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30억불 걸고 「북방러시」 모험/어제 발표 한소 공동성명 의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30억불 걸고 「북방러시」 모험/어제 발표 한소 공동성명 의미

입력
1991.01.23 00:00
0 0

◎경제부담 속 교두보확보 기대/정부지급보증·국회동의가 위험성 반증/북양어업권 획득·첨단기술 도입은 수확22일 제2차 한소 정부대표단회담이 총 11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금까지 정식수교 이후 선언적 수사에 머물렀던 양국간 경제협력 및 교류가 본격화됨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담의 가시적 성과는 먼저 그 동안 최대현안으로 떠올랐던 경제협력자금 지원문제를 매듭지은 것을 비롯,무역 및 자원협력,과학기술,어업협력 등 다방면에 걸쳐 구체적 교류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한 것이다.

또 양국의 부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경제 및 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 설치 등 다양한 협력채널을 가동키로 합의,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교류창구도 마련됐다.

이같은 양국 정부간 합의를 기초로 국내 민간업체들은 앞으로 소위 「북방러시」를 보다 굳건한 토대 위에서 가속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회담에서 국내외에 걸쳐 가장 관심을 끈 분야는 대소 경협자금 지원규모가 얼마로 낙찰될 것인가 하는 점.

양국 공동성명에서 경협자금은 ▲원료 및 소비재 수출용 전대차관 15억달러 ▲자본재 연불수출자금 5억달러 ▲은행차관 10억달러 등 총 30억달러를 향후 3년간 제공키로 최종 합의됐다.

그 동안 소련측은 외환핍박 등을 이유로 50억달러 이상 대규모 자금지원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당초 5억달러로 잡았던 장기저리의 현금차관(뱅크론)을 두배인 10억달러로 늘리고 ▲91∼93년 3년간 연간 10억달러 꼴로 지원하려던 방침을 바꿔 올해 15억달러,92·93년에 나머지 15억달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차관공여시기를 앞당기는 선에서 절충안을 제시,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차관인 은행차관 10억달러는 산은을 비롯한 국내 10개 은행이 신디케이트를 구성,소련 대외경제은행에 공여하는 것으로 소련의 당면한 외환부족상태 해소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차관으로 국내은행의 대외신용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국회동의를 얻어 국가가 지급보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대차관과 연비수출자금 등 나머지 20억달러는 우리 상품과 플랜트 등을 소련측이 구매할 때 결제자금으로 쓰는 일종의 조건부 차관. 다시 말해 우리로서는 순수한 자본유출없이 소비재 상품과 플랜트를 2년에서 8년반 가량 외상수출하는 형식이 된다.

소련이 요구한 소비재 품목의 구체적 공급내역을 확정한 것도 이번 회담성과의 하나다.

소련측은 지난해 8월 모스크바 1차회담 때 41개 소비재 품목을 제시한 데 이어 다시 22개를 추가,총 63개 품목을 공급요청해왔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검토결과 ▲냉장고 세탁기 TV VCR 등 34개 품목은 전량공급 가능 ▲라디오 재봉틀 등 19개 품목은 부분제공 가능하며 ▲담배제조기 등 나머지 10개 품목은 불가능하다고 판단,총 53개 소비재 품목의 공급을 위한 실무회의를 내달중 모스크바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양국정부는 소련측이 제안한 22개 자원개발 프로젝트 중 사할린 석유 천연가스 야쿠트엘긴스크 석탄개발 등 7개 프로젝트를 공동추진키로 확정,빠르면 내달중 2차 정부자원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할 계획이다.

어업 분야에서 「한소 어업협력에 대한 협정」이 가서명돼 수산자원이 풍부한 북태평양 베링해 및 캄차카반도연안 수역에서 우리 어선의 조업·기항·공동어로사업의 길이 열린 것은 실질적 측면에서 이번 회담의 주요성과로 꼽힐 만하다. 미국의 북태평양 어업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원양업계로선 활로개척의 새 계기가 될 전망.

한편 이번 회담을 지켜본 경제전문가들은 양국간 과학기술교류가 본격화하게 된 사실을 최대 수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애로요인이 기술개발지연인 점과 미일 등 선진국들의 기술보호장벽을 뚫기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비록 상업화되지 않았지만 기초과학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최고수준의 소련기술을 직수입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린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봐서 이번에 확정된 한소 경협방안은 30억달러의 대가를 치르고 과학기술 애로타개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소위 「모험투자」의 성격이 적지 않다.

우리 경제여건상 금융지원 차원이기는 하지만 30억달러 공여가 적잖은 부담인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은행현금차관에 지급보증을 서면서 국회동의를 요청키로 한 것은 뒤집어 말해 그만큼 투자위험이 크다는 의미일 수 있다.

또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대소경협지원 규모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30억달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모험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정부는 현금차관을 뺀 나머지 경협자금은 어떤 의미에서 「시장개척」 자금의 성격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물자부족에 시달리는 소련 소비자들에게 우리나라 브랜드를 강하게 심는 계기가 돼 궁극적으로 인구 2억명 이상의 소련시장에 교두보를 놓는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기술 및 통상장벽을 「북방카드」로 타개하려는 이번 한소 경협시도가 엄청난 대가를 지불한 만큼이나 우리측 희망대로 진전될지 주목된다.<유석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