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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체중감량해야/국민에게만 절약 강요 말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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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체중감량해야/국민에게만 절약 강요 말라(사설)

입력
1991.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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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걸프사태에 대비해서 비상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쟁의 귀추가 장기화할 것인지,단기로 끝날 것인지 불투명한 이상 대응전략이 단계적으로 짜여져야 함도 당연한 일이겠는데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대응책이라는 것이 내용을 뜯어보면 국민의 유류소비 절약과 유가인상이라는 두 가지밖에 없어서 어쩐지 안이하고 손쉬운 대책마련인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차량의 10부제 운행이나 대형 네온사인 사용금지,TV 방송시간 단축,등유 대량판매 금지 등 1단계 비상조치가 모두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것들이고 보면 조치 자체를 나무랄 이유는 없는 셈이다. 우선 급한 불은 꺼놓고 봐야 하니까 국민된 입장에서도 정부시책에 협력함이 마땅할 줄로 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정부의 대책이 근본적인 에너지대책과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가 석유위기를 겪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고 중동에서 무슨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리 경제가 치명적인 영향을 입게 되리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에너지대책이라는 것이 기껏 민간의 유류절약방안이요 유가인상밖에 되지 못한다면 너무 안이하고 무책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위기 때마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던 정부가 지금까지 그 부문에서 이루어놓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산업의 석유의존도는 전에 비해 더 심화되었으며 요즘 들어 그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과연 승용차 10부제 운행이나 네온사인 사용제한,TV 방송시간 단축 정도로 근본문제가 극복되리라고 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국민에게 유류절약을 강력히 요구하면서도 정부 자체의 체중감량을 통한 절약방안은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 팽창된 재정의 어느 부문에선가 찾기로만 든다면 정부 스스로 물자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부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정부가 솔선하는 절약방안은 강구해볼 염을 갖지 않고 제일 먼저 발표한 것이 유가 20% 인상운운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쟁발발로 뒤숭숭해 있는 분위기 속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유가인상부터 발표하는 정부의 속셈을 우리로서는 알기가 힘들다.

지난해 11월 1차로 석유값을 올리면서 올해초의 추가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고는 하나 전쟁발발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내리고 있는 판국에 성급하게 유가인상부터 발표해서 인플레심리를 더 확산시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인상요인이 두드러지면 유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올릴 때 올리더라도 특소세 등의 조정으로 기름을 덜쓰게 하는 방안,석유기금의 일부나마 빼돌려서 유가를 안정시키는 방안 등도 일차 강구해봐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5조5천억원이나 되는 석유사업기금,그 중 1조원을 넘는 유가완충기금은 다 어떻게 하고 원유가가 들썩하면 대폭인상부터 공언하는 당국의 태도에 국민이 어떻게 납득을 할 수 있으리라고 정부는 믿는 것인지 모르겠다.

비단 에너지 부문에서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과소비풍조를 잡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렇다고 너무 정부가 앞장서서 위기의식을 지나치게 고취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재정·금융정책을 더욱 충실히 운용해서 기업의 생산의욕을 높이고,경제의 흐름에 무리나 충격을 주는 성급한 시책을 경계하는 것이 걸프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기본방향이 되어야 옳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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