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우리의 전쟁걱정/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리의 전쟁걱정/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1.01.22 00:00
0 0

일본이 추가 전비를 준비하고 있다. 외신보도는 그 규모가 적어도 80억달러,많으면 1백억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번에 낸 것보다 두 배가 훨씬 넘는 규모다. 일본정부가 국채발행까지 계획하고 있다니까 세계 제1의 부자나라이고 흑자대국인 일본으로서도 부담스러운 규모인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번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지원요청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소련에도 경협자금을 내놔야 할 입장에 있다. 금명간 그 지원규모가 확정·발표될 예정이지만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올해 안으로 구체적 결실이 맺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간 국교정상화를 위해서도 상당한 규모의 경협자금이 또 필요할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래저래 돈 쓸 데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도로 적자시대로 들어서 아직도 적지 않은 외채를 짊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해마다 새로 빚을 더 들여와야 할 입장이다. 지난해 11월말 현재로 경상수지적자가 25억달러 정도. 별 다른 사정이 없더라도 앞으로 당분간 해마다 20억∼30억달러의 신규외채 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걸프전쟁의 추이에 따라 만약 국제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이상으로 장기상승을 하게 되면 적자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외채 도입도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우리 자신의 빚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전비도 내고 소련도 지원하고 중국도 도와줘야 하는 입장이 됐으니 얼마나 더 많은 돈을 꾸어와야 할지 알 수 없게 됐다. 국제시장에 나가 돈을 꾸어다가 나라살림의 적자도 메우고 전비도 내고 꾼 돈으로 남을 빌려주기도 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돈 들어올 데가 있다면 잠시 남의 돈을 빌려다 쓰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돈 들어올 데가 없다는 데 있다. 우리 경제의 구조가 적어도 몇 년간은 계속 적자를 낼 수밖에 없게 돼 있고 언제 돈을 벌어들일 수있는 적자기조로 돌아설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가 없다.

예측만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돈 버는 흑자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노력도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돈 버는 흑자구조란 게 쉽게 말하면 제조업에 경쟁력이 붙어 수출이 옛날처럼 쑥쑥 늘어나야 되는 것인데 지금 상황은 물가만 잔뜩 오르고 제조업에 경쟁력을 붙여줄거라고 믿을 만한 구석이 눈 씻고 봐도 없다. 걸프전쟁이 일어나면서 경제의 문외한들까지 모두가 돈 꾸는 걱정을 했고 경제를 걱정했다. 우리의 국제수지 방어능력이 언제까지,얼마까지 견딜 수 있을 것이며 또 그 견딜 수 있는 기간내에 우리의 제조업과 수출이 회생을 해줄 것인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걸프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되고 있고 국제수지를 방어하는 전쟁이 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