호를 파는 경우 공중폭격의 위력은 평지참호에 비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M1A1의 드래곤 전차포나 AM60 아파치헬기의 미사일공격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결국 1 대 1의 육박전이나 소총전을 벌이는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미군은 엄청난 사상자를 내게 될 것이 뻔하다.

미국은 현재 지상전을 속히 치러야 할 정치적 필요성의 한편으론 사상자가 필연적으로 많이 생길 이 지상전을 여건이 갖춰지지 않는 한 피해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고민에 빠져있는 셈이다.

후세인은 스커드미사일로 미군의 군사목표물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텔아비브,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다란 등의 인구밀집지역에 쏘아대면서 심리전을 펴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인 제임스·레스턴은 21일 뉴욕타임스지의 기고를 통해 미군은 공군력으로 공화국수비대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한편,지휘·통신계통을 계속 두들겨 패 이들이 스스로 항복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부터 쿠웨이트와 이라크 동북부의 흐린 날씨가 개면 그간 공습의 효과가 항공촬영에 의해 정밀분석될 것이다.

그런 후 미국은 지상전의 개시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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