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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서 유전은 안전할까/이라크 궁지땐 파괴·공격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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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서 유전은 안전할까/이라크 궁지땐 파괴·공격 예상

입력
1991.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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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방어망·안전장치로 “피해 최소화”/심리적 영향 더 커 각국 대책마련 부심이라크가 반격을 본격화하면서 쿠웨이트내 유정과 정유소 등을 폭파함에 따라 사우디와 쿠웨이트에 있는 석유시설의 파손여부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사우디의 카프지 원유저장탱크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던 이라크는 22일 쿠웨이트내 유정 등을 스스로 파괴했다.

그러나 쿠웨이트산 원유는 그 동안 거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석유시설 파괴가 당장 세계 석유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이라크가 막판에 몰릴 경우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도 배제할 수 없어 위험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유정◁

현재 사우디에는 약 8백개의 생산 유정이 있으며 하루에 8백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정에는 석유층이 연결되는 지하에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충격을 받으면 곧 자동적으로 폐쇄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이라크의 공격을 받아도 피해는 최소한에 그치게 된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오래된 유정이 미사일 공격을 받을 경우에는 원유가 솟아나오게 되고 큰 화재가 난다.

이 경우 화재발생지점을 긴급히 막아 불을 끄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옆에서 비스듬히 구멍을 뚫어 유정 중간을 콘크리트로 막아버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소화에는 수주간의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유정개발의 경우보다 더 많은 43억∼55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만일 유정 1개 정도가 파괴된다면 하루 평균 1만배럴 정도의 석유생산이 줄어드나 사우디 전체 생산량에 비하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국적군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군이 철군할 경우 쿠웨이트의 유전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세계 정상급인 부루간유전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소화작업만 해도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유소◁

사우디의 주요 정유소로는 걸프해 쪽의 아루 주베르(하루 정제능력 약 25만배럴)와 라스타누라(하루 50만배럴 정도) 및 홍해 쪽의 얀부(하루 약 42만배럴) 등이 있다.

이라크가 공격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걸프해 쪽의 정유소들이다.

정유소가 파괴될 경우 한 번에 수십만 배럴 정도의 공급감소가 우려되지만 다국적군도 이에 대비해 정유소에는 자체방어체제를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 놓고 있어 공격을 받아도 피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10만배럴급의 정유소가 완파된다면 수리비용은 7천5백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2차 정제시설과 원유저장탱크 등 관련시설까지 모두 복구하려면 최소한 5백억∼5천억원 정도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경우 완파된 상태에서 새로 건설을 시작하려면 수리기간은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송시설 및 파이프라인◁

공격을 받는다고 해도 수송시설의 복구는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이라크­이란 전쟁중 이란의 한 수송시설이 파괴됐지만 1주일 만에 복구됐었다. 항만시설은 부두와 창고 등만을 수리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걸프해와 홍해를 연결,아라비아반도를 횡단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에는 수㎞마다 파이프내에 원유흐름을 차단하는 자동밸브가 설치되어 있다.

때문에 공격을 당해도 그 부분의 파이프를 교환해 계속 사용할 수가 있어 원유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석유공급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에 끼칠 심리적인 영향,즉 「전쟁 프리미엄」은 아주 무시 못할 것이어서 각국은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개전초 미국 등 각국은 방대한 석유비축량의 긴급방출을 발표,「역전쟁 프리미엄」현상까지 초래했으나 전쟁이 당초 예상을 뒤엎고 장기화할 기미를 보이자 서방 선진 7개국(G7)들은 20∼21일 뉴욕에서 긴급 회담을 갖는 등 「심리적 불안해소」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21일 공동성명을 발표,『우리들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외환시장의 동향을 감시하고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은 걸프전쟁 발발 이후 원유가격이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국제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데는 만족을 표시했으나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결국 지상전이 본격화되어도 원유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겠지만 전쟁이라는 심리적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세계경제는 그 방향을 달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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