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상보다 「애국적 보도」 치우쳐/마치 「람보」식… 참전지지율 높여걸프전쟁이 터진 이후 미국의 극장가와 비디오숍가는 불황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같은 영상매체로서 TV가 종일 전쟁을 생중계해주는 데 영화나 비디오 볼 심리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CNNTV 방송은 적진 심장부에 들어가서 다국적군의 공습상황을 생방송해주고 있는데 이는 전쟁사상,방송사상 첫 번째 기록으로서 새로운 전쟁형식의 시작이다.
CNN 방송에 의한 공습실황중계를 보고 있으면 실제전쟁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이언 이글」(86)이나 「탑건」(87) 같은 전쟁영화를 보고 있는 것인지 또는 비디오게임을 보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이와 같은 착각은 영화나 전자오락기광이 아니더라도 현대의 젊은이들에게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있을 것이다. 영화 「아이언 이글」은 적대국가로 중동국가를 설정하고 F16전투기를 이용,한 젊은이가 억류중 파일럿인 자기의 아버지를 구출한다는 영웅담을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전투조종사인 주인공들을 애국심에 불타는 영웅으로 미화하고 있으며 아랍국가는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테러집단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들 작품이 미국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영화가 세련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미국인들 또는 백인들의 아랍인들에 대한 인종적·종교적 편견이 무의식적으로 발동했기 때문이다.
CNN에서 그 동안 방송한 영상은 디테일한 전쟁의 참상보다는 롱숏에 의한 오락공중전투 영화에서 흔히 보는 승전적 영상이다. 전선에 아내를 내보낸 남편이 세 아이를 돌본다는 다분히 동정적인 또는 애국적인 가정을 취재 보도하는가 하면 미니애폴리스에 <사막의 소리> 방송을 이용,전선의 병사와 가족이 직접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사이언스 픽션화시켜 보도하기도 하다. 따라서 적어도 CNN에서 내보낸 영상은 전쟁의 잔혹한 범죄적 이미지보다는 전쟁영화의 소영웅적 환상이나 전자오락기의 전쟁게임화한 이미지이다. 사막의>
월남전 때 TV가 사상자 중심의 개죽음화한 젊은 병사의 이미지를 주로 보도해 반전무드를 조성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걸프전쟁에 대한 참전지지율 76%가 개전 이틀 후 83%로 상승했다는 것은 CNN의 이같은 보도태도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TV를 통해 현실적 이미지가 픽션적 이미지화 되어 가는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이성을 잃고 자신들을 「탑건」의 톰·크루즈나 「아이언 이글」의 루이스·고세트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쟁영화에는 「패튼」 「그린베레」 「람보」식의 영웅주의적 제국주의적 애국주의적 호전적 영화와,「서부전선 이상없다」(30) 「플래툰」 「7월4일생」과 같은,전쟁은 재앙이고 파멸이고 탐욕이고 죽음이고 비인간적이라는 반전영화,두 종류밖에 없다. 그러나 대중은 항상 호전적인 영화를 선호해왔다. 영화제작자는 애국주의라든가 충성 명예 의무 등으로 위장된 명분을 걸고 전쟁이라는 형식을 통해 사디스틱한 야수적 쾌락을 팔아왔다. 이와 같은 할리우드식 상업적 전쟁영화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폭력이나 전쟁을 낭만시하여 호전적으로 만든다. 미국의 TV에 방영되는 모병광고를 보라. 얼마나 병영생활과 전쟁을 낭만적으로 묘사하는가를.
이번 걸프전쟁의 중동지역 사령관 슈왈츠코프는 2차대전의 영웅 패튼 장군의 열렬한 팬이다. 그리고 그는 오락전쟁영화에서 최소한의 명분적 모랠러티에 해당하는 참전에 대한 유엔과 미국 의회의 인준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를 걸프전쟁의 람보로서 임명한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돼 미군의 사상자가 많이 나오면 TV의 쿨미디어의 속성과 매치되어 여론은 급속히 반전 쪽으로 반전될 것이다. 영화에선 먼저 공격하는 쪽이 꼭 패하게 되어 있다. 걸프전쟁의 발발시점을 설정하는 데 있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이 영화의 앞에 편집해 붙인다면 다국적군이 승리하겠지만 다국적군의 이라크 침공을 영화의 앞에 붙인다면 다국적군이 패망하는 영화가 된다. 알라신은 시나리오를 어떻게 써놓았을까.〈한양대교수·연극영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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