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공포는 살상과 파괴에 있다. 전쟁의 광풍이 한차례 휘몰아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정성을 쏟아 가꾸어놓은 삶의 보금자리와 문명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고 만다. 첨단과학기술의 발달로 살상과 파괴의 위력이 천문학적 수치로 치솟은 현대전에 있어서는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파괴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9명의 장사(28개 다국적군과 이스라엘군)들이 단 1명의 난쟁이(이라크군)와 맞싸우는 모양새인 걸프전쟁은 전쟁터가 석유매장량의 55%,생산량의 33%에 이르는 세계의 연료창고인 데다가 생화학전 수행을 위한 이라크의 화학무기공장,핵무기 연구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이라크를 둘러싼 다국적군에는 1천개에 달하는 전술 및 전략핵탄두가 배치되어 있는만큼 더 한층 조마스럽다. ▲유전이 폭파되거나 유정에 불이 붙으면 불길을 잡는 데만 수 개월,완전 진화까지는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고 고대문명의 발상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은 기름강,페르시아만은 기름바다로 바뀌고 중동의 하늘을 뒤덮은 연기는 열흘 후엔 계절풍을 타고 5천㎞나 떨어져 있는 한국에까지 밀어닥쳐 지구 주변의 대기를 깡그리 오염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연기가 태양열을 차단하여 단기적으로는 지구의 평균기온을 섭씨 1도 이상 떨어뜨리고 아황산가스,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 등이 대기에서 뒤엉켜 산성비를 내리게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구온실현상과 이온층의 파괴를 가속화시켜 장기적으로 어떠한 재앙과 천재지변을 몰고올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직은 다국적군의 공습이 군사목표에만 국한되고 이라크군의 항전이 미미하여 유전폭파라는 최악의 사태에 이르지 않았지만 다국적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화학무기공장과 핵무기연구소에서 방사능이나 맹독물질이 이미 유출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양상이 어떻게 번져나갈지는 더욱 알 수 없다. 아무튼 연료창고 주변서 불똥을 마구 튕기는 걸프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야만 놀란 가슴을 가라 앉힐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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