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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인상폭·시기 싸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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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인상폭·시기 싸고 고심

입력
1991.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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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가 폭락세… 여론 반발우려/석유기금 고갈 등 압박 당국선 “늦추면 곤란”/24∼26일·15%선 유력… 휘발유는 특소세도정부는 페만전이 발발하면 3∼4일 이내에 국내유가를 조기 인상하려 했으나 최근 국제유가가 오히려 폭락세를 지속하자 인상폭과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등유와 휘발유에 한해 한차례 유가를 인상했으나 최근 폭락세를 보이기 직전까지 국제유가가 국내 기준유가인 배럴당 18달러보다 4∼5달러나 높은 22∼23달러 수준을 보여왔고 석유사업기금의 유가완충자금도 이미 지난해말로 바닥났기 때문에 유가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개전초에 유가를 인상한다는 방침을 굳혀왔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 배럴당 40∼60달러로 치솟으리라던 국제유가는 다국적군이 단기전으로 완승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오히려 폭락세를 보여 중동의 두바이유와 오만유의 경우 지난해 8월 페만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의 수준인 17∼18달러대보다 더 낮은 14달러대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당초 19일 0시를 기해 평균 15∼16% 정도 유가를 인상하려던 계획을 백지화,국제유가 추이를 좀더 지켜본 후 인상폭과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조기 유가인상을 통해 유가인상요인도 반영시키고 소비절약 분위기도 잡아나간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한편,국제유가가 치솟을 때 국내유가도 인상함으로써 명분도 살릴 계획이었다.

지금 정부가 유가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기준유가보다 국제유가가 더 낮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고 ▲페만전 후의 국제유가 추이가 당초 예상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여 연중 평균유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등 2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로서는 국제유가가 폭락할 때 유가를 인상한다는 것이 국민여론상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번 유가 인상폭은 종전 후의 국제유가를 예상,올해 평균치를 가정해 산출하려 했으나 현 국제유가가 예측을 불허할 만큼 변화가 심해 수치계산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

그러나 정부는 유가인상을 무한정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자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이상 저유가가 오래 지속된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인 데다가 현재까지 발생한 유가인상요인도 빨리 흡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는 현 유가폭락세가 늦어도 내주 중반까지는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주말 이전에 유가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유가인상시기는 과거 주말인 일요일 0시를 기해 단행해왔기 때문에 이를 예상한 국민들의 사재기 소동이 빚어졌던 점을 감안,주중에 인상하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정부가 당초 유가인상시점을 19일 0시로 잡았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이번 유가인상시점은 다음주초 국제 원유값이 전해지는 22일의 다음날인 23일부터 26일 사이로 예상되는데 작업시간 등을 고려할 때 24∼26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상폭은 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때문에 매우 가변적이지만 정부가 당초 유력한 것으로 생각했던 23달러를 기준유가로 가정하면 소비자가격은 15∼16% 선이 될 것 같다.

정부는 지난 11일 페만전쟁시 특별석유수급대책을 발표하면서 23달러일 때 22% 인상을 예로 들었으나 당시 국내 기준유가를 18달러로 잡았기 때문에 다소 높게 나왔던 것. 그러나 현재 국내 기준유가는 지난해 휘발유와 등유만 25달러 기준 평균 28% 올렸기 때문에 실제로는 19달러40센트가 된다.

이같은 상쇄요인에다가 정유사·대리점·주유소 등의 마진율을 종전과 같이 한다면 대략 소비자가격 기준 15∼16% 선이 된다.

그러나 정부가 석유사업기금의 보전규모,소비절약 등 정책적 판단을 고려한다면 20% 선을 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소비자가격 기준 15∼16% 인상할 경우 유종별 인상폭은 경유 15∼20%,벙커C유 10∼15%,휘발유·등유 5∼10%,LPG 8∼10%,LNG 15∼20% 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휘발유는 당초 지난 1일부터 높여 적용하려다 미뤄온 특소세율을 이번에 어떻게 조정할지 주목되고 있으나 관련법규의 개정작업이 촉박해 이번 유가인상과 동시에 시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동자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85%인 휘발유의 특소세율이 조만간 1백%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혀 이번 유가인상 외에 또 한차례의 유가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가인상은 빠르면 올 상반기중 실시할 예정인 유가자율화에 앞서 단행되는 데다 인플레를 우려하는 물가당국의 견해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방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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