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월남전 이후 최대규모/독일 임시휴교사태까지/중동북아선 “반미” 격화… 친미 아랍국에 압력이라크가 18일 상오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가함으로써 개전 3일째를 맞은 페만전쟁이 광역화·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유럽·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반전시위가 가열되고 있다.
다국적군의 압도적 화력과 기술적 우위로 인해 속전속결로 끝나리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페만전이 확전양상을 보임에 따라 이번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불안감은 평화를 주장하는 각국의 반전주의자들과 다국적군에 가담한 중동의 회교권국가들을 중심으로 반전분위기를 점차 고조시키고 있다.
반전시위는 우선 다국적군의 주축으로 이번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의 반전시위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군시한인 15일 밤 12시(미국 동부시간)를 전후해서 격화돼 월남전 이후 최대규모로 전국을 휩쓸고 있다. 반전시위대들은 반전가요와 평화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거나 「평화기도회」를 개최하는 등 집단행동을 시작해 성조기를 불태우거나 경찰과 충돌하는 등 과격한 행동까지 치달아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원만도 14일 2백명에서 17일에는 1천4백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워싱턴의 백악관 주변에는 14일 밤 5천여 명의 시민들이 워싱턴성당에서 백악관까지 촛불시위를 벌인 이래 연일 계속돼 2차대전 당시 이후 처음으로 일반인의 백악관내 관람이 무기한 금지되기도 했다.
보스턴에서는 17일 상오 4백여 명의 시위대들이 주정부청사인 존·F·케네디빌딩 입구를 봉쇄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천여 명의 시위대들이 새벽부터 주정부청사 주변으로 운집한 데 이어 7천여 명의 시민들이 중심가인 퍼시픽증권거래소 주변도로를 차단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2차대전의 참혹한 상처를 지닌 유럽지역에서도 장기전의 우려는 반전시위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전쟁에 대한 공포가 심한 독일에서는 개전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베를린,푸랑크푸르트 등 주요 도시의 미 영사관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이던 시민 학생들은 반전구호를 외친 후 거리로 뛰쳐나갔다.
이날 시위에는 베를린 2만명,하노버 1만5천명,뭔헨 5천명 등 전역에서 수만명 규모의 시민 학생 등이 참가했고 라이네란트베스트팔리아주에서는 교사들까지 시위에 동참,상당수 학교들이 임시휴교하는 사태까지 야기됐다.
독일내 페만전에 대한 반전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평화운동기구」는 오는 26일 베를린에서 대규모 연합시위를 개최할 계획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공산당과 환경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 2만여 명이 이라크 폭격 중단과 중동평회회담 개최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가행진을 벌였고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지에서도 2차대전의 악령을 내세우며 대규모 반전집회가 줄을 이었다.
서방에서 평화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반전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반면 중동,서남아,북아프리카 등 회교권에서는 같은 회교국가를 침공한 미국에 대한 반감의 분위기가 시위를 촉발시키고 있다.
이라크의 이스라엘에 대한 첫 미사일 공격이 있었던 18일 레바논에서 3만명,에티오피아에서 6만명,방글라데시에서 1만명,그리고 이라크와 8년전쟁을 벌였던 이란에서도 2천명 등 범아랍권에서 후세인 대통령의 초상과 이라크국기를 들고 반미·반전시위를 벌였다.
심지어 다국적군에 1만1천명을 파병한 파키스탄과 알제리에서도 시위가 주요 도시에서 벌어졌다. 18일 알제리에서는 40만명이 회교근본주의구국전선(FIS)의 주도하에 대대적인 친이라크시위를 벌였다.
이같은 회교권의 반전시위는 「밑으로부터의 압력」으로 작용,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참전여부와 함께 다국적군에 참여한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친서방 회교권국가들의 입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페만전이 점차 장기화의 국면으로 기울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반전시위와 범회교권의 반미분위기는 월남전의 선례에서 보여주듯 군사적 효과와 전황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 요인은 아니더라도 다국적군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간접적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다국적군은 페만전에서의 전쟁으로 이라크라는 표면적인 적과 함께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반전여론」이란 내부의 적과 싸워야 하는 「외우내환」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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