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격목표 전략시설서 지상군으로/초기 전격개전·초토화에 속결무드/이스라엘 피격으로 한때 확전위기/“지상전 1∼2주 후에… 종전 석달 걸린다” 분석도중동사막에 폭풍을 일으키며 전격 시작된 걸프전쟁은 개전 5일째를 맞은 21일 급박한 상황변화 없이 다국적군의 파상적 공습과 이라크의 산발적인 스커드미사일 공격이 반복되는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확전의 최대 불씨로 우려됐던 이스라엘 개입문제는 이스라엘이 두 차례의 미사일 공격에도 불구하고 일단 보복공격을 자제함으로써 그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또 다국적군의 공습목표가 이라크의 전략시설에서 지상군으로 바뀌어 지상전이 임박한 느낌을 주고 있으나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은 최소한 1∼2주일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 전쟁추이를 살펴볼 때 이번 걸프전쟁은 미국이 갈망하는 단기전보다는 장기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아졌다.
개전 5일째의 걸프전쟁을 중간점검하고 앞으로의 향방을 전망해본다.
▷개전과 전황◁
유엔이 정한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군시한이 19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17일 새벽 2시께(현지시간) 다국적군은 쿠웨이트 탈환을 위한 「사막폭풍」작전을 전격 개시했다.
다국적군은 개전 초기에 이라크군의 전쟁수행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라크와 쿠웨이트내 주요 전략시설을 겨냥,매일 1천여 회 이상의 출격으로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동시에 걸프해역에서 발사된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물을 강타했다.
다국적군은 공습과 미사일공격에 앞서 이라크의 통신체계에 대한 전파교한작전을 실시,이라크의 대응공격을 사전 봉쇄했다.
서방언론들은 첫날 공습으로 다국적군이 이라크 전투기 7백대의 대부분과 미사일기지·화학무기공장 등을 완전 파괴했다고 보도,조기승리의기대감이 팽배해졌다.
노먼·슈왈츠코프 다국적군 사령관은 『이라크와 쿠웨이트내 전략목표물의 80%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고 빛나는 전과를 자랑했다. 1차공습에 가담치 않았던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 등이 전쟁대열에 참가,다국적군의 단결도 한층 강화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라크가 18일 새벽부터 이스라엘과 사우디에 스커드미사일 공격을 퍼붓자 초기의 낙관론은 급속히 냉각되고 장기전의 우려가 고조됐다.
당초 주장과 달리 다국적군은 현재 이라크 전투기 7백대 중 불과 15∼50대만을 파괴했으며 40∼50대로 추정되는 이동식 스커드미사일 발사대는 15대 정도만 파괴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라크의 방공망은 상당히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군은 18일 이후 공습전략을 수정,이동식 스커드미사일 발사대를 추적,파괴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으나 기대했던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전투가 계속되면서 다국적군측도 17대의 전투기가 격추되고 조종사 등 22명이 사망,실종됐는데 이중 7명은 이라크에 생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상에서는 쿠웨이트 국경지대에서 간헐적으로 계속된 포격전으로 이라크군 45명이 사망하고 23명이 포로로 잡혔다고 미군당국이 발표했다.
미군은 20일에 이어 21일 사우디로 향해 발사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 9기를 모두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로 격추,스커드미사일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수그러들었다.
이라크는 현재 다국적군 전투기 1백60대를 격추시켰고 민간인 40명을 비롯한 94명의 이라크인이 다국적군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개입문제◁
이라크 걸프전쟁을 아랍과 서방의 대결구도로 반전시키기 위해 후세인이 호언했던 대로 18·19일 이스라엘에 대한 스커드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으로 47명이 부상하고 5명이 가스마스크를 쓰다가 심장마비나 질식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공격을 선언했으나 다국적군의 와해를 우려한 미국측의 집요한 설득으로 반격을 자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무마시키기 위해 각기 32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 6개 포대와 운영요원을 지원하고 7번째 항모 포레스탈호를 동지중해에 급파키로 했다.
이라크가 화학탄두를 사용치 않고 또한 시차적으로 미사일공격을 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끊임없이 자극,보복공격을 가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라크의 미사일공격이 계속되겠지만 다국적군의 감시강화와 패트리어트 배치로 이스라엘 개입가능성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망◁
걸프전쟁은 몇 주 안에 끝나는 단기전보다 몇 달 간 지속되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국적군의 전략 수뇌부에서 나오고 있다.
프랑스군 참모총장인 모리스·슈미트 장군은 19일 전쟁이 3개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부시 미 대통령도 18일 장기전의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예비군 1백만명 동원계획을 발표했다.
또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도 20일 『단기전은 다국적군의 환상』이며 『이제 이라크가 대대적 반격을 가해 전면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라크가 개전 초기에 다국적군의 융단폭격을 피해 대부분의 전투기와 미사일 등을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는 정보는 후세인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장기전에 대비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다국적군이 조기에 지상전을 감행,쿠웨이트를 탈환하지 못한다면 전세는 갈수록 후세인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다국적군이 제공권을 장악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상전에서도 우위에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결국 다국적군은 최대한 공군력을 동원,이라크의 지상부대를 파괴시킨 뒤에야 공중·지상·해상 3면에서 동시에 쿠웨이트로 진격해들어갈 전망이다.
지상전이 개시될 경우 최종적으로는 다국적군이 승리하겠지만 다국적군이 대량피해가 불가피하며 후세인도 이 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다국적군이 쿠웨이트 탈환에 성공한다 해도 전쟁이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 후세인의 자세로 미뤄볼 때 그가 건재한 이상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
메이저 영국 총리가 20일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이 이라크 영토내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다국적군이 이라크 영토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유엔 결의안 실천이라는 명분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적지 않은 반대여론에 봉착할 것이 분명하다.
다국적군의 승리는 아직도 멀고 험하다.<배정근 기자>배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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