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이 걸프전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이때 이 무슨 창피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명분없는 연말연시의 국회의원 집단외유를 그렇게도 간곡히 말렸는데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더니 결국 터져 나온 게 의원들의 뇌물외유추태이다. 부인마저 동반,호유를 즐긴 의원들 스스로도 자동차협과 무협에서 10만달러 상당의 여비를 보조받았음을 시인하고,그런 보조는 관례라고 염치도 없이 주장했다고 한다.그렇다면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된다. 이번참에 그런 뇌물관례에 법의 철퇴를 가해 그 뿌리를 뽑는 새로운 관례도 만들어가야 마땅하다. 선량인 그들 스스로가 일을 저지르고도 발뺌하는데 국민들이라고 더 이상 가만 있을 수만은 없는 이치가 아닌가.
검찰에서 그 뇌물외유사건을 수사중이라니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만은 과거의 흐지부지됐던 정치적 수사관행에서 당연히 벗어날 것으로 믿고 싶다. 일이 그렇지 못할 땐 더 큰 파란이 야기될 수가 있음을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회도 지금 그냥 있을 때가 아니다. 임시국회에서 또 싸움질이나 할 게 아니라 국회나 선량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마냥 무너지고 있다는 심각한 사태를 냉철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처리에서부터라도 심기일전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마땅하다. 그래서 진지한 반성과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뇌물외유 관련의원들에 대한 응분의 도덕적·정치적 책임추궁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국민적 의혹과 불신이 더 이상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전에 연말연시 집단외유의 진상과 자금출처 및 성과에 관해서도 스스로 전모를 밝힐 용기와 결단을 보여주길 촉구한다.
사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나 의원들의 추문이나 위상실추는 국민적 불행이요 아픔임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막강한 공권력과 조직을 두루 갖춘 행정부의 날로 높아지는 위세 앞에서 초라함을 보이는 국회의 모습을 달가워할 수 없는 국민이기에 국회의 각성과 자정노력을 지금까지 그렇게 촉구해왔던 것이다.
지금은 자칫 온세계가 전화에 휘말릴 수 있는 비상시국이다. 유가파동의 먹구름은 국가경제의 앞날을 가려 국민들 스스로가 불황을 걱정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때이다. 국회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위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의원들도 사회지도층의 일원으로 난국극복의 본보기를 솔선수범해 국민들에게 믿음과 용기를 줘 마땅한 때인 것이다.
끝으로 걸핏하면 갖가지 뇌물사건 때마다 등장하는 각종 협회의 방만한 운영과 허술한 예산집행문제가 남는다. 업계를 대표한다는 그런 단체가 제 할 일은 않고 공직자나 의원 등 사회지도층을 뇌물과 향응으로 타락시키는 정도를 벗어난 로비를 일삼아 말썽이 끊이질 않는다. 차제에 각종 로비활동에 관해서도 최소한의 도덕성과 합법성을 보장할 규제입법의 필요성이 아울러 절감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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