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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위주서 탈피할 기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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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위주서 탈피할 기회(사설)

입력
1991.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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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고교 연합고사의 합격선과 합격자 평균점수에 이변이 생겼다. 인문계 고교의 합격선이 크게 하락한 데 반해 공고의 합격선은 상승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19일 서울시교위의 발표내용을 보면 올해 인문계의 경우,남자고교의 합격선은 2백점 만점에 1백12점(1백점 만점 때 56점) 여자고교는 1백21점(1백점 만점 때 60·09점)으로,지난해보다 남학생은 14점,여학생은 9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반대로 공업계 고교의 합격선은 지난해의 1백25.6점보다 무려 10.7점이 높아진 1백36.3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인문계 합격자 평균점수는 1백58.9점으로 지난해보다 2.4점이 낮아져 우수한 중졸자들의 공고지향 경향이 분명해졌다.

「고교평준화 실시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이 놀라운 교육일선에서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가. 물론 이같은 변화는 따지고보면 이변이랄 것도 없고 우연은 더더구나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의 결과라고 우리는 본다. 그러한 조짐은 몇 해 전부터 예고돼 왔다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2∼3년 전부터 전문대의 취업률이 70%를 넘는가 했더니 지난해는 82%를 초과했다. 공업고교 취업률은 1백%가 됐고,졸업 전에 뽑아가지 않고서는 웬만한 기업들은 공고 졸업생을 구경도 할 수 없게 됐다. 그런가 하면 죽어라고 공부해서 인문계 고교를 나와서 4년제 대학에 진학·졸업해봤자,소위 명문 몇 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취업률이 60%도 안 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구태여 학부모는 엄청난 학비부담을 해야 하고 학생들은 적성과 자질에도 맞지 않는 4년제 대학을 가야만 하는 비정상적인 고학력 풍조에 휩쓸려 놀아날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를 곰곰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서울의 올해 고교연합고사 인문계 고교 합격선의 하락이 의미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과 관계가 있다.

그 「메시지」는 교육당국자들보다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먼저 갈파하고 있다는 데서 우리 교육정책의 방향은 암시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시작한 고교체제개편시책을 가속화했으면 한다.

우리 교육의 시작 때부터 잘못 끼여진 단추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학생과 학부모들에 의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만하다. 교육정책당국이 「이 좋은 때」를 놓치지 말고 중·고교 교육체제와 내용을 현재의 인문계 위주에서 공업·실업 등 「실용주의 교육중심」으로 과감하게 전환하라. 그리고 4년제 대학은 꼭 필요로 하는 계열의 학문을 하겠다는 사람들만이 가는 교육풍토 쇄신의 계기로 삼아보라고 강력히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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