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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의원 뇌물외유」 도마위에/상공위 사건으로 본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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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의원 뇌물외유」 도마위에/상공위 사건으로 본 실태

입력
1991.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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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주기·강제기부 등 쌈짓돈 관행/일부 생산차원 불구 관광성 많아 눈총/“3의원사건 빙산의 일각”국회 상공위 일부 의원들의 「뇌물성 외유」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국회의원들의 빗나간 외유행태가 본격적으로 여론의 비판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 도마에 오른 당사자들은 『의원 외유시 관련단체 등으로부터 쌈짓돈을 받아온 것은 관례』라며 유독 자신들만이 비리 시범케이스로 지목되고 있는 것에 불만스런 표정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그 동안 의원외교니 해외시찰이니 입법자료 수집이니 등의 갖가지 명목에 따른 외유엔 적든 많든 「강제성」 기부금이 으레 뒤따랐다는 것이며 상공위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란 주장으로 연결된다.

지난해말부터 연초에 걸친 의원들의 외유사태가 국비여행이든 자비여행이든 관계없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이유 중의 하나도 이 때문이다. 『정치는 엉망으로 하면서 외유나 세비 등 제 밥그릇 챙기는 데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비난여론 배경엔 이같이 의원 외유의 「뒷수발」을 들어야 하는 행정부 또는 민간단체들의 「민원」도 적지 않았던 실정이다. 또 이번 경우처럼 특정 상위 관련 이익단체들이 「알아서」 뇌물성격의 외유를 주선하는 것 외에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관련기관에 손을 벌리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상당수의 의원 외유가 생산적 의미에서의 입법자료 수집이나 의원외교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유달리 부부동반이 많았다든지,유럽 등 특정지역에 몰려 현지 공관들이 접대일정에 곤혹을 겪는다든지,귀국시 대형 선물보따리를 6∼7개씩 들고 온다든지 등의 추한 모습을 어느때보다 많이 노출시켰다는 게 공통된 얘기다.

○작년말부터 50명 러시

○…지난해말 당지도부의 외유 단속에도 불구,국회예산(국비)으로 출국한 팀은 국회의장의 아시아·아프리카 공식방문을 제외하더라도 운영위 2개반·교체위 2개반 등 모두 12개팀에 여야 합쳐 50명 선.

이 중 행정위 소속의원 5명이 작년 12월26일부터 2주간 호주 등을 다녀왔고 나머지는 모두 1월3∼9일 사이에 집중 출국,걸프전쟁이 터지자 일정을 4∼5일 앞당겨 현재는 모두 귀국한 상태. 특히 이 중 7개팀이 유럽 쪽에 편중,유럽 공관은 이들 접대로 공무에서 손을 떼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며 일부 팀은 연초의 바쁜 방문국 사정에도 아랑곳없이 정부 주요관리와의 즉석면담을 요청하기도 해 공관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다는 것. 이들은 걸프전쟁 발발 다음날인 18일 서둘러 귀국,오스트리아 빈공항 등과 김포공항은 때아닌 금배지들의 장사진을 연출했다.

보름 정도의 국비여행의 경우 1인당 평균 경비는 약 1만달러(7백만원) 선. 3∼4개국 방문시 왕복항공료(1등석)가 4∼5천달러 수준이고 하루 체재비가 3백달러 남짓이며 여기에 약간의 개인 필요경비가 포함된다.

하지만 이 액수는 국회가 지출하는 공식경비일 뿐 상임위 관련단체가 개개인에 용돈을 건네는 것은 말 그대로 「관례」로 돼왔다.

상공위처럼 큰 액수는 아니지만 관련단체가 많을 경우 그 총액수가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국회 주변의 관측이다.

과거의 예이긴 하지만 극단적인 경우 항공기 1등석 경비가 지급되면 3등석을 티켓팅하고 차액을 챙기는 일화도 있었다는 것인데 그래도 항공사는 의전상 의원들을 상등석에 배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는 것.

○자제주문에 자비 늘어

○…당지도부의 외유 자제주문이 높자 올해 경우 자비여행 의원수도 부쩍 늘어났는데 지난해 정기국회 후 그 숫자는 30명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외국 거주 가족이나 친지방문,개인적 용무 등으로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한 달 기간으로 외국을 「자비」로 다녀왔는데 문제는 상공위 사건처럼 국회 돈만 쓰지 않을 뿐 사실상 업무와 「유관한」 돈을 받았던 흔적도 일부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해외공관 접대 곤혹

○…의원 외유는 대부분 해외시찰 등의 명분을 내걸지만 추진과정을 보면 방문국의 사정을 거의 고려치 않는 일방적 일정이 주종이고 실제내용도 관광에 치우친 것이어서 의원외교의 근본적 재검토가 요청되고 있다.

느닷없는 외국 주요인사 접견을 재외공관에 요구해 관계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도착에서부터 출발 때까지 공관측이 안내를 전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특히 접대가 소홀하다 생각되면 즉석에서 의원 신분을 강조하며 호통을 치는 「횡포」도 적지 않아 의원 외유 시즌이 오면 공관측은 아예 「의원접대체제」에 돌입한다는 얘기도 있다.

국비·자비 합쳐 80여 명 선에 이르는 연말연시 의원 외유 특징 중의 하나는 부부동반이 대부분이라는 것. 의원과 부인에게 각각 관용 여권이 지급돼 있는만큼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으나 간혹 자녀동반을 요청해오는 경우가 있어 『의원외교의 입법자료 수집이니 하는 명분을 무색케 한다』는 빈축을 사기도 한다. 이 경우 본인 외 경비는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이지만 관행상 자녀동반에 관계자들이 난색을 표하면 「위」를 통해 압력을 넣는 경우도 있다는 것.

반면 재무위 등 일부 팀은 외유성격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당초 부부동반계획을 취소,본인들만 출국한 예도 있다.

유람성 외유를 일삼는 의원들의 또 하나 특징은 귀국시 대형 백 6∼7개에 달하는 외국상품을 휴대한다는 것인데 이 중엔 골프채 등의 사치성 물품이 적지 않아 세관원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 적지 않다. 실제 대거입국한 지난 18일 의원들을 마중나온 보좌관들은 서로 빨리 10여개씩의 짐을 챙기느라고 충돌을 빚기도 하는 등 혼줄을 겪는 진귀한 풍경을 보여줬다.

○긍정·부정시각 교차

○…하지만 이같이 빗나간 일부 의원들의 빗나간 외유벽 때문에 「덤터기」로 비난대상에 올라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는 사례도 있는데 외국 세미나 참석이 빈번한 학자 출신 의원들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의원 외유에 대한 긍정·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교차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상공위 사건은 의원의 무분별한 해외여행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서 차제에 잘못된 관례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이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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