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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부정 서울대 마저…” 충격/음대 「뇌물 실기고사」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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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부정 서울대 마저…” 충격/음대 「뇌물 실기고사」 파문

입력
1991.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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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써야 합격” 사실로/귀·코만지기 등 사전에 암호교환/심사위원 절대부족이 근본 원인명문 서울대 입시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거액의 돈이 오가고 4명의 음대지원생이 부정합격한 사실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이 22일 올해 서울대 음대 실기고사 심사위원을 맡았던 현직 대학교수 등 7명 전원과 이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자녀들을 합격시킨 학부모 등 12명을 적발함으로써 그 동안 엄청난 돈을 써야만 합격할 수 있다는 예·체능계 입시를 둘러싼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예능계 인사들과 입시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예능계 입시생들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기는커녕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왔다고 말하고 있다. 예능계 대학을 지원하는 자녀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유전합격 무전불합격」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고 이 같은 병폐는 교육부가 예능계 입시부정을 막기 위해 8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실기고사 공동관리제」가 시작된 이후 점점 더 심해져 왔다.

수사관계자들은 서울대 음대의 경우 평소 1시간 과외수업에 5만∼10만원씩 하는 유명강사를 통해 중·고교시절내내 일정한 실력을 쌓아온 수험생들이 입시 직전에 이르러서는 심사위원으로 위촉될 가능성이 큰 2∼3명으로부터 1시간에 40만∼50만원씩 주고 최종 레슨을 받아야 하며 시험당일에는 누가 더 많은 돈을 내느냐에 따라 합격이 좌우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수사는 서울대 음대 실기고사가 치러진 직후인 지난해 12월말 다른 학부모들보다 돈을 적게 내 합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감지한 어느 학부모가 정확하게 제보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이 제보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수사를 유보하다 이 학부모가 지적해준 4명이 모두 합격하자 본격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공동관리제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실기고사 심사위원의 절대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심사위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울시내 목관악기 전공자는 시간강사를 포함,38명에 불과하며 이 중 서울대에서 강의하는 교수 강사를 제외한 7명이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특히 하프의 경우 전임 강사 이상이 단 1명도 없는 실정이다.

심사위원들은 서로 학교선후배 혹은 같은 교향악단원들로 평소 상대방의 연주기법이나 음색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공동관리제에 의해 시험당일 아침 6시께야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는 전화통보를 받는데 통보를 받은 즉시 상호 연락을 취해 심사위원 명단과 함께 「어느 심사위원 혹은 동료의 레슨제자가 얼마를 주기로 하고 시험을 친다」는 등의 정보를 교환했다.

실기고사장은 심사위원들과 수험생 사이에 커튼이 쳐져 있어 상대방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전혀 알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연주기법이나 음색만 들어도 자신의 제자인지 부탁을 받은 동료의 제자인지를 쉽게 알아낼 수 있어 미리 정해 놓은 갖가지 신호를 통해 합격시켜야 할 수험생임을 상호 연락한다.

이들이 이번 입시에서 보여준 신호는 ▲귀·코·머리만지기 ▲시계 풀어놓기 ▲손바닥을 비비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턱괴기 등이었다.

이번에 서울대 음대 목관악기 부문에 응시했다 떨어진 20여 명의 수험생들이 소송을 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큰데다 학교측이 4명에 대해 불합격처분할 경우 이들의 반발 또한 매우 클 것으로 예상돼 서울대 입시부정사건의 파문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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