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쟁으로 나라 안팎이 들끓고 있지만 눈을 조금만 국내정치에 돌려보면 22일은 3당합당 1주년이다.반대진영이 될 수밖에 없는 여야가 합당을 선언한 미증유의 정치시험은 바로 1년 전 충격 속에서 단행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정종식」과 「3야공조」를 외치던 야당의 두 김 총재들이 여당의 수뇌로 뒤바뀌어지는 정치현실이 국민들에게는 얼떨떨하기만 했다.
3당합당은 「구국의 결단」과 「명예혁명」을 기치로 내걸었었다.
3당합당의 기치는 4당체제의 효율성에 회의를 지니고 있었던 국민들에게 그런대로 설득력을 지닌 측면도 있었다.
4·26총선 이후 1년9개월 동안 계속된 여소야대의 정국구도가 정국불안으로 투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던 데다 합당주역들이 내세우는 정국안정과 「민주·번영·통일」의 명분과 논리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여소라는 질곡을 벗어나 원내 다수의석을 확보한 여당은 외양상으로는 정치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됐고 협상보다는 소모적 정쟁으로 비치기 일쑤였던 의정상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전광석화처럼 단행된 통합과정의 기습성에 놀라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착잡한 심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실망과 회의로 이어졌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3당이 통합한 지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합당 1년의 「대차대조표」는 어떻게 작성될 수 있을까. 민자당내의 시각은 다소 편차가 있을지 모르지만 당 밖의 평가는 아직도 부정적인 것 같다.
거대여당인 민자당이 출범 이후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민주화 고양이나 민생안정과는 거리가 먼 갈등과 내분의 연속이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이러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합당선언 당시 표방했던 「새로운 정치」 구현노력과 새로 태어나는 각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3당합당이 2주년을 맞는 92년은 올 상반기의 지자제선거를 거쳐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내년에 다시 작성해야 할 3당합당의 새로운 대차대조표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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