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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분노/김종래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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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분노/김종래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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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도주하듯 슬며시 무더기로 떠나 빈축을 샀던 의원들의 외유가 끝내 사단을 내고야 말았다.「국회상공위원장 등 여야의원 3명 거액의 뇌물외유」

걸프사태 관련기사로 가득 메워진 22일자 조간신문 사회면에 박힌 시커먼 활자를 보면서 『결국 올 것이 왔구나』하고 느꼈던 직감은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현실로 나타났다.

『도대체 그 ××들은 뭐하는 ×들입니까. 정신이 있는 사람들입니까. 대한민국사람들이 아니랍니까』

전화로 다짜고짜 육두문자부터 퍼부어대는 시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러들줄 몰랐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집단외유의 말썽이 일 때부터 예고됐던 감정이 드디어 폭발한 것이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는 당사자들인 세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초청받으면 몸만 가는 것이 관례』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동차공업협회측에서 부인들도 초청했느냐』는 꼬집음에 『대개 부부동반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억지도 뒤따랐다.

지자제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윤리가 새삼 강조되고 있다는 「공자말씀」은 일단 제쳐두자.

시시각각 변하는 걸프사태로 온국민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요즈음인만큼 사회지도층부터 자숙·근신해야 한다는 「당위론」도 덮어두자.

하지만 자동차공업협회 등으로부터 직·간접으로 받은 경비가 무려 10여 만 달러에 달한다는 데는 웬만한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외국에서는 고작 50불의 선물만 받아도 자진신고토록 돼 있다는데 국회에는 자비로 간다고 신고해놓고 뒤로는 엉뚱한 데서 거액을 챙긴 뻔뻔함에는 말문이 닫힐 수밖에 없다. 『자폭하라고 전해 달라』는 한 시민의 분노가 오히려 가슴에 와닿을 지경이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퍼져 있던 일부 의원들의 그 같은 행태가 빙산의 일각이나마 엄연한 사실로 확인된 이제 당사자들은 물론 정치권 전체는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무너져내리는 민심을 향해 솔직하게 사죄하고 진정으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지반이 송두리째 붕괴될 위기에 처한 것이 오늘날의 정치권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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