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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실기평가 기준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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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실기평가 기준인가(사설)

입력
1991.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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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소문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이 또 드러났다. 아니 땐 굴뚝엔 연기가 나지 않는 법이다. 예능계 대학입시에서 실력보다 돈이 더 재간을 부리고 잘 통한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밝혀졌다. 더 한층 충격의 강도를 높이는 사실은 입시의 공정을 자랑하는 국립대학인 서울대 음대에서 부정이 발각되었다는 것이다.파고 들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닐 것 같다. 대학입시 예능계 실기고사의 부정 「혐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이번에 검찰에 의한 적발은 그것을 확인케 하는 데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을 맡았다가 걸려든 교수와 강사들이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보도가 실증으로 오랜 소문을 뒷받침해준다. 서울대 음악대학의 입시부정은 결론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예체능계 실기는 다른 과목과 달라 객관식 출제나 평가가 어렵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시비와 말썽이 끊임없어 지난 80학년도부터 공동관리제를 도입해 의혹의 여지를 줄이려 애쓴 것은 분명하다. 이번 부정은 바로 이 제도의 허점을 돈과 사사의 인연으로 찌른 것이다.

실기과목의 입시공부는 치열한 과외경쟁으로 돈을 깔고 다니는거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개인교습을 받는 스승을 잘 만나야 합격이 보장된다는 바람에 교습비를 터무니 없이 지출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실력향상보다 돈으로 입시를 돌파하려고 교묘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게 되었다.

잇단 예능계 실기 부정을 두고,우리는 대학인의 양심을 꾸짖고 대학의 책임을 준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제도의 허점이 있더라도 대학과 대학인은 오히려 그것을 보완하고 막아야 마땅하지 않는가. 「공동관리」를 빌미로 내가 속한 대학과 무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더욱 용서하지 못할 배신행위이다.

대학인의 정신이 이렇게 썩고 혼돈에 빠졌다면 우리의 장래가 암담하기만 하다. 서울대 음대의 입시부정을 미뤄보아 예능계 실기의 부정은 그 뿌리가 매우 깊고 돈거래가 크게 확산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단을 내릴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음성적 거래는 드러난 액수보다 훨씬 규모가 클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한다.

교육부가 확정한 대학입시개선안은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늘려놓았다. 신입생 선발권을 대학이 오랜만에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예능계 부정이 적발되었다는 것은 대학의 자율에도 심각한 타격과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누가 어떻게 대학과 대학인의 양식과 책임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학부모들은 「돈보따리 합격」의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입학만 하면 떼돈도 아깝지 않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깨끗이 버려주기 바란다. 그것이 자녀를 위하는 길이 아니고 오히려 해치는 길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도 예능계 실기평가제도의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교육의 진실,대학의 명예와 권위를 위해 입시부정의 재발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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