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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민들로 호텔마다 북새통/예루살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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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민들로 호텔마다 북새통/예루살렘 표정

입력
1991.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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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라서 안전” 각지서 몰려와/대부분 방독면 휴대… 정신병원 스트레스환자 급증/관광객 끊겨 유흥가 개점휴업… 방송 종일 전쟁뉴스예루살렘의 호텔업계가 이라크의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피해 몰려드는 피란민들로 짭짭한 재미를 보고 있는 반면 고급 음식점이나 디스코텍 등 관광업소들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평소 성지순례객들로 붐비는 예루살렘의 각 호텔은 지난 17일 이스라엘동부 텔아비브시와 하이파항이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직후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이스라엘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하루 방값이 2인용 기준 1백20달러(약 9만원)인 예루살렘 힐튼호텔에는 이번주까지 3백97개 객실 전부에 대한 예약이 끝난 상태이며 인근에 있는 라마다 르네상스호텔(객실 3백40실)에서도 방을 구하기가 힘든 형편이다.

라마다 르네상스의 게리·버트윅 객실담당 상무(45)는 『사담·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이 걸프전쟁을 일으켜 외국관광객을 빼앗아 가더니 이번에는 이스라엘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해와 내국인 손님들을 몰고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예루살렘에 이처럼 피란민들이 줄을 잇는 까닭은 회교도인 후세인 대통령이 전세계 신앙인들의 마음의 고향인 예루살렘에 대해서만은 미사일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택시운전사 빈스카·시물리크씨(34)는 『예루살렘에는 이스라엘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회교도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곳을 안전하다고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의 각 호텔 로비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방독면 가방을 손에 들고 분주히 오가는 이스라엘인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심지어는 젖먹이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마스크인 「바르다스」도 가끔 눈에 띈다.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을 피해 예루살렘으로 피신하고 있는 건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라마다 르네상스의 한 여종업원은 『피란민들은 자녀를 2∼3명 둔 부부들이 대부분이지만 애완견을 2마리씩이나 데리고 오는 손님들도 있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난 17일 하이파에서 이곳에 왔다는 다나라는 미혼 여성은 『엄마,아빠와 함께 잠시 피신하러 왔다』면서 『이건 휴가가 아니고 피란이기 때문에 로 즐겁지가 않다』고 말했다.

걸프전쟁으로 인해 소위 「바그다드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곳은 호텔뿐만이 아니다.

예루살렘의 정신병원에는 최근 일주일 사이 전쟁의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증세가 가벼운 환자들은 대개 시가 운영하는 보건소나 정신병원에서 싼값에 치료를 받을 수도 있는데 걸프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환자 수는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이 밖에 신문판매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곳 TV는 걸프전에 관한 뉴스속보를 수시로 내보내고 있으며 일부 라디오방송은 거의 모든 프로를 전쟁관련 뉴스로 채우고 있으나 이스라엘인들은 눈만 뜨고나면 가판대로 달려가 신문을 「사재기」한다는 것이다.

이는 걸프전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이 때문에 신문판매율이 7∼8%는 늘었을 것이라고 예루살렘 포스트광고국의 한 직원이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전쟁으로 호황을 누리는 업계가 있는 반면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이나 기념품상 그리고 디스코텍 등은 불황을 타고 있다.

과거 순례객들로 꽉 차던 올드 시티의 상가는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이스라엘 항쟁)에 동조하는 상인들의 파업에다가 이번 전쟁의 여파가 겹쳐 매일 하오1시만 지나면 셔터를 내리고 휴업에 들어간다.

올드 시티로 통하는 관문이 하나인 다마스쿠스 게이트에서 「통곡의 벽」에 이르는 엘 와드가에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경계의 눈을 번득이며 순찰중이다. 통곡의 벽에도 유태인 신자들만이 삼삼오오 말없이 오갈 뿐 외래 관광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또 지난해 가을 회교도와 기독교도간의 유혈충돌로 20여 명의 사상자를 냈던 템플마운트에도 문이 닫혀 있으며 시내 중심가의 유흥업소들도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서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한산한 표정이다.

예루살렘의 벤구리온 공항 당국에 따르면 하루 평균 70회 정도이던 항공기 이착륙 건수가 최근에는 20∼30회 정도로 줄어들었으며 이들도 대부분 국내선을 운항하는 항공기들이다.<예루살렘=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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